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원 외

[박진신의 모놀로그] 온몸으로 무대를 가득 채운 자기 고백

구보씨 2009. 3. 26. 15:41

<하녀들>로 더 깊은 인상이 남은 극단 푸른달 대표 박진신의 마임 공연입니다. 단순한 마임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왔던 치열했던 과거를 조근조근얘기해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몸이 아팠을 때 얘기는 시사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1980년 생인데, 나이보다 휠씬 우묵한 배우이자 연출이었지요. 마임의 새로운 감흥을 준 작품입니다. 극단 소속 어린 스태프들이 초롱초롱한 눈빛이 기억나는데요.  요사이 공연 소식이 없네요. 두루 궁금합니다. 무탈하기를 바랍니다.

 

 

마임에 대한 새로운 이해. 박진신의 <마임 모놀로그>는 마임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 편견일 수 있는 부분부터 허물고 시작합니다. 주로 관객과 허물없이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진행하는 <모놀로그>는, 무엇보다 박진신의 연극에 대한 열정과 진심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대표인 박진신 외에도 작은 극단인 <푸른달>의 순수한 자세 역시도 공연장  안팍으로 느껴졌습니다. 텅빈 객석 단촐한 무대 조명 아래에서도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능숙하게 표현하는 모습에서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그 놀라운 상상력은 오랜 배우로서의 노력과 더불어, 박진신의 순수한 마음 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헐렁한 검은 티셔츠와 트레이닝 바지를 입은 그의 모습에서는 유독 그의 얼굴과 커다란 두손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얼마 전에 봤던 인물사진의 거장 <유섭 카쉬 사진전>에서도 느꼈던 바이지만, 흑백의 사진을 찍으면서 인물들의 손의 자세나 위치에 옷차림, 표정 못지 않게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고 하던데요. 15년을 무대 위에 선 박진신의 검은 옷에 숨겨진 몸 역시도 탑 조명의 강한 대비 아래서 굴 표정과 손이 참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꾸미지 않아도 사람 자체가 무대 위에 섰을 때 환하게 빛날 때가 있지요. 박진신이 바로 그런 인물이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지하실, 텅빈 공간에 의자 하나, 듬성듬성 빈자리 앞에 사람 한 명... 각하기에 따라서는 꽤 으스스할 듯 싶지만 공연의 기운으로 꽉 차고 보니 꽤 아늑하더란 말이죠. 친구끼리나 연인끼리 봐도 좋고, 아이들을 데리고 가족이 함께 봐도 유쾌하면서도 무서운(?) 꽤 재밌는 공연입니다. 박진신이 그간의 작업을 한 데 모아 자기고백을 담은 작품인 만큼 꽤 완성도가 높습니다. 배우로서 무대 위에 선다는 자체가 그에게 얼마나 큰 고민인가,에 동의를 하고 안타까우면서도 그런 고민이 바로 좋은 작품의 원동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잔인하지만 박진신의 모놀로그의 매력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