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가해자 탐구 - 부록 : 사과문작성가이드
일시 : 2017/04/21 ~ 2017/04/30
장소 :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작/연출 : 구자혜
출연 : 박경구, 최순진, 권정훈, 이 리, 조경란
제작 : 남산예술센터, 여기는 당연히, 극장
주관 : 서울문화재단, 여기는 당연히, 극장
작가 동의 없이 소설 개작...'창비' 맞나요? 한국일보 기사입력 2017-04-23 17:14 | 최종수정 2017-04-23 19:08
출판사 창비의 온오프라인 문학잡지 ‘문학3’이 국내 소설과 시를 작가 동의 없이 희곡으로 개작하거나 그림으로 변주해 물의를 빚고 있다. 유명 출판사답지 않은 저작권 인식이라는 비판이 출판계와 문단에서 나오고 있다. ‘문학3’은 최근 임솔아 작가의 단편소설 ‘병원’을 작가 동의 없이 희곡으로 개작한 뒤 홈페이지에 발표했다. (…) 임 작가는 지난해 문단 성폭력 사태 이후 성폭력 피해 관계자들이 쓴 단행본 ‘참고문헌 없음’ 제작 과정에서 피해자의 글을 무단 편집했다는 루머에 시달렸다.
4월 23일 일요일 오후 3시 구자혜 작/연출의 ‘가해자 탐구 - 부록 : 사과문작성가이드’(이하 가해자 탐구)를 관람하고 집으로 돌아와 숨을 좀 돌리고, 리뷰를 쓰고 위해 구자혜 연출을 검색하던 차에 위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방금 막 올라온 기사였다. 구자혜는 가해자 탐구라는 이른바 개념연극을 올린, 예술계 성폭력 문제를 개별 사안으로 보지 않고, 예술계의 기묘한 권력 구조를 가해자의 언어로 풀어낸 작가이자 연출이다. 적어도 이 기사가 나오기 전까지 남산예술센터 보도자료를 받아쓴 기사 대부분이 그러했다.
극적 서사나 이렇다 할 동선이 없는 연극은 예술권력자들을 시인에 빗대 변명, 그러니까 현학적 언어로 구사하는 ‘말’에 에너지 대부분을 쏟는다. 실제 대면하지 않고 SNS나 여론몰이나 예술계 굳건한 구조 않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들의 형태가 그러하기도 하다. 그와중에 가해자는 돈이 오가지 않고, 폭력을 동반하지 않은 이상 사법적 처벌이 모호한 경계를 확장하면서 이른바 ‘습작’과정이라는 틀 안에서 도의적 책임 정도에 안착한다. 그 와중에 피해자는 역고소를 당하거나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사이버에서 집단 왕따를 시키는 행위)에 시달린다.
적어도 가해자가 의도했든 혹은 언론이 자극적으로 기사를 편집했든 대중 혹은 제3자 혹은 그 가해자의 독자이거나 컬렉터인 대중의 난사는 가해자 못지않게 피해자를 향하곤 한다. 가해자 탐구는 연극 완성도나 관객 만족도를 떠나 가해자 본인 혹은 주변 인물들로 인해 ‘가해자가 더 이상 예술을 하지 못하는 예술적 불구 혹은 거세는 막아야 하지 않는가’, 라는 식의 피아 구분을 흐리는 과정을 집요하게 파고든다는 인상을 받았다.
받았다, 고 생각하던 차에 구자혜 연출이 가해자를 다룬 전작을 보지 못했으므로-그래서 정보를 찾고자-검색을 했을 뿐인데, 그녀를 가해자라고 주장하는 기사가 뜬 것이다. 이래저래 공교롭기도 하여 소설을 도용을 당했다는 임솔아 작가가 한 말을 찾아 읽었다.
(…) 어제 나는 문학3 웹사이트에 구자혜라는 극작가가 <장르교환>이라는 코너에서 내 소설 「병원」을 희곡으로 각색해서 발표한 것을 목격했다. 원작자인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사이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나는 의아했다. 나는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 그리고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전화를 걸었다. 원작자를 밝혔다고 하더라도 동의를 얻지 않았으니 이 일은 명백한 저작권침해이며,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다는 답을 들었다. (…중략…) 내 소설 「병원」을 각색했다는 구자혜라는 사람을 검색해보니, <참고문헌 없음>을 가장 열렬히 음해한 바로 그 핵심인물인 송섬별과 함께 연극을 준비해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구자혜 극작가의 연극이 곧 상연될 예정이라 한다. 구자혜의 트위터를 보니, 송섬별의 <참고문헌 없음> 비난 글을 열심히 리트윗하고 있었다. 이건 도대체 뭐지. 문학3 웹페이지에서 새로 소설 연재를 시작하는 소설가 조우리는 송섬별의 대리인으로, <참고문헌 없음>을 음해하는 데에 서포터 역할을 한 사람이다. 구자혜, 조우리가 모두 문학3의 새 필진인데, 송섬별과 이렇게 깊게 연루되어 있다. 이것은 과연 우연일까.
임솔아
참고로 ‘<참고문헌 없음>은 여성 문인들이 함께하는 #문단_내_성폭력 발화, 싸움, 연대의 기록이면서 동시에 피해자를 지지하고 지원하기 위한 출간 프로젝트’이다. 임솔아 작가는 프로젝트에 편집자로 참여했다가 위계폭력을 가했다는 루머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 핵심 가해자로 송섬별을 지목하면서 구자혜의 관계를 따져 물었다. 송섬별은 가해자 탐구 팸플릿 작품 소개에서 ‘“어떤 사건에 대해 기록하는 역할을 문인인 자신들이 독점할 수 있다는 믿는 것.’이라는 인용 글을 2016 <문학과 사회> 겨울호에 쓴 번역가로 나온다.
라켈 @the_yellow_bag 구자혜 작가 @redneckpast 작품 제목에 사과문 작성 가이드 라는 말이 있던데 문학3과 본인의 행태는 그 가이드에 비춰보면 어떤지 자평해 보시죠. 범죄 내용이 다르긴 합니다만 그 가이드를 준용하자면, 나의 행위로 인한 명백한 피해자가 존재해도 나의 억울함이 완전히 해소되기 전에는 사과하지 않는 게 옳은 건가요?
트위터러 라켈이 ‘출판사 책임이 더 크지만 독자들은 창작자인 각색자에 대해서도 윤리적 요구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가해자 탐구에 빗댄 덧글을 남겼다. 또 다른 트위터러 @Huiju Sin 역시 ‘'아이디어' '변주'이든 각색이든 구자혜 작가가 원작자의 허락을 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윤리에 어긋난 청탁을 이행했다는 것 에서 구자혜 작가는 비판과 비난을 벗어날 수 없’다고 했다.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는데, 한 쪽 주장을 옮기는 건 해결책이 아니다. 하지만 가해자 탐구가 단순 창작이 아니고, 일부분 르포 형식을 취하면서 문단계 성폭력의 다룬다는 점에서, 작가이자 연출가 구자혜가 이 문제에 연극을 올릴 정도로 관심을 두었다 점에서 <참고문헌 없음> 프로젝트 관련 불미스러운 언급은 잘잘못을 가리기에 앞서 아쉽다. 동시간대 연극을 보고 온 관객 입장에서 구자혜가 연대의 중심이 아닌 가해의 대상자 혹은 주변인으로 언급되는 현실은 심히 당혹스럽다. 또한 구자혜 작가와 대립각을 세우는 이들의 주장을 보면 그녀(혹은 그주 주변인)과 그 대응을 보이는 패턴을 보면 연극에 등장한 사례와 겹치는 지점이 언뜻 엿보이기도 한다. 가상(연극)과 실재(현실) 사이 부조합은 기묘하면서도 안타까운 일이다.
작품 개론 정도를 쓰려고 했던 리뷰가 구자혜 연출에 대한 탐구 아닌 탐구가 된 데에는 가해자로 지목당한 그녀가 '국립극단 작가의 방 검열 논란'에서 보듯 누구보다 위계에 의한 가해에 민감하고 예리하게 반응을 보인 당사자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각색 참여 관련 문제는 출판사의 잘못이 분명하게 드러냈으니 책임소재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 허나 관련해 사과 요구에 그녀가 어떻게 대응할지 이 궁금하기도 하다. 왜냐하면 태도 역시 그녀가 가해와 피해를 구분하는 구분점이기 때문이다.
'블랙리스트' 발단된 국립극단…'검열' 논란 재점화 뉴스1 기사 입력 2017-03-20
국립극단(예술감독 김윤철)이 2016년 자체 창작극 개발 사업인 '작가의 방'에 참가한 극작가 9명에게 "개구리 같은 작품을 쓰지 말아 달라"고 강요했다는 것이 지난 1일 발행된 계간지 '연극평론'을 통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 정명주 팀장은 "고연옥·구자혜 작가가 제기하는 ‘작가의 방’의 운영상의 문제에 있어서는 신중히 숙고하겠다. 의견의 차이는 있을 수 있고 아직 시행착오를 겪는 초기단계여서 개선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국립극단 작가의 방에서 검열로 인한 강요를 한 적은 없다는 점은 분명히 밝히고 싶다"고 운을 뗐다.
구자혜는 ‘국립극단 ‘작가의 방’에 대한 애초의 문제제기는 ‘국립극단이 젊은 작가들을 대하는 태도’였다. 이 문제제기는 어느덧 사라졌다. -작가의 방 참여작가 구자혜 입장 발표문 2017/03/19 01:30‘을 ’국립극단 작가의 방 사태 아카이브 @writersroom_arc‘에 남겼다.
남산예술센터 드라마터크 방혜진은 ‘가해자 탐구 사용 안내문’이라는 리뷰를 통해 성폭력 문제는 가해자와 가해 행위의 진위를 가려내기 어려우며, 가해자는 나의 친구, 너의 지인이기도 하며, 심지어 너와 나 일 수도 있다. (극 중에서도 나, 너, 그 등의 호칭은 종종 뒤섞이고 혼동된다.) 라고 적었다. 가해자 그러니까 이 연극은 관객에게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경고이다. 이런 경고는 희롱, 추행, 폭력이 일상화한 사회에서 충분히 유효하다. 다만 성폭력에 한정한 그 경고가 다른 형태로 누군가를 향하고 있지 않은지, 누구나 돌아볼 일이다.*
사진출처 - 남산예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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