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242

[초상, 화] 이제 다시 시작!

동글동글 귀엽고 앳된 박시연 배우가 할머니 역할을 맡았을 때, 젊은 극단이 새롭게 출발하는구나 느꼈다. 할머니 역할을 나이 든 배우가 할 이유는 없지만 아무리 봐도 배우들 중 가장 어려 보인다. 연출 의도일까 싶지만 극 중 과거 회상 장면이 삽입되면서 새로 분장이나 의상을 바꾸지 않아도 나이를 상쇄하는 효과를 보인다. 아무려나 극단 연극자판기는 하필 창단 공연으로 끝, 종말,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장례식 풍경을 담은 '초상, 화'를 골랐을까. 막이 오르면 모자 두 사람이 껴안고 슬퍼하면서 시작해, 작품 내내 투닥투닥 크고 작은 갈등을 보였던 모자와 두 삼촌이 함께 미국에서 방금 도착한 올케를 아무 대사 없이 반겨 안아주며 끝을 맺는다. 짐작하자면 생기고 없어지기 부지기수인 극단이지만, 작품처럼 시작은 미..

연극 2022.07.21

[정의의 사람들] 연기와 진심을 담아야

희곡의 갈래를 보면 레제드라마고, 공연을 전제로 하지 않는 희곡, 읽기 위한 희곡이 있다. 희곡이 문학의 한 갈래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 구분이라고 본다면 소설가로 알려진 까뮈의 '정의의 사람들'이 큰 의미는 없지만 이 범주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한다. 궁립극단의 '정의의 사람들'을 보면서 새삼 다시 든 생각이다. 실제로 독재자 총독을 폭탄 테러한 러시아 젊은 사회주의 혁명당원들의 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희곡은 강렬한 테러 현장이 주 무대가 아닐까 하는 짐작과 달리 지하실처럼 좁은 밀실을 벗어나지 않는다. 밀실에 모인 테러범들 사이 오가는 이야기로 관객은 모든 상황을 짐작해야 한다. 즉 우리는 사건의 실체를 알 수가 없다. 그들의 일방적 주장에 우선 동조를 해야 하는 상황을 전제로 그들 내부에서 벌어지는..

연극 2021.08.07

[당신이 알지 못하나이다] 성찰이 필요한 시기가 언제인지 우리는

제목 : 당신이 알지 못하나이다 일시 : 2017/11/23 ~ 2017/12/03장소 :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출연 : 우정원, 황은후, 신사랑, 노기용, 신지우원작 : 권여선각색/연출 : 박해성주관 : 서울문화재단, 상상만발극장제작 : 남산예술센터, 상상만발극장 작품을 따로 떼어놓고 볼 것인지, 아니면 남산예술센터 기획 과정 안에서 이해할 것인지 살짝 고민이 들었다. 당연히 두 가지 상황을 고려해 작품을 읽어야 할 것이다. 남산예술센터 2017 시즌프로그램 마지막 작품 (이하 당신) 관객과의 대화(12/2)에서 우연 극장장은 ‘올해 남산예술센터 시즌 프로그램이 성소수자 이야기, 검열 이야기, 예술계 성폭력 이야기, 젊은 예술가들 삶에 대한 이야기와 같이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았기 때문에 올해의 ..

연극 2017.12.07

[창조경제 공공극장 편] 나의 창조활동이 나의경제생활에 도움이 되었으면

제목 : 창조경제 공공극장편 일시 : 2017/07/06 ~ 2017/07/16 장소 :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구성/연출 : 전윤환 출연 : 극단 앤드씨어터, 극단 불의 전차, 극단 신야, 극단 잣 프로젝트, 극단 907 제작 : 남산예술센터, 극단 앤드씨어터 주최 : 서울특별시 주관 : 서울문화재단, 극단 앤드씨어터 문..

연극 2017.07.23

[가해자 탐구 - 부록 : 사과문작성가이드] 혹은 가해자 탐구 혹은 사과문 작성 가이드

제목 : 가해자 탐구 - 부록 : 사과문작성가이드 일시 : 2017/04/21 ~ 2017/04/30 장소 :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작/연출 : 구자혜 출연 : 박경구, 최순진, 권정훈, 이 리, 조경란 제작 : 남산예술센터, 여기는 당연히, 극장 주관 : 서울문화재단, 여기는 당연히, 극장 작가 동의 없이 소설 개작...'창..

연극 2017.04.24

[햄릿아비_연극인 객석 다이어리 선정작] 광장, 햄릿들의 무대

2017년 2월 25일 토요일 현재, 100만 명이 참여한 촛불집회가 말해주듯 현실은 바뀌지 않고 그대로입니다. 이 글은 서울 150만 명, 전국 190만 명이 한 마음을 모은 11월 26일 5차 촛불집회 이후 쓴 글입니다. 3월, 행복한 봄 기대합니다. “국민은 개돼지입니다. 적당히 짖어대다가 잠잠해질 겁니다.” 영화 (2015)에서 유력 일간지 논설주간 이강희가 권력실세와 나누는 대사는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입을 통해 회자가 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현실이 영화를 이겨버린 셈이다. 허나 바보에게 바보라고 정곡을 찌르면 발끈하는 법, 불평하다가도 다른 호기심거리를 던지면 잠잠해지는 건 권력구조 상 하부구조에 속한 대중을 다루는 프로파간다의 기본 전략이다. 그러나 마치 영화처럼 40년을 숨어 지내..

연극 2016.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