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분들 사이에서 함께 본 공연입니다. 신나는 공연! 뭐 더 할 얘기가 없네요. 공연을 보고, 술을 마시고... 늘 비슷비슷했습니다. 2009년 초에 봤으니 거의 3년이 다되어가는군요. 이때가 넌버벌퍼포먼스의 최전성기 아니었나 싶습니다. 얼마 전까지 새로운 버전으로 공연을 올렸지요. 여전히 외국 공연을 종종 나간다고 알고 있습니다. 종로 씨네코아에서 이 작품을 보고 근처 설렁탕 골목에서 모듬수육을 먹었던가 싶습니다. 먹은 기억이 역시 오래...
“지난 2월 13일부터 15일까지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Mrina Bay)에서 열린 총 5회의 ’브레이크 아웃’ 공연에는 매회 2000여명의 싱가포르 관객들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이미 공연 한 달 전부터 전 객석이 매진되면서 이 같은 공연의 열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브레이크 아웃’의 성공적인 브로드웨이 입성과 비보이 소재의 공연이란 점이 싱가포르 관객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이끌어 낸 것으로 풀이된다.” = ’브레이크 아웃’ 싱가포르서 폭발적 반응… 동남아ㆍ유럽 공략 / 아시아경제신문 2009-02-16
<브레이크 아웃>을 보기 전에 검색을 해보니, ↑이런 반가운 기사가 떴다. 호~ 세계를 오가며 주름을 잡는 공연을 볼 기회를 준 신한카드 올댓컬쳐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2007년 12월 14일부터 시작한 전용극장에서 오픈런을 시작했고, 세계적인 공연예술의 도시 에딘버러와 세계 공연의 심장부라 불리는 뉴욕 브로드웨이 유니언 스퀘어 극장을 거쳐 이제 아시아에서 새롭게 한류 바람을 일으키는 작품인 만큼 적어도 평균 이상을 해주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 유투브 몇 번만 클릭해도 비보잉 공연을 쉽게 볼 수 있고, 한국의 워낙 뛰어난 비보이 공연으로 보는 눈은 한껏 올라간 데다, 근래 비보잉 퍼포먼스 공연이 나름 그 변별점을 두려는 노력에도 엇비슷하다는 인상이라는 평이 많아서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한가지, 한국에서 시작한 공연임에도 동시에 세계 곳곳에서 같은 퍼포먼스가 올라가는 만큼, 이번 관람 기회가 오히려 글로벌한 문화 감수성을 역으로 느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공연을 봤던 2월 20일은 유독 날씨가 추워지는 바람에 공연장에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지 않을까 싶었다. 만석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채웠다. 파란 눈의 외국인도 종종 보였는데 역시 일본 단체 관광객들이 눈에 띄었다. 확실히 관광 상품으로 자리 잡은 공연이라는 생각은 들었다.
익히 알려졌듯이, 비언어극인 만큼 내러티브는 단순하고 명확하다. 우연히 감옥 안으로 날아든 익스트림댄스 비급을 얻고 비보이가 된 죄수들의 탈옥 과정을 그렸다. 여기서 ‘비보이가 된다’라는 설정은 어쨌거나 춤이, 특히 신기에 가까운 비보잉을 익히는 순간, 평범한 한국인을 일약 세계적인 댄서의 반열에 올려놓았듯이, 죄수들이 감옥으로부터 탈옥, 즉 ‘브레이크아웃’을 하는 용기와 힘을 제공한다.
이 공연의 핵심은 역시 그들을 비보이로 뒤바꾼 비급에 있다. 비급에 의하면 비보잉의 유래는 1970년대 초반에 미국 뉴욕의 브롱크스 지역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아니다. 그 훨씬 이전 로마검투사, 이집트 노예들처럼 억압당했던 이들의 평화로운(?) 저항 혹은 몸부림의 역사를 갖고 있다는 설정을 두고 있다. 이제는 그 의미가 많이 축소되거나, 상업적으로 변형되었다지만 비보잉의 원류에 대한 꽤 그럴듯한 상상력이다. 사회적인 의미를 떠나서 적어도 이런저런 상처와 골절과 디스크를 동반할 만큼 ‘몸’에 대한 가장 강한 저항의 형태를 가진 춤이 아닌가.
여기서 잠깐! 사실 내용을 가지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게, 이 공연의 주요 관람 포인트는 아니다. 정신줄을 반음 쯤 풀어놓고 그냥! 신나게 보고 즐기면 딱 좋은 공연이다. 배우들의 춤은 기본적으로 뛰어나고, 짜임새도 제법 탄탄한 편이다. 말 그대로 딱 1시간 30분 동안 브레이크 아웃, 일상탈출을 할 만하다. 여기까지만 즐기면 된 거다.
하지만 새삼 내용을 들먹이는 이유가 있다. 공연을 본 사촌동생이 말하길, 죄수들이 경찰들의 총에 맞아 죽을 때 우울했다는 것이다. 이게 뭔 소린가 싶어 당황스러웠는데(얘가 심리 불안 상황이라는 건 알았지만), ‘무슨 죄를 지었는지 모르지만 죽는 건 너무 심하’단다. 다시 생각을 해보니 탈옥에 성공한 것도 다시 잡혀간 것도 아니고 왜 죽었을까, 싶다. 비보잉의 저항 정신? 자유를 향한 열정? 정도로 이해가 되고, 이후에 머리에 천사 특유의 링(후광)을 달고 나와서 신나게 춤을 추는 것으로 보아 해피엔딩인 듯도 싶다. 또 단순히 극적 긴장감을 위해서인 듯도 싶다만… 아무래도 이야기의 가장 손쉬운 처리이자 반면에 가장 무책임한 마무리인 ‘배우의 죽음’은 좀 아쉽다.
적어도 80분 동안 배우들이 최선을 다해 춤을 추는 것만은 사실이다. 퍼포먼스와 내용에 대한 고민과 노력은 한창 진행 중일 것이다. (참고로 발레리나를 사랑한 비보이는 두 번째 버전이 나왔다.) 그레이(Gray), 럼프(Lump), 조커(Joker), 트리키(Tricky), 댄디(Dandy)와 교도관(Gundog), SWAT, 그리고 미녀1,2,3에게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낸다. “우리들의 삶을 변형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 브레이크아웃이 일어나기 전에는 오랫동안 힘든 땀과 노력이 쌓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선행과정의 힘든 노력과 스트레스가 없다면 어떤 분야에서나 뛰어난 브레이크아웃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브레이크아웃 앞에는 언제나 많은 땀을 흘려야 하는 것이다.” 책 ‘나를 깨라! 그래야 산다’ 중에서
뜬금없지만, 브레이크 아웃 하시길!
Lonely Blues - Mitch Moses' Acid Blues Project
사진출처 - 브레이크아웃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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