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무 소박해서 잘 안 걸리는 연극적 약속
일단 공간부터 보자. 수유역 근처 새로운 연극 공간을 만들었고, 그 공간을 통해 다양한 연극을 실험해보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이름이다. 이미 익숙한 또 다른 연극실험실이 떠올랐다. 혜화 로터리에 있는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그 공간의 낡음, 좁음, 여러 불편함, 그럼에도 친근하고 새로우면서도 무한히 확장되고 넓어지는 마술이 펼쳐지는 곳. 수유연극실험실도 같은 목적과 의도였을 터, 새로 만들어진 공간은 말 그대로 ‘가난한 연극’의 가난한 공간이었다. 극장 한 벽면에 객석만 놓여있을 뿐, 무대 장치도, 조명 설비도 없는 하얗고 텅 빈 공간은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연극은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극한의 실험을 하는 곳으로 보였다. 객석에 앉아 마주 본 곳은 그냥 하얀 바닥과 하얀 벽이 전부. 천장에는 조명기를 움직일 수 있는 레일이 설치되어 있지만, 거기에 매달린 조명은 일명 알전구 14개. 세 개를 뺀 전구는 까만 종이 고깔을 쓰고 있었다. 흔하디 흔한 LED조명 하나 없이 천장의 조명 몇 개와 배우가 손으로 움직이는 스탠드 하나만으로 작품 전체의 조명을 소화해낸 것이 신기할 정도다. (중략)...
https://www.sfac.or.kr/theater/WZ020400/webzine_view.do?wtIdx=13248










우연히 리뷰를 보고 궁금해서 찾아간 극장입니다. 수유역에서 멀지 않아 찾아 가는 길이 어렵지는 않지만 작은 건물 지하로 들어가는 입구는 눈여겨보지 않으면, 극단 관계자가 밖에 나와 서성이고 있지 않으면 스쳐 지나가도 모를 곳입니다. 극장 내부는 위 인용글 그대로입니다. 레일에 종이로 감싼 전구가 인상적입니다. 사진에서 보는 공간이 주 공연 무대입니다. 다섯 명이 나란히 서면 차는 곳입니다. 하지만 나름 간접 조명 등등 공간을 극에 녹여 영리하게 이용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공간에 대한 이해, 혹은 애정이 깊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작품을 떠나 그들의 시도가 정말 멋있었습니다. 관람료 1만 원, 연극에 진심인 자세 만으로도 값어치는 충분히 했어요. 동네에 이런 극단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입니다. 부디 극장을 장기 임대한 이상,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길, 수유연극실험실이 사랑받는 곳이 되길 응원합니다.
2023년 10월 15일 오후 5시 수유연극실험실에서
- 극단 운영은 종료되었으나 운영자는 어디선가 계속 연극 중
'연극'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초상, 화] 이제 다시 시작! (0) | 2022.07.21 |
|---|---|
| [정의의 사람들] 연기와 진심을 담아야 (0) | 2021.08.07 |
| [손 없는 색시] 인형이 사람보다 낫다 (0) | 2018.05.04 |
| [처의 감각] 내로남불, 내가 하면 희생 남이 하면 살인 (0) | 2018.04.20 |
| [남산예술센터 서치라이트Searchwright] 이러지도저러지도어데로 (0) | 2018.03.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