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원 외

[Crossover 난장_야단법석] 마치 각각 다른 소원을 한 곳에서 빌듯이

구보씨 2009. 6. 9. 16:08

제가 처음 본 다원예술 공연입니다. 장르로 '다원예술'을 요사이 많이 올리기도 하고, 종종 봐왔지만 <야단법석>만큼 흥미를 준 작품이 몇이나 있나 생각해보면 3년 남짓 사이 손가락에 꼽을 정도입니다. 사전 정보없이 뭣모르고 간 공연이었고, 비가 많이 오는 날이었고, S석 이층 무대와 먼 거리를 두고 봤지만, 'Sound Motion WOOM'은 아직도 머릿속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다시 찾아보니 관련 영상이 있네요. (http://blog.naver.com/jin1400?Redirect=Log&logNo=80064030043) 한 번 즐겨보시길 바랍니다. 


제목: 크로스오버 난장 '야단법석'

일시: 2009년 6월 9일 늦은 8시00

장소: 호암아트홀

배우: Sound Motion WOOM - 남명렬 최수진 박영란 이우영 장연실 한창수 Vaznia Zunik / Black Swan - 김소윤 조아라 김미영 김성원 김서윤 이지선 이루다 /즉흥춤개발집단 몸으로 & 김정완의 Dance Screen - 고상아 김대현 김정수 김정연 손정현 이지은 정옥광 정윤정 최정민 하미희야단법석(野壇法席)




*야단법석 : 야외에 단을 세운 불법을 펴는 자리. 떠들썩하고 시끄러운 모습이라는 뜻


아무래도 이런 우연한 기회에, 좋은 행운을 낚지 않는 이상, 무용극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다보니,크로스오버 난장 '야단법석'의 공연은 익숙지가 않았다. 다만, 자주 보는 영화, 연극이 늘 먹는 밥이라면 생식을 한다는 생각으로 사전정보 없이 찾아간 길이다. 더욱이 소리 +  색채 + 영화 + 움직임을 한데 묶었다는 카피 정도만 숙지한 상태에서는 그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지, 어떤 화학반응을 보일지 예상하기가 쉽지 않았다.


다만, 이전 드물게 몇몇 비슷한 작업을 본 기억을 더듬자면 자칫, 색의 혼합이 검정이 되듯이 뭉개지거나, 혹은 이합집산이라는 느낌을 받았던 정도이다. 세팀, 네 단락으로 구성된 공연은 하나의 통일된 주제로 묶였다기보다는 현대 무용극이 어디까지 왔는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고작해봐야 색다른 경험이라는 정도가 할 수 있는 후기의 전부이지만, 어쨌거나 눈과 귀와 가슴을 최대한 열어두고, 머리는 최대한 뒤로 밀어둔 채 움직임과 소리에 집중을 했다.

 



포즈댄스시어터의 '바츠니아주닉'과 '흑조'는 담고 있는 서사를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하더라도 컨템포러리 재즈라는 장르의 맛을 제대로 알게 한 공연이었다. 7명의 여성 무용수의 힘이 넘치면서도 관능적인 안무 내내 좀처럼 눈을 떼기 힘든 색다른 공연이었다.


'즉흥춤개발집단 몸으로'와 '김정완의 댄스 스크린'의 합동 공연은 사실, 크로스오버에 가장 어울릴만한 작품이었고, 신선했지만 즉흥적인 춤과 영상과의 교합이 어떤 시너지를 냈는지, 영상 속에서 재현된 그들이, 고민을 서로 나누고, 연습에 들어간 그들과 실제 무대에서 그들과 어떤 구분점, 혹은 더 나아간 지점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이 작품을 분석할만한 역량을 갖추지 못한 내 수준에 보다 큰 이유가 있을 것이다.


 


공연 순서상 처음에 오른 사운드 모션 움의 <Mind Game lll -Duet->은 공연 소개처럼 텍스트(흥얼거림 혹은 감탄사), 춤, 악기, 조명이 한 데 어우러지면 어떤 공연이 가능할까, 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준 공연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인상이 깊었고, 색다른 공연이었는데, 베이스 기타와 퍼커션와 피아노가 다른 듯 서로 호응하면서 어우러지는 맛에 우선 마음이 홀렸고, 각 악기에 따라, 빛(조명)에 따라 움직이는 두 명의 무용수는 소리의 이미지화를 능숙하게 잘 소화했다.

 

우리는 저마다 우주의 한 별.

떠돌이 별 혹은 붙박이 별

당신의 별과 내 별은 만날 수 있을까

내 별은 당신별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까

당신과 나는 서로를 비출 수 있을까

우리 서로 빛을 주고받을 수 있을까 그 빛을 받아 빛날 수 있을까

빛과 빛이 부딪치면 소멸할까 아니면 더 빛날까.

 

무대 위의 빛의 동선을 따라 느리게 넘나들면서 내뱉는 신사의 읊조림은 듀엣이라는 제목처럼 소통과 호응을 얘기하는데, 추임새인듯, 감탄사인듯, 이질적인 것들이 어울려 흥이 겨울 때마다 장단을 맞춘다. 


아단법석을 보고 나와서, 엉뚱하게 내가 이 시간에 이 공연을 보지 않았다면 뭘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늘 반복되는 일상이겠지 싶었는데, 익숙하지 않은 근육을 쓰고 난 뒤처럼, 굳은 뭔가가 풀리는 것처럼. 그러니까 소망이 정말로 이루어질지는 모르지만 떠들썩한 법회에서 다 같이 모여 간절히 빌고난  뒤처럼 개운한 그런 기분이었다.*




사진출처 -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