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진홍빛 소녀 2016 종로구우수연극전
일시 : 2016/10/19 ~ 2016/10/26
장소 : 대학로 엘림홀
극작/제작 : 한민규
연출/각색 : 이지수
배우 : 김형균, 박다정
제작 : 극단 M팩토리
주최 : 종로구, 서울연극협회
주관 : 서울연극협회
고아원 출신으로 15세 때 부유한 친척집에 입양 가 명문대학 교수까지 올라간 이혁. 이제 그는 남부러울 것 없는 지위에 재벌가의 장녀이자 피아니스트인 부인, 그리고 딸이 있다. 어느 날, 부인이 연주회를 위해 해외로 떠난 사이 17년 전 51명의 사상자를 낸 고아원 방화사건의 범인이자 옛 연인인 은진이 자신의 집에 찾아온다. 무슨 일로 자실 찾아왔을까, 수많은 의문이 스쳐가는 찰나 은진의 캐리어 안에서 들리는 자기 아이의 울음소리. 은진은 자신이 여기 온 이유를 시간 내 알아맞히지 않으면 아이를 죽이겠다고 협박한다. 은진의 심문 끝에 이혁의 추악한 과거가 펼쳐지게 되는데…. -진홍빛 소녀 작품 소개
2인극을 애써 찾아보지 않는 이유를 들면, 다인극일 때 하지 않거나 벌어지지 않을 군더더기 상황이 보이고 대사가 들리기 때문이다. 적어도 80분 정도 관객을 붙잡고 끌어야한다는 강박이 느껴질 때가 있다는 말이다. <경남 창녕군 길곡면>처럼 수작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감상평을 하자면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 높을 확률로 늘어지는 작품들이 없지 않았다. 또 굳이 이인극일 필요가 없다는 인상을 받기도 한다. 결국 자본 문제인가…? 그러나 극장 밖 현실은 어떤가. 군중 속에서 외로움을 타는 나는 혹은 너는 친구 서넛 이상 모이면 둘 셋씩 따로 이야기한다. 사랑이 그렇듯 또 이별이 그렇듯 우리는 늘 '둘' 사이 일이 벌어진다. 모든 건 너와 나 사이의 일이다.
<진홍빛 소녀>의 주인공들이 그러하다. 어린 시절 고아원에서 만난 소년과 소녀, 그들이 그곳에 오기까지는 많은 사연이 있다. 극중 소녀의 입을 통해 잠시 언급하는 과거는 슬프고 동정이 가지만, 이는 소년과 소녀, 그 둘 만의 사연이 아니다. 둘은 사랑을 하고 섹스를 하고 행복한 가정을 꿈꾸지만 소년이 이모를 만나 떠나자 소녀가 남고 그들은 처음에 그랬듯이 남남이 된다.
소년이 돌아오길 기다리는 동안 소년의 부재는 소녀에게 괴로움이 아니다. 소년은 곧 성인이 되어서 소녀를 데리러 올 것이므로. 그 사이 원장부터 선생부터 같은 처지의 원생들한테까지 고아원에서 당한 잔인한 성폭력은 희망 앞에서 견딜 수 있는 고통으로 순화된다.
극에 드러내지 않아도 많은 일이 있었을 것이다. 이 지점부터 극과 현실의 어디와 혼돈이 오기도 한다. ‘도가니’로 알려진 광주 인화학교의 경우는 일부일 것이다. 아무려나 현실에서 고달픔은 둘 사이 문제이다. 세월이 흘러 소년은 역격을 딛고 열심히 살아 단란한 가정을 꾸렸고 교수가 되었다. 무기수가 된 소녀를 잊은 지 오래이다. 이제 그녀가 찾아와 잊고 싶었던 과거를 끄집어내면서 소년은 다시 질긴 인연에 치를 떤다. 그러나 소녀는 소년이 처음 자신을 맞아두었던 그때부터 십 수 년이 흐른 지금도 '둘 사이 약속'이자 희망을 놓을 수 없다.
놓는 순간 소녀는 더럽혀진 몸과 무기수로 감옥에서 늙어갈 수밖에 없는 현실 외에 무엇도 남지 않는다. 소녀에게 소년은 오빠이자 남편이자 아빠이자 목사님이자 원장님이다. 그가 온전한 희망이니 소녀는 어른이 될 수 없다. 둘이 고아원에서 몰래 불을 질러 과거를 모조리 태워버렸나 싶지만, 그렇게 진절머리 나게 아픈 과거가 다 타버렸나 싶어도 소녀는 어전히 진홍빛으로 타고 있다.
둘 사이 대치를 벌이는 상황에서 몸싸움 장면에서 자연스럽지 않은 부분이 없지 않다. 대치를 유지해야 끌고 갈 수 있는 작품이라 중요하지만, 상쇄하고 남을 만큼 꽉 찬 무대를 보여준다. 몰입도가 높아 영화로 만들어도 좋고, 연극열전 등 대형기획사를 통해 여러 조합으로 배우들을 연결해도 좋을 법하다. 신인배우라면 개성어린 연기로 선보일 수 있어, 충분히 더 큰 화제가 될 만한 작품이다. 사회의 아픔, 그 이면을 드러내는 작품이 가슴 아프지만 현실이라면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이 작품의 소재나 주제가 종종 공론화되긴 하나 미흡할 것이므로 식지 않은 열기가 되길 바란다.*
사진출처 - 서울연극협회, 뉴스컬처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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