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예술비평아카데미 마지막 과제로 쓴 글입니다. 2016년 11월과 12월 광화문은 새로운 민주주의의 역사를 쓴 벅찬 감동이 넘친 장소으로 기억에 남겠지만, 그 직전까지 광화문은 참 미묘하면서도 물과 기름처럼 좁은 공간에서 엉켜 섞일듯 섞이지 않는 서로 애써 외면하는 무덤덤한 공간이었습니다. 2016년부터 명칭을 바꾼 서울거리예술축제 셋째 날 10월 1일, 광화문이 그러했어요. 이 때만 해도 소통의 해방구로 광화문을 전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217.01.01]
오감도烏瞰圖, 2016서울거리예술축제
- 미디어를 통해 재구성한 10.1 세종대로 사거리의 기억
오감도(烏瞰圖)-시제일호(詩第一號)
十三人의兒孩가道路로疾走하오.
(길은막달은골목이適當하오.)
第一의兒孩가무섭다고그리오.
第二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중략)
第十三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十三人의兒孩는무서운兒孩와무서워하는兒孩와그러케뿐이모혓소.
(다른事情은업는것이차라리나앗소)
그中에一人의兒孩가무서운兒孩라도좃소.
그中에二人의兒孩가무서운兒孩라도좃소.
그中에二人의兒孩가무서워하는兒孩라도좃소.
그中에一人의兒孩가무서워하는兒孩라도좃소.
(길은뚤닌골목이라도適當하오.)
十三人의兒孩가道路로疾走하지아니하야도좃소.
-이상, 조선중앙일보, 1934년 7월 24일부터 8월 8일, 15편 연작
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오
본격 광화문 불쇼…'서울거리예술축제 2016' 음악차력극 '굿차'(문화뉴스 기사입력 09-30)
'서울거리예술축제 2016'은 10월 2일까지 서울광장, 청계광장, 광화문 광장 등 서울시 일대에서 열린다. '서울거리예술축제'는 아시아 대표 거리예술축제를 지향하며, 2003년 시작해 올해로 14회째를 맞이한다. 특히 이번 축제는 '하이서울페스티벌'의 새로운 이름으로 진행되는데, '하이서울페스티벌'은 지난 2013년부터 거리예술에 특화된 프로그램을 선보여 왔으며, 올해 그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자 축제 이름을 바꿨다.
10월 1일(토) 저녁, 서울거리예술축제2016(이하 축제2016) 관람을 위해 서울광화문 사거리 주변을 서성이다가 관객 혹은 시민으로 혹은 아해兒孩의 입장에서 느낀 감상을 적은 글이라 거리예술축제에 관한 글로 적당한지 모르겠다. 아울려 축제2016의 개별 작품이나 전체 동향을 분석한 글이 아니므로 공연 리뷰는 더더욱 아니다. 그러나 축제2017이 열린다면 축제 이전에 거리에서 벌어진 상황을 조감한 누군가의 생각도 고려해봄직하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시민들은 축제2016보다 다른 무언가를 더 강렬하게 기억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축제2016이 ‘아시아 대표 거리예술 축제’라는 발언이 언론([플레이투스테이지] ‘서울거리예술축제를 亞대표 축제로!…서울문화재단 축제팀장 장재환’ 문화뉴스 201611-04)을 통해 들린다. 그렇게 하고 싶다는 소망이랄지 의지랄지 공약이랄지 행사 전에 이런 얘기는 들은 적이 있는데, 한 달 여가 지난 지금 은근슬쩍 완성형이 됐다.
극단 KTO(폴란드)의 '순례자들' 광화문 공연 장면
올해는 특히 거리예술의 대표 장르인 현대 예술서커스 '소다드, 그리움'(프랑스) '니딥'(호주),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프랑스) 등 다수의 서커스 작품과 작품성을 인정받은 국내의 대표 거리예술 작품들이 축제를 통해 선보였다. 이런 참가단체를 봤을 때 명실상부 대한민국 대표, 아시아 대표 거리예술축제로 그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확하게 기사를 옮기자면 위와 같은데, 정부홍보지에 실린 자화자찬이라고 이해해도 좀 과하다. 축제 규모나 해외 서커스 단체들을 초청하는 정도를 염두에 두었다면 더더욱 동의할 수 없기도 하다.
‘서울 시민의 날' 이 2003년 이후 '하이서울페스티벌'로 바뀌었고 10여 년을 걸쳐 모호한 정체성을 정리하는 의미로 올해부터 공식 명칭을 거리예술축제로 바꿔 올린 첫 번째 행사로 거리예술의 새 장을 여는 축제로 기대가 컸다. 축제2016이‘거리’의 예술을 다루는 축제로 적합했는지, 혹은 소개말처럼‘서울 거리 곳곳을 누비며 익숙했던 도시 공간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고 그 기억은 우리의 기억이자 서울의 이야기’가 될 수 있었는지, 주로 당시 언론 보도를 통해 한국 사회가 이날 서울 광화문을 어떻게 기억하고 다루고 있는지 짚어보겠다.
길은 막다른 골목이 적당하오
거리예술계는 지난 10여 년간의 양적성장에도 불구하고, 작품, 축제, 정책에 대해 충분히 되돌아보지 않고 달려왔다. 담론과 이슈가 형성되지 못했다. 거리예술생태계가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만들어지지 못하고, 소수의 정책에 의해 부실하게 양적으로 축적된 측면이 있다. 그 결과 질적으로 답보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거리예술의 개념이 정립되지 못하고, 지자체의 편의상의 개념으로 전락한 경향이 있다. 축제의 부대행사, 데커레이션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그러하다.
- 공연기획 연출가 이철성 ‘거리예술 창작자의 시선으로 본 거리예술 비평의 필요성 & 거리예술 작품분석의 기준들’ 2016. 중에서
한국 거리예술의 발전사에서 거리예술축제를 따로 떼어낼 수 없다. 뮤지컬 흥행에 따른 대형 극장 및 국공립극장 건립 등 10년 사이 공연계의 변화에도 관객(시민)들이 거리예술을 즐길 만한 여건이나 분위기가 전혀 조성되지 않은 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서울을 비롯한 몇몇 축제가 거리 예술의 주요한 소통창구 역할이다. 앞서 아시아대표 거리예술축제로 꼽는 이유로 든 해외 초청 극단의 대형 공연이 눈에 익은 관객들이 소규모 한국 거리예술의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우려스럽기도 하다. 좋은 해외 거리공연을 소개하는 한편, 국내 거리공연 발전을 같이 도모하려고 노력한다고 보지만, 명칭을 바꿔 1회를 달고 열린 행사치고는 그간 하이서울페스티벌과 큰 틀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보여줬는지 의문이 든다. 그간 예술가나 비평가들이 제기한 양적 성장에 가려진 논점이 축제2016 이후 달라지리라 보지 않는다. 거리예술을 하는 입장에서 보면 여전히 막다른 골목을 향해 달려가는 식이다.
프로젝트 곧ㅅ '위로We_low' 광화문 공연 장면
제1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 2016세종페스티벌 ‘가을소풍'
“세종문화회관 앞마당으로 가을소풍 오세요” (파이낸셜뉴스 기사입력 2016-09-28)
맑은 가을 하늘 아래 온 가족이 함께하는 문화예술축제 '2016 세종페스티벌-가을소풍'이 내달 3일까지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일대에서 펼쳐진다. 우리 전통예술을 비롯해 버블아트, 마임, 서커스 등 거리예술과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응원하는 '미디어 파사드' 영상, 시민들이 참여하는 시민예술축전도 열려 풍성한 축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세종문화회관 주변 축제2106 공연 일부를 세종문화회관은 2016세종페스티벌‘가을소풍’의 협력프로그램으로 소개했다. 주최가 다른 공연을 두고 각자 성과로 소개하는 경우도 납득이 가지 않지만 소풍 길에 벌어진 세월호 비극을 추모하는 천막 주위에서 여는‘소풍’이라 불리는 행사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기사처럼 세종페스티벌이 좋은 취지로 열렸을 것이고, 가볍게 받아들일 수 있는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정말 그렇다면 그들의 순수한 무지에 의해 이날 광화문 거리는 더욱 그로테스크해진다. 주최를 했던 협력을 했든 축제2016 역시 이런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세월호 천막을 지척에 두고 연기를 하는 해외 초청 예술가들의 입장이 어떠했을지, 아무렇지 않게 웃고 즐기는 한국인들을 어떻게 바라봤을지 궁금하다. 광화문광장 공연 중 ‘몸을 매개체로 아픔과 슬픔을 함께 소리쳐 주고, 울어주고, 안아주는 온기 있는 작품’을 선보인 프로젝트 곧ㅅ의 [위로We_low] 가 광화문 거리 상황과 그나마 어울리는 작품이었다. 2016안산국제거리극축제 창작지원작인 <위로>는 극단 의도였는지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으나 안산에 이어 광화문까지 진행형인 세월호 비극을 보듬는 작품으로 유일한 공연이었다. 프로젝트 곧ㅅ이 무대로 사용한 지하도 안쪽에는 중증장애인 농성장이 있었다.
제2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 서울거리예술축제2016 VS 2016지산밸리록 페스티벌
'서울거리예술축제', 2일(일) 우천으로 취소(시사위크 기사입력 10-02)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주철환)은 2일(일) 18호 태풍 ‘차바’의 북상으로 중부지역에 시간당 50~100mm의 호우가 예상되어 같은 날 열릴 예정이었던 <서울거리예술축제2016> 마지막 날 행사를 전면 취소한다고 밝혔다. 거리에서 진행되는 공연뿐만 아니라 문화역284 등 실내에서 진행되는 행사도 모두 취소된다. 서울거리예술축제2016 김종석 예술감독(용인대 연극학과 교수)은 “오랫동안 준비해온 국내외 거리예술작품을 모두 선보일 수 없게 되어 유감”이라며, “축제 폐막일 진행 취소는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결정한 사항인 만큼 시민들의 너그러운 양해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10월 2일 서울의 기상청 공식 일별 자료를 보면 ‘평균기온:19.0℃ 최고기온:22.4℃ 최저기온:16.7℃ 평균운량:9.8 일강수량:18.5mm’였다. 결과론이지만 이 정도 날씨라면 쾌적한 환경에서 거리예술을 즐길 수 있었다. 가장 큰 메인 행사인 폐막식 취소를 시간당 100mm의 비가 내린다는 기상청의 오보 탓으로만 돌릴 수 있는가. 10월에도 종종 태풍이 올라오고 또 비가 내린다. 앞으로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변수는 더 늘어날 것이다. 거리예술은 쾌적해야만 가능한가, 거리는 그렇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없으며, 날씨가 아니더라도 거리에서는 우발적인 상황은 언제든 일어난다.
'10월의 불청객' 미세먼지… 내년 3월까지 고농도 주의보 (머니투데이 기사입력 2016-10-16)
계절적 요인에 중국발 대기오염물질 유입↑… 대기순환 어려워 ‘축적→일시 해소→축적’ 반복할 듯
많은 예산을 들여 축제를 준비하면서 날씨 등 현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은 앞으로 고민할 부분이다. 공연의 실내 전환 가능성을 타진하거나, 혹은 비(혹은 물)를 활용하는 작품 섭외 및 개발이 필요했다. 이런 식의 무대응이라면 개막부터 행사 전체가 취소될 수도 있었음에도 대응책이 없었음을 드러낸 셈이다. 날씨가 고려 대상이라면 서울 광장 및 광화문 주변 도로에서 차들이 내뿜는 미세먼지를 비롯한 매연 등 대기오염은 고려대상이 왜 아닌지 묻고 싶다.
지산 밸리록 페스티벌,'폭우 속 푸쳐핸섭!'(OSEN 기사입력2016-07-24)
24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지산포레스트리조트에서 '2016 지산 밸리록 뮤직앤드아츠 페스티벌'이 열렸다. 혁오가 화려한 공연을 펼칠 때 음악 팬들이 폭우 속에서 음악을 즐기고 있다.
비가 오는 서울 거리가 시민의 안전을 고려해야할 만큼 위험한가. 허나 일정량의 폭우에 열리는 야외행사는 국내외 축제에서 비일비재하다. 비는 색다른 재미를 주기도 한다. 10월 1일 축제위원회의 대응은 거리예술에 대한 협소한 개념을 드러냈다. 또한 ‘거리예술은 작품 자체로 미완성이고 하나의 공간을 점유하고 관객이 모인 상태인 공공무대가 구성된 상황에서만 완성’(조동희 거리예술창작센터장, 거리예술의 개념과 현황. 216)된다는 기본 정의에도 관객을 통제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13인의 아해는 무서운 아해와 무서워하는 아해와 그렇게뿐이 모였소
(다른 사정은 없는 것이 차라리 나았소) : 진상규명 문화제 혹은 反정부투쟁
‘세월호 참사 900일 문화제’ 광화문서 열려 (국민일보 기사입력 2016-10-02)
4·16 세월호 참사 가족 협의회와 4월 16일의 약속 국민연대가 주최한 ‘세월호 참사 900일 문화제’가 10월 1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같은 날 오후 열린 ‘백남기 농민 추모대회’ 참가자를 포함해 유가족과 사회단체, 종교계를 비롯한 시민 5000여명이 광장에 모였다. (…)
‘민노총-백남기 시위대’ 도로 점거...더민주 의원들, 경찰에 “길 터라”(뉴데일리 기사입력 2016-10-02)
(…) 진보진영은 민주노총과 전농, 시민사회단체 등 ‘투쟁 역량’을 총 동원해, 反정부투쟁의 勢를 과시했으나, 시민들의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대부분의 시민은 이들의 집회 및 가두행진을 물끄러미 바라보거나, 꽉 막힌 교통체증에 불편한 반응을 나타낼 뿐, 이들의 행진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시민은 많지 않았다. (…)
10월 1일은 세월호 참사 900일이자, 지난 9월 25일 사망한 故 백남기 농민의 추모행사가 열린 날이기도 하다. 저녁 7시 즈음, 종로 쪽에서 올라오는 집회참가자들을 막기 위해 광화문사거리를 에워싼 경찰들의 맨 뒷줄에서 도로를 통제하던 친절한 20대 의경의 입을 통해 전해 들어 안 사실이다. 나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공연을 보기 위해 가는 도중이었는데, 방금 전까지 친구들을 이끌고 다니던 거리예술 비평가 적어도 적극 참여 관객이었다가 정작 거리에서 벌어지는 절박한 사정에 둔감한 1인이었다가 어떤 기자가 보기에는 집회 참가자였다가, 또 다른 기자가 보기에는 짜증을 내는 시민이기도 했다.
광화문 사거리에서 경찰의 야광봉 지시에 무단횡단하다 내 스스로 생각해도 내가 누군지 어떤 아해인지 몰라, 지금 상황이 무서운지 무서워해야 하는지 혹은 우습지도 않은지 얼이 빠져 있는데, 길이 막혀 짜증난 누군가가 울리는 경적 소리에 깜짝 놀라 쫓기듯 거리를 빠져나왔다.
70년대와 80년대에 걸쳐 민주화 운동을 지속해왔던 우리의 경우, 정치 운동이 대중의 일상과 긴밀하게 연결되지는 못했다. 따라서 정치적 민주화와 문화적 민주화가 서로 다른 시차를 갖는 특이한 경험을 겪고 있는 셈이다. (…) 기관이 관리하는 ‘거리예술화’ 는 거리예술이 지향하는 민중성, 다양성, 급진성, 표현의 자유(시위와 데모) 등의 거리 문화적 요소들을 억압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관 주도의 축제는 정치적이고 행정적인 이유로 거리예술 콘텐츠를 변형, 축소, 삭제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었다.
- 공연비평가 정진세 ‘한국거리예술의 흐름’2016 중에서
비가 내리는 서울 광화문 사거리는 무서운 곳인가, 비가 고여 146mm 6825톤 세월호가 잠길 정도로 비가 내리니 그러한가, 혹은 싱겁게 기상청 오보로 가랑비가 내렸으니 물대포라도 준비하고 있어야 하는가. 거리에서 비든 물대포든 눈물이든 땀이든 침이든 황급히 피해야할 무엇이고, 이런 와중에 누군가는 무섭고 누군가는 무서워하고 누군가는 무섭지 않다. 그 자리에 모인 13인의 아해는 각자 다른 생각에 빠져 있고, 13인이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고, 그저 13인이 모였다, 혹은 130인이 모였다는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길은 뚫린 골목이라도 적당하오.) 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지 아니하여도 좋소 :
동시대성이 무효가 되는 탈색한 덧칠, 눈 먼 자들의 도시
서울거리예술축제2016’ 거리예술 수준 높였고 시민들과 폭 좁혔다. 행사 마지막 날은 우천으로 공연 취소(독서신문 2016-10-04)
지난달 29일부터 열린‘서울거리예술축제2016’이 지난 1일 공연을 끝으로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올해 축제의 시작은 플랫폼창동61을 시작으로 망원1동과 길음 1동 등 시민들의 일상공간인 ‘마을’ 곳곳에서, 이어 서울광장과 청계광장 등 도심의 광장과 거리에서 진행됐다. 폐막일 공연이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전면 취소됐지만 주최 측에 따르면 이틀간 펼쳐진 ‘마을로 가는 축제’에 참여한 12,000명을 포함, 나흘간 총 75만 3천명의 시민들이 방문해 축제를 즐겼다. (…)
거리예술 수준을 높였고 시민들과 폭 좁혔다? 기사를 보고 있으면 내 기억이 맞는 기억인지 다시 헷갈리기 시작한다. 대학로에서 광화문까지 추모제 참여 인원은 주최 측 추산 3만 명, 경찰 추산 5천명이니 오락가락, 753,000명에서 이틀 치 12,000명을 빼고 남은 금토 방문객 738,000명을 다시 나누면 내가 종일 오갔던 10월 1일 토요일에 적어도 369,000명이 왔다는데 난 왜 그 많은 13인의 아해를 보지 못한 것일까?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 오가는 곳은 장소가 아니라 공간이며, 그 공간마저도 현실의 공간이 아니라 유령들이 ‘소풍’을 나선 기괴한 거리이거나 혹은 눈 먼 자들의 도시(축제2016공식초청작 <눈 먼 사람들> 극단 KTO/광화문북측광장/10.1(금) 21시/ 폴란드의 원작 소설)가 된다.
장소 場所 PLACE : ‘곳’ 특정한 지역이나, 지형, 인위로 만들어진 지리적 실재. 공간만이 아니라 그곳에 사물이 있고, 생명체가 있고, 벌어지는 사건들에 의해서 감정과 행위에 따라 의미가 발생.
공간 空間 SPACE : 비어있다는 뜻이 아니라 ‘스스로 아무 성격을 가지지 않음’, 무자성Non Self-identity.
- 창작그룹 노니 프로듀서 박지선 ‘Site specific Performance’ 중에서
우리는 보고 싶은 대로 본다. 거리예술을 하면서 관객을 정량화한다는 건 무의미한 짓이다. 더욱이 있지도 않은 허구의 숫자를 대입하는 건 더욱 그러하다. 어떤 식으로 계산을 했는지 모르겠으나 같은 계산식을 적용하면 900일 넘게 광화문을 지키는 중인 세월호 분향소를 찾은 추모객은 1억 명이 넘을 것이다. 축제2016으로부터 한 달이 흐른 11월 현재, 서울광장과 광화문 광장은 ‘5% 지지율’을 보이는 현 정부를 두고 엄청난 열기로 들끓고 있다. 거리의 상황은 시시각각 변한다.
내년 10월에는 안산시민들이 광화문 광장 천막대신 안산 집에서 잠을 자고, 농민들이 집회 버스대신 남산 관광버스를 타고 광화문 사거리를 지나갈 수 있는 시절이 올까. 그리고 서울시민들이 마음 편히 광화문에서 ‘소풍’을 즐길 수 있게 될까. 아무려나 거리 현장을 반영하지 않는 거리예술이, 서울 시민들의 의지가 모이는 세종대로 사거리를 두고 동시대성을 고려하지 않는 서울거리예술축제가 거리예술에 적합한 기획인지 고민하길 바란다.
뉴데일리 기자의 눈으로 통해 바라본 10월 1일 세종대로 사거리를 빗대 인용하자면 앞으로도 이런 식의 기록만 남을 수도 있다. ‘대부분의 시민은 [ 축제2017 ]을 물끄러미 바라보거나, 꽉 막힌 교통체증에 불편한 반응을 나타낼 뿐, [ 거리예술가들의 공연 ]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시민은 많지 않았다. (…)’
13인의 아해 중에 누구의 말이 진실인가. 혹은 누가 진실을 숨기고 있는가*
사진출처 - 서울시, 국민일보, 뉴시스, OSEN, 문화뉴스, 뉴데일리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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