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원 외

[꼬리에 꼬리에 꼬리에 꼬리를 잡고] 가봤던 그 곳

구보씨 2010. 6. 25. 13:02

숭숭 가무단은 소리와 움직임이 함께 하는 다원 예술 단체이다. 지난 3월 시집과 음반을 발표 했으며 이번 공연에서는 발매했던 음반을 주제로 다양한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전 공연 입장료 1만냥, 광진구민, 중고생 3천냥, '가본곳에 가보자' 공연 티켓 소지자 5천냥


첫 번째 공연 - 어쿠스틱 퍼포먼스 공연, 숭숭가무단 ‘꼬리에 꼬리에 꼬리에 꼬리를 잡고’ 

2010년 6월 25일 ~ 26일 금(오후 8시),토(7시) / 입장료 : 1만냥


둘 번째 공연 - 마호가니 킹 ‘마치 첫 번째 공연인 것처럼’

2010년 7월 3일 토요일 오후 7시 / 입장료 : 1만냥


셋 번째 공연 - 제이신 ‘너와 나 단 둘이서’

2010년 7월 11일 일요일 오후 7시 / 입장료 : 1만냥


넷 번째 공연 - 아라만 날씬한 홍아라 ‘에네르기파가 없어 졌어’

2010년 7월 18일 일요일 오후 7시 / 입장료 : 1만냥


다섯 번째 공연 - 노래하는 이말씨, 춤추는 아휘 ‘홀쭉이와 뚱뚱이’

2010년 7월 21일 수요일 오후 8시 / 입장료 : 1만냥

 

어떤의 작업실이며 방이며 공연장인 ‘가본곳’에서 이미 본 것 같은 공연이 펼쳐집니다. 모든 공연은 예술가가 직접 기획 제작 하는 공연이며 감성적으로 경제적으로 인간에게 이로운 공연이 될 것입니다. 전 공연 예약제로 운영되며 홈페이지 www.eotteon.com 를 통해 신청해 주십시오.  - 주최, 주관, 기획, 제작 및 북 치고, 장구 치고 : 어떤


어떤, 에서 화장실을 다녀오느라 미처 쓰지 못한 게 아니라, 기획단 이름이 '어떤'입니다. 소개도 그렇고 자체로 재기발랄하여 그대로 따았습니다. 홈페이지는 닫은 듯한데요. 검색해보니 페이스북이 있어요. 2013년 7월 이후 올라온 소식이 없긴 했지만 왠지 반가웠습니다. 젊은 예술가들이 지원이나 제도에서 벗어나 소그룹을 지어서 독립노선을 걸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지금도 끈질기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기도 한데요. 하지만 제가 아는 선에서 그들이 가진 능력과 상관없이 재정적인 이유 등으로 해체가 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 험악한 세상에서 해체와 결집이 자유로운 건 나름 예술가들의 무기이기도 할 것입니다. 광진구에 공연장이라 당연하기도 할텐데, 당시에는 좀 낯설었습니다. 그럴듯한 국공립극장이 아니면 뭐지? 했던 시절이지요.

 

제가 본 작품은 밑줄을 친 첫 번째 작품이고, 둘 번째 셋 번째 등은 오타가 아니라 소개글을 그대로 옮겨서 그렇습니다. 포스터가 참 특이하지요? 요사이 요지경 세상 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당시 월드컵 기간이었고, 16강 진출 소식이 있네요. 여러모로 겁없는 젊은이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 광진구민들이 아메리카노 한 잔값 정도면 볼 수 있는 문화 공간을 잃었다니 좀 후회를 하고 있지는 않을지 모르겠네요. [2014.05.28]


 

공연 제목만으로 당췌 무슨 작품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대학로, 신촌, 홍대에서 멀리 떨어진 한적한 광진구에 위치한 공연장 이름 역시 '가본곳'이다. 그 앞에 '처음' 혹은 '두 번째' 혹은 '여러 번'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면서 관객들이 하나 둘씩 자리를 잡는다. 이름보다 범상치 않은 숭숭가무단은 제2회 CJ영페스티벌 무용부문 UCC 우수작품상을 수상하는 등 나름 '노래와 춤을 잘 버무린 전위적 공연단체'로 솟구쳐오르는 젊은 집단이다.

 

이들을 뭐라고 정의내리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다만 이들이 하고자 하는 얘기나 방식이 기존틀과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과 그렇다고 무질서, 혹은 무절제한 방식이 아니다. 나름 독특하지만 범상치 않은 기운이 가득하여 이질적이라는 생각이 들고 낯선 틀이면서도 사람들 고개를 조금씩 앞으로 당기는 힘이 있다. 그렇다고 이들이 치기어린 신인들은 물론 아니다.

 

'꼬리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는 총 14개 트랙으로 이루어진 공연으로, 각각 음악 혹은 퍼포스먼스로 이어진다. 프로젝트 그룹인 이들에게 춤, 음악, 연기는 당연히 아티스트라면 갖춰야 덕목이라는 양 경계선을 허물고 또 허문다. 심지어 관객과의 관계마저도 허물려는 시도를 한다.

 

'가본곳'은 그러니까 나에게는 '처음 가본 곳'이지만 공연을 마치고 나오면 '가봤던 곳'이 되기도 하지만 분명 언젠가, 그곳이 어디든 언제든 간에 분명 가본 곳처럼 느껴진다. 월드컵 열기에 밀려 모든 공연장마다 분위기가 냉랭하다. 월드컵 한국 16강이 판가름났던 이날, 일종의 제의처럼 보인 숭숭가무단의 멋진 작품에 박수를 보낸다. 문화 권력 기준과 판이한 지점에서 경계인들이 펼치는 공연은 구태의연한 거짓말이 판세를 지배하는 사회풍토로 보면 단연 미덕이다. 그들의 반골과도 같은 작품들이 그저 오래오래 이어지길 바란다.

 

숭숭가무단의 내공에 대한 기대보다는 그들의 재기발랄함에 기꺼이 한 표를 보낸다, 고 했으나 그들의 만만치 않은 내공에도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이런 시도는 16강 진출 소식처럼 항상 사람을 달뜨게 만든다.*

 


포스터 출처 - 숭숭가무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