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원 외

[뛰다 튀다 타다] 협업 이전에 중요한 점은

구보씨 2010. 4. 17. 11:50

2009년 이후 2011년까지 3년 정도 매년 올랐던 공연입니다. 나름 레퍼토리 공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포스터 소개처럼 '퍼포먼싱 콘서트'라는 한때 유행을 했던 협업 공연입니다. 하지만 리뷰에서 썼듯 얼개가 빠진 공연은 각자 최고의 전문가들이 최선을 다했으나, 그 조율이 원활치 않았거나 서로 배려를 했거나, 협업으로 완성도가 높은 편은 아니었다고 기억합니다. 2011년 공연을 보지 못해, 판단하기는 힘들지만 참여 배우들 면면이나 나아졌지 싶은데요. 아무려나 국립극장이 새롭게 바뀐 이후, 없어진 공연 중 하나입니다. 아이디어를 무대 위로 옮길 때, 몇 가지 교훈을 주는 작품이라고 봅니다. 나름 새로운 시도가 돋보인 작품이기는 합니다.  


이번 주(11월 2일)부터 올라가는 단테의 신곡을 보면 장르는 연극이지만, 국악 관현악단 등 많은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주연인 베아트리체로 등장하는 배우도 연극배우가 아닌 판소리를 하는 정은혜 씨입니다. 아직은 협업보다 한 장르 내에서 연출가가 중심을 잡고, 그 안에서보강하는 차원이 나아보입니다. [2013.10.31]


제목 : 뛰다 튀다 타다

기간 : 2010/04/17 ~ 2010/04/17

장소 :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출연 : 그 - 연재호 / 그애 - 박애리 / 그놈 - 팝핀 현준 / 선배 - 남상일 / 분신 - 조용진, 이민주 / 세컨드 네이처 무용단 / 국립국악관현악단(지휘 원영석)

대본 : 홍석환

작곡 : 장영규, 김만석

연출 : 이재성

주최 : 국립극장

주관 : 국립관현악단


(*아래 공연 사진은 2009년 공연 당시 사진입니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야심찬 젊은 국악 프로젝트,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 국악계의 거장 황병기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이 총 지휘를 맡은 <뛰다 튀다 타다>. 국립극장 소속 국악 관련 공연 프로그램은 시설, 지원, 배우, 구성 등 좋든 나쁘든 대한민국 국악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자리이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할 수도 있다는 공연이다.

 

‘<뛰다 튀다 타다>는 형식적으로는 장르의 벽을 철저히 깨고 음악을 중심으로 극적 스토리와 영상, 무용, 퍼포먼스가 유기적으로 엮어지며 마치 잘 짜인 그림 같은 뮤직비디오를 입체적으로 활용하여 음악과 영상을 통한 극적 진행을 극대화 한다. 또한 다양한 무대장치를 이용하여 역동적인 연주 형태를 보여주는 등 기존의 국악관현악 공연과는 차별화되어 살아 움직이는 공연 무대를 연상하면 된다. 대형 LED 화면을 통해 쉴 새 없이 흘러가는 영상들과 굵직한 뮤지컬의 무대디자인을 도맡아 온 무대디자이너 박성민의 감각적인 무대는 젊은이들의 눈을 만족시킬 만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뛰다 튀다 타다>는 작품 소개에서 더도 덜도 아닌 그 만큼의 무대를 선보인다. 들인 공과 노력을 생각하면 단 하루 2번 공연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국립극장을 전용 무대로 사용하는 국립관현악단의 연주 실력도 나무랄 데가 없다. 다만 이날 공연을 보면서 느낀 부분인데, 서양 오케스트라 구성을 쫓은 국악관현악단 구성은 바이올린 파트를 맡는 해금이나 첼로 파트를 맡는 가야금 등 서약 악기 구성과 차이 때문인지, 음색이 제대로 들리지 않거나 살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극장 구조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고, 또 현대식으로 구성한 음악(드럼 기타 등 차용)인 이유도 있을 것이다.


한 주 전에 <춘향2010>에서 춘향 역을 맡았던 국립창극단 단원 박애리가 ‘그애’ 역으로 출연하는 모습도 색다르다. 전통적인 춘향과 신세대 여성을 오가는 모습이 소소한 재미거리이다. 다만 춘향에서 자연스러웠던 소리가 뮤지컬 형식을 따른 편곡에서는 다소 어색하게 들린다. 첫 번째 공연 당시 무리를 한 탓인가 컨디션이 안 좋아 보이기도 했는데, 발성의 차이에서 오는 느낌인지는 확실치 않았다.



 

하자만 <춘향2010>을 통해 그녀의 실력을 확인한 바 있다. 박애리의 경우를 든 이유는 ‘젊은 관객층을 공략하기 위하여 기존 국악 연주회의 개념을 뛰어넘어 혁신적으로 선보이는 신 개념 음악회’라는 퓨전 형식의 공연이 과연 성공적인가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극 전체적으로 뭔가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인상이 단순히 취향의 문제일 수도 있고, 앞으로도 계속 보완할 문제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국악 침체, 뮤지컬 성황인 현실을 떠올리면 그 접목 지점을 찾는 작업 역시 쉬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저러나 다른 부분은 제쳐두고라도 대본과 구성이 좀 실망스럽다. 그, 그애, 그놈 사이의 삼각관계가 이 공연을 끌어가는 이야기의 중심축인데, 이 세 명의 관계는 처음부터 끝까지 피상적이고 헛돌기만 한다. 솔직히 말하면, 만나고 헤어지는 상황에 대한 플롯이 없다. 그애가 그놈이 헤어지고, 그에게 다시 돌아가는 마무리는 좀 의외였다. 이토록 안이한 전개라니! 다양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위한 얼개 수준이라는 건 알지만 20~30대가 화려한 볼거리에만 치중한다고 생각한다면 고려해 볼 만한 판단이다.

 



‘올해는 지난해 미흡하였던 부분들을 크게 수정 및 보완하고 영상의 활용 폭을 넓힌다. 또한 음악의 대대적인 편곡과 과감한 캐스팅을 통하여 극적 음악적 요소를 크게 업그레이드 시킨 작품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라고 포부를 밝혔다면 수정 보완이 가장 먼저 어떤 지점에서 이루어져야 하는지 좀 더 생각해 봐야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들인 공과 수고가 너무 아깝다. ‘한류스타 팝핀 현준과 타악주자 연제호가 벌이는 타악과 랩의 한판 배틀’이 각자 따로 노는 퍼포먼스가 되어버린 이유를 곰곰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 개개인의 실력 문제가 아니다.*




사진출처 - 국립극단/국립국악관현악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