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명동난타전용관으로 이름을 바꾼 명동아트센터에서 본 공연입니다. 명동예술극장이 들어선 탓일까요? 타깃층이 분명 다른데요. 명동이면 좋은 입지 조건이 아닌가 싶었는데요. 맨 앞자리에서 고마운 어르신을 모시고 본 작품입니다. '누들편'이라는 제목처럼 공연 중간중간 컵라면을 객석에 주기도 했습니다. 어르신이 참 좋아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공연은 유쾌하고 재밌었지요. 근데 '누들편'이후 소식이 없는 듯 하군요.
<브레이크 아웃>, <난타>, <사랑한다면 춤을 춰라>, <점프> 등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비언어극이고, 에딘버러 페스티벌에서 호평을 받았으며, 종로 인근에서 오픈 런으로 상영된다. 이 세가지 공통점은 알다시피, 외국인을 겨냥한 작품의 특징이기도 하다. 위 네작품은 넌버벌 퍼포먼스 인기의 밀물과 썰물에도 흔들리지 않고 스테디 셀러에 오른 작품들이다. 여기에 새롭게 도전장을 낸 작품이 <애니비트>다. 일부러 골라보지는 않았지만 위 네 작품 모두 본 입장에서 이제 막 선을 보인 <애니비트>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네 작품이 비슷한 형식을 취하고는 있지만, 알다시피 요리, 브레이킹 댄스, 먀샬아트, 다양한 춤 등 내용에서 분명 차별화를 둔 작품이다. 일례로 브레이크 댄스 열풍으로 비슷한 취향의 공연이 한때 유행을 했지만 열기가 어느 정도 식은 상황이고, 보면 부단한 변화 과정을 통해 진화하지 않는 이상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제 막 움튼 <애니비트>는 그 치열한 종로 바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공연장 위치부터 일본 관광객들의 필수 관광코스인 명동의 한복판(현재 그 주변이 공사중이지만)이라는 점도 무시하기 힘든 장점이다. 그리고 공연장 입구부터 사진전시회를 하듯 걸린 배우들의 면모에서 알 수 있듯이 <연극열전>이라는 수준 높은 연극 브랜드(실제로 전례가 없는)를 만드는 동숭아트센터 씨어터 컴퍼니 작품이라는 점에서 신뢰를 높혔다.
공연장 주변 명동 특유의 어수선함에 비하면 로비는 넓고 깔끔한 편이다. 음료나 간단한 샌드위치를 즐기기에도 나쁘지 않다. 공연장으로 들어서면 투박한듯 정감이 가는 아기자기한 목각인형이 아이콘으로 톡톡히 한 몫을 한다. 리플렛도 한글,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으로 만들어 지향점을 확실히 했다. (어느 정도 완성도에 자신이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무대를 열고 닫는 역할을 하는 둥근 무대 세트도 꽤 인상 깊다. 공연 내용이 "사이 좋게 마주보고 있는 김가국수집과 이가국수집! 그러나 알고 보면 이들 집안은 20년도 넘은 앙숙 집안이다. 소문난 맛 집을 운영하는 이들은 무술의 달인들로 국수 맛 뿐 아니라 무술실력에서도 팽팽한 자존심 대결을 펼치며 살고 있다. 어느 날 이들 앞에 나타난 자장면파! 두 집안이 앙숙인 점을 이용 동네 국수집을 장악하기 위한 교활한 계획을 꾸미는데…"인 만큼 (그런 의도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국수그릇처럼 무대를 둥글게 싸안는 식이다.
다만 무대를 감쌀 경우 무대 앞쪽 동선이 좁아서 배우들의 연기가 다소 불안해 보였고, 극 전개 상 설정이 두 국수집 인근 골목 즈음이라고 짐작은 되지만 명확하지를 않다보니 무대 전환을 위한 시간벌기라는 인상을 줬다. 앙숙인 두 국수집의 화해, 그 사이에 싹튼 자녀들의 사랑, 자장면 파의 도발 등본격적인 내용은 익히 짐작하는 수순을 밟는다. 높은 무술 실력을 바탕으로 기예에 가까운 동작을 보여주는 만큼, 내용의 단순한 전개가 커다란 흠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목각인형의 복장을 보면서도 든 생각이지만) 국수 육수를 마치 항아리에서 오래 묵힌 양념처럼 보관하는 식이나, 두 집안이 앙숙이 되는 수련 과정 등이 정확하게 어느 나라, 무슨 요리인지가 불명확하다. 글로벌한 형식이 애매모호함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두 집 모두 왜 홀아비인지도 궁금하고(사실, 난 갈등을 빚는 자장면파 두목이 예쁜 과부일 줄 알았다.), 소문난 맛집이라는 설정도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하다 못해 영상으로라도 처리를 해야 자장면파의 이권을 노린 도발이 이해가 된다.
국수와 자장면의 과연 대척점에 있는지도 한 번 생각해 볼 문제이고, 자장면을 무대에서 펼치지 못하다보니 자장면과 국수의 구분이 힘든 외국 관람객들에게 어떻게 납득을 시킬 것인지도 문제로 남는다. 자장면 파가 단순히 국수의 비급인 육수 통을 깨트리지 않고 훔치려고 했다는 점도, 국수집을 차리지 않는 이상 납득을 시켜야 한다. 그리고 결국 갈등과 해결은 육수 때문에 벌어지는데, 정작 공연은 면발을 활용한 묘기에 치중한다. 무대 연출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하지만 육수에 대한 뭔가 에피소트가 삽입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이제 출발선에서 출발한 지 오래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가능성을 충분히 엿볼 수 있었다. 무대, 음악, 영상 등 하드웨어를 잘 갖췄고, 배우들 역시 성장 가능성이 높았다. <애니비트-누들편>이라는 전제를 단 이유는 앞으로 애니비트라는 기본 기획을 바탕으로 다양한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라는 의미로 이해했다. <점프>가 그랬지만 <애니비트>의 앞으로 놀라운 진화를 기대한다.*
사진출처 - 뉴스컬쳐 외
'다원 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Crossover 난장_야단법석] 마치 각각 다른 소원을 한 곳에서 빌듯이 (0) | 2009.06.09 |
---|---|
[박진신의 모놀로그] 온몸으로 무대를 가득 채운 자기 고백 (0) | 2009.03.26 |
탈옥! 말 그대로 [브레이크 아웃Break out] (0) | 2009.02.20 |
[금형세트 프로그램] 자웅동체 선언이 유효한 이유 (0) | 2009.01.29 |
[나의 배꼽이야기]에서 [꿈 70-18]으로 , 생명 그 자체가 가진 욕망의 순회 (0) | 2008.10.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