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글동글 귀엽고 앳된 박시연 배우가 할머니 역할을 맡았을 때, 젊은 극단이 새롭게 출발하는구나 느꼈다. 할머니 역할을 나이 든 배우가 할 이유는 없지만 아무리 봐도 배우들 중 가장 어려 보인다. 연출 의도일까 싶지만 극 중 과거 회상 장면이 삽입되면서 새로 분장이나 의상을 바꾸지 않아도 나이를 상쇄하는 효과를 보인다. 아무려나 극단 연극자판기는 하필 창단 공연으로 끝, 종말,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장례식 풍경을 담은 '초상, 화'를 골랐을까. 막이 오르면 모자 두 사람이 껴안고 슬퍼하면서 시작해, 작품 내내 투닥투닥 크고 작은 갈등을 보였던 모자와 두 삼촌이 함께 미국에서 방금 도착한 올케를 아무 대사 없이 반겨 안아주며 끝을 맺는다. 짐작하자면 생기고 없어지기 부지기수인 극단이지만, 작품처럼 시작은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