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그 여자 억척어멈_원로연극제 2016] 한국정서가 잘 담긴 새로운 어멈의 등장

구보씨 2016. 6. 3. 12:18

제목 : 원로연극제 - 그 여자 억척어멈

일시 : 22016/06/03 ~ 2016/06/17

장소 :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출연 : 배혜선

작 연출 : 김정옥

주최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관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다시 장사가 돼야 하는데.” 억척어멈 대사 중에서. 전쟁 통에 이곳저곳으로 떠돌아다니며 세 아이를 차례로 잃는 억척어멈의 운명을 통해 브레히트는 전쟁의 참혹함을 비판하고 있다. 스웨덴 왕이 전사하고 한동안 평화가 계속되자 억척어멈은 장사가 안 되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전쟁의 참상을 겪으면서도 전쟁으로 이득을 취하려는 어리석음을 잘 보여준다. [네이버 지식백과]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 (낯선 문학 가깝게 보기 : 독일문학, 2013. 11. 인문과 교양)

 

위 인용 글은 브레히트의 원작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Mutter Courage und ihre Kinder]’의 주제라고 봐도 무방하다. 전쟁으로 자식 셋(각각 용기, 정직, 동정심을 상징, 인간의 기본 미덕)을 잃었으나 전쟁으로 이문을 보면서 사는 아이러니를 다룬 이 작품은 어느 진영이나 평화를 비롯해 감언이설의 당위성을 내세우지만 결국 폐허만 남기는 전쟁의 속성을 다른 풍자극이다.



 

원로연출가 김정옥은 작품 가운데, 어머니의 어리석음보다 한국적인 모성애를 부각해 인물을 풍성하게 재조명했다. 사상이나 이념을 덜어낸 대신 “전쟁의 최대 피해자, 어머니의 외침을 듣는다”는 부제처럼 전쟁 와중에 남편과 아들을 잃고 남한으로 피난을 온 50대 연극배우 배수련 1인 4역 모노드라마이다. 극 초반 당시 대거 월북한 예술가들이 북한의 실상을 모르고 허위 선전에 속았다는 식으로 북을 에둘러 비판하는 등 이념대립의 성격이 없지 않아 원작과 거리감이 다소 있기도 하다. (당시 예술가나 지식인들이 월북한 데에는 소련과 미국의 대립, 청산되지 않은 일본 잔재, 공산주의 이념에 대한 순수한 열망 등 남한 상황에 대한 비판 성격이 강하다. 분단 이후 남과 북의 발전이나 북한 독재정권에 의한 숙청 등 결과론의 대입은 무의미하다.)

 

허나 작가이자 연출인 김정옥의 사상을 드러내는 부분은 잠시이고, 브레히트가 사회주의 작가라는 이유로 작품이 통제를 받은 과거 실제 에피소드를 극중 배우의 입을 통해 밝히는 대목에서 보듯 비판은 한 쪽 진영만을 겨냥하지는 않는다. 브레히트 작품이나 들키지 않기 위해 동학 전쟁 당시로 원작의 30년 전쟁의 배경과 시간을 옮기는 과정을 위한 장치라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동학전쟁 당시 일본군과 한패가 되어 동학군을 토벌하는 과정에서 딸을 잃는 억척어멈의 사연으로 모성애를 극적으로 드러내 보이기도 한다.

 



‘원로연극제’라는 어감이 주는 호불호를 의식한 듯 극중 배수련은 2016년 실제 배우 배혜선이 되기도 하고,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방식으로 유행가를 활용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과거 공연의 재현이 아닌 발전한 모습의 작품으로 올리고 싶었다고 볼 수 있다. 


연극배우이자 대형 뮤지컬에서 활약하는 배우인 배혜선의 발탁은 극중 아리랑을 비롯하여 CM송 등 많은 노래를 소화하는 역할로 적격이다. 관객 층마다 남녀노소 호불호가 있겠지만, 노래가 과하다 싶게 쓰인 감은 있다. 지금은 좀처럼 무대에서 쓰지 않는 아코디언을 실황으로 연주해 원작에 비해 한국적인 애달픈 정서를 잘 살려내기도 했다.*

 



사진출처 - 한국문화예술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