너무 소박해서 잘 안 걸리는 연극적 약속일단 공간부터 보자. 수유역 근처 새로운 연극 공간을 만들었고, 그 공간을 통해 다양한 연극을 실험해보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이름이다. 이미 익숙한 또 다른 연극실험실이 떠올랐다. 혜화 로터리에 있는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그 공간의 낡음, 좁음, 여러 불편함, 그럼에도 친근하고 새로우면서도 무한히 확장되고 넓어지는 마술이 펼쳐지는 곳. 수유연극실험실도 같은 목적과 의도였을 터, 새로 만들어진 공간은 말 그대로 ‘가난한 연극’의 가난한 공간이었다. 극장 한 벽면에 객석만 놓여있을 뿐, 무대 장치도, 조명 설비도 없는 하얗고 텅 빈 공간은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연극은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극한의 실험을 하는 곳으로 보였다. 객석에 앉아 마주 본 곳은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