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발레 서커스 판타지 시르크 넛 : Cirque Nut
부제 : 아트 서커스와 클래식 발레와의 만남 2009 호두까기 인형
기간 : 2009년 12월 4일 ~ 2009년 12월 31일
장소 : 올림픽공원 한얼광장 빅탑 씨어터
출연 : 벨라루스 국립 서커스단, 벨라루스 국립 발레대학
Drosselmeyer / Daniel Squire
Main Character / Aerial Hoop
Masha / Catherine, Aleksandra Chigik
Nutcracker , Prince / Kostya Geronik, Lgor Artamonoy
기획 : J&S 인터내셔널
후원 : 주한 벨라루스 대사관
무대극 확장
연극을 보다보니, 무용과 미술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일었다. 객석에서 보는 4각 프레임과 그 안에서 배우들의 몸짓이 꼭 한 편의 회화를 보는 듯 했다. 이른바 미장센이라는 개념일 것이다. 또 배우들의 동선이나 움직임이 쫓다보면 막간에 삽입되는 음악과 어스름한 조명 아래에서 묵묵히, 하지만 빠르게 정확하게 소품을 정리하고 재배치하는 배우들과 스텝들을 모습에서 리듬감을 보게 된다. 다양한 장르가 한 곳으로 모여드는 무대의 매력을 제대로 알고픈 욕심에서 미술관련 책을 사고, 당최 이해하기 힘든 무용을 찾아다니면서 봤다.
무대극의 매력이란 그런 것이다. 내가 기존에 알고 있는 방식, 관습, 지식으로는 해석이 되지 않는 무언가의 결정체. 첨단 방식인 영화나 TV가 영원히 따라잡지 못할 ‘무언가’였다. 3D에 대한 발전이 어떤 세상을 열지 기대가 따른다지만, 아무리 현실을 모방한다고 해도 실제 숨을 쉬는 배우들과 서로 맞닥트린 상황과는 분명 다른 식의 발전과 구현일 것이다.
물론 그간 만난 모든 무대극이 다 짜릿하지는 않았다. 장르 특성상 상대적으로 제작 여건이 어려운 무대 위에서 종종 덜 성숙한 실험이 종종 펼쳐지고는 했다. 허나 과정으로 이해하면, 즐길 수 있었다. 올해 9회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를 비롯해 찾아보기만 하면 수준 높은 공연을 만날 수 있었다. 내가 찾아본 공연은 고전 발레가 아닌 현대 무용 위주의 공연들이었는데, 발레를 부러 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관심이 좀처럼 가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아트 서커스 그리고 클래식 발레
그러나 피카소가 추상화 이전에, 구상화를 그리기도 했듯이, 새로운 시도는 탄탄한 기본 위에 가능하다. 현대무용의 근간에는 클래식 발레가 있다. <시르크 넛>은 ‘아트 서커스와 클래식 발레와의 만남 2009 호두까기 인형’이라는 부제처럼, 동화와 서커스와 환상적인 무대가 함께 하면서, 위에서 언급한 현실에서 구현되는 서커스 무대의 스릴에 클래식 발레의 아름다움까지 더불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공연이다. (실패든 성공이든 결과가 나온 녹화방송으로 서커스를 보는 건 생각해 보면 의미가 없다.)
‘러시아 벨라루스 국립서커스단과 벨라루스 국립발레대학 출신을 중심으로 공개오디션을 거쳐 선발했으며, 세계 최고 수준의 기량을 갖춘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는 소개처럼 배우들이 펼치는 발레 실력이나 서커스 수준은 과연 “예술”이라는 찬사를 받을 만했다. 한국의 마지막 서커스단인 동춘 서커스의 해단 소식이 들린 와중이고 보면, 앞으로 서커스의 진수를 볼 수 있는 무대는 <시르크 넛> 같은 대형 공연에서나 가능할지 모르겠다.
고물과 고전의 차이, <시르크 넛>을 비롯해 아트 서커스라 불리는 서커스 무대는 그 힘든 계단을 무사히 뛰어 넘었다. 서커스와 발레는 가장 고전적인 볼거리라는 공통점을 가졌지만, 쇼인 서커스와 진중한 발레의 만남이 새로운 시너지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제대로된 서커스와 발레를 경험한 적이 없는 입장에서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시르크넛>은 꽤 만족스러웠다.
빅탑 씨어터
빅탑 씨어터의 원형 무대는 발레의 턴과도 잘 어울리고, 하얀색 반구형 돔의 극장 자체는 ‘호두까기 인형’ 배경인 유럽 북구 화이트 크리스마스와도 잘 어울린다. 올림픽공원 한얼마당에 이동식 천막 극장으로 자리 잡은 빅탑 씨어터는 서커스 특성상 무대 제약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적절한 선택하다. 앞으로 ‘내년 벨라루스 민스크 40회 공연 확정, 영국, 스페인, 중국 등 투어가 예정’된 상황에서 보면 처음부터 세계를 무대로 제작된 공연이라는 점을 극장이 그 위용으로 잘 보여준다.
20도에 맞춘 실내 온도(온풍기)가 적절하지만, 관객에 따라서는 쌀쌀하게 느낄 수도 있고, 무엇보다 의자가 플라스틱 의자라 아이들이나 나이 지긋한 분들은 다소 불편함을 감안해야 한다. 혹시 모를 사고 시 대피할 수 있는 비상구가 마련되어 있지만 진입 계단이 좁은 편이라 접근성이 좋은 편은 아니다. 인터미션 때 무대와 연결된 작은 반구형 공간에서는 커피나 간단한 간식을 팔고, 공연 관련 아기자기한 기념품도 같이 판매한다. 하지만 포토존이 따로 마련되지 않은 점은 다소 아쉽지만 얼마든지 보완가능한 점이다. 둥근 자궁을 닮은 빅탑 씨어터는 그 이름처럼 새로운 세계를 넘나들면서 문화상품의 탑을 탄생할 수 있을 지 기대된다.
시르크넛의 즐거움
아이들을 데려온 가족 단위 관객들이 많았는데, 클래식한 발레 장면에서 아이들이 지루할 수도 있지만, 다양한 볼거리가 바로바로 이어지다 보니 꽤나 반응이 좋다. 아트 서커스의 대명사인 태양의 서커스 출신들의 서커스는 난이도 높은 묘기를 선보인다. 큰 틀에서 ‘호두까기 인형’ 전개를 따라가는 만큼 ‘호두까기 인형’ 줄거리나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모음곡에 대한 사전 이해가 있으면 한층 <시르크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이는 역으로 사전 정보 없이 찾았을 때, 자칫 화려한 넌버벌 퍼포먼스를 즐기고 가는 선에 그칠 수도 있다. 발레와 서커스만으로는 사전 이해 없이 전개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은 한계가 있다. 이런 점은 극장에서 파는 팸플릿 구매를 통해 보충할 수 있지만, 아이들이나 어르신들을 위해 사전에 영상을 통한 소개가 이어지면 좀 더 나은 서비스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00분 공연에 인터미션 20분은 다소 길게 느낄 수도 있는데, 서커스 무대 설치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다만 영상 활용과 음악 활용을 통해 좀 더 전반부의 감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서커스의 묘미인 광대가 등장해서 막간을 흥미진진하게 끌어갈 수도 있다. 아이들은 전반부 마지막 눈 효과를 낸 색종이에 강아지처럼 좋아했는데, 이런 점을 눈여겨봐서 활용할 만하다.
‘호두까기 인형’의 새로운 변신, 그 중심에 한국이 있다. 올 겨울 전 세계적으로 초연하는 <시르크 넛>은 처음부터 문화 수출을 겨냥해 제작되었으며, 국내 공연기획사가 세계시장을 겨냥해 이처럼 대형작품을 제작하는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시르크넛 홈페이지 소개
이 공연에 기대를 가진 이유는 외국 출신 출연진 뒤에 한국의 기획력을 더해 탄생한 작품이라는 점 때문이다. 세계적인 공연 기획과 진행 경험은, 아직 관광 상품 수준에 그치는 한국전통 문화상품의 세계화에도 좋은 영향을 주리라 본다. 첫술에 배부르랴, 는 속담을 새겨들어야겠지만 한국에서의 첫출발이 세계로 도약하는 다리 힘을 충분히 기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발레극 호두까기 인형이나 아트 서커스는 유럽에서 파생한 작품인 만큼 철저한 준비와 검증이 뒤따르지 않으면 해외 공연의 성공을 가늠하기가 힘들 수도 있다.*
사진 출처 - 시르크넛 공식 홈페이지(www.cirquenu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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