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오케이 스토리(OK STORY)
기간 : 2011.06.21 ~ 2011.07.31
장소 : PMC 소극장
작가 : 민복기
연출 : 민성욱
출연 : 신영옥, 류제승, 이중옥, 김영경, 한상우, 황성현, 정용규
제작 : 극단 차이무
관이 운영하는 극장이 늘면서 대관 위주에서 자체 제작으로 공연 추세가 점점 바뀌고 있다. 나름 일정 수준 이상의 공연질을 보장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연출가를 섭외하고 배우들을 오디션으로 꼽는 과정에서 한국 연극을 이끌어왔던 극단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다. 연희단거리패가 특유의 끈끈함으로 점차 분업화되는 연극계에서 꿋꿋하게 활동하고 있다고는 하나, 되레 이들은 한국 연극계에 몇 안 남은 외골수처럼 보이는 형편이다. 아무려나 연희단거리패의 뛰어난 작업 성과를 보면 분업화가 전문화와 동일시되는 데에는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요사이 극단 작은신화 25주년 기념작들도 앞으로 연극 제작 추세를 보면 과연 얼마나 극단이 그 힘을 지탱할 수 있을지 모르니,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형편이다.
문제는 한국 연극계가 항상 그래왔지만, 영화, 드라마, 뮤지컬에 밀려 열악해진 현실에서 분업화를 하고 인력을 나눌만큼 역량이 쌓이고 인재가 많지 않다는 데에 있다. 몇몇 중견 연출가들의 이름이 여기저기 극장마다 내걸리는 현실이다. 그렇다고 금세 생겼다가 없어지거나 이름만 남은 극단이 대부분인 현실에서 대안이 있는가도 물론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다. 극단 차이무의 <OK, STORY>은, 관객 입장에서 극단의 앞날을 예견할 수 있는 척도가 되는 작품이라고 봤다.
결론부터 짓자면 이 작품은 완성도가 높다거나 작품성이 뛰어난 작품은 아니다. 극단 차이무의 대표작이자 장기공연 중인 <늘근도둑이야기>처럼 서민들의 퍽퍽하게 쌓인 삶의 결을 코미디 형식에 담아냈지만, 비교하자면 구성, 연출, 연기 등 공연 전반에 걸쳐 다듬을 부분이 많다. 유명 작가/연출/배우가 출연하지 않는 이 작품은 좋은 작품을 양산한 극단 이름에 있으나, 완전하게 다듬어 올라온 작품이라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눈여겨 볼 부분이 있다. 작가와 연출이 극단 차이무 소속 배우 출신이라는 점이다. 작가 민복기는 배우, 연출로 두루 활약하는 극단 대표배우이고, 연출 민성욱 역시 극단에서 오래 묵은 배우로 낯이 익다. 다시 말해 애초 시작을 배우로 출발했든 연출로 출발했든 극단 테두리 안에서 협업 방식으로 자질을 키우고 연극 전반에 걸쳐 말 그대로 연극 전반을 이해하는 '연극인'으로 새로운 장을 여는 작품으로 의미가 깊다는 의미이다.
이런 극단 차이무의 시스템은 연극 토양 자체를 북돋는 힘이 된다. 다시 말해 성형, 몸짱이나 발음도 안 되는 배우, 개념없이 막가는 작가, 똥권위만 찬 연출, 시청율/티켓수입 올리기만 바라는 방송사/제작사로 고착되어버린 구도를 비켜가면서, 연극 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을 최적화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전문 배우, 전문 연출, 전문 작가의 분업이 넘을 수 없는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단초가 된다.
그러나 협업이 분업을 넘을 수 있다는 전제는 결국 작품으로 보여줘야 가능하다. 관객과 무대에서 직접 소통 하는 배우이자 작가/연출이 올린 <OK, STORY>는 순간순간 배우들 순발력이 뛰어나고, 대사로 표현하지 못하는 행간 웃음 코드를 잘 끌어낼 줄 안다. 하지만 남편과 아내의 갈등의 이유와 그 구구절절한 사연이 설득력 있게 와닿는 반면 딸 진숙이 부모를 살해하려는 의도나 동기가 코믹 감초 역에 머무르면서 전혀 드러나지 않는 건 아쉽다.
털이 북실북실하고 건장한 한상우가 맡은 진숙 역이 화끈하고 파격적인 캐릭터라 웃음이 터지기에 효과만점이지만, 연기력과 무관하게, 무작정 부모 죽이기에 혈안이 된 막가파식 캐릭터는 극이 인정희극으로 지키려는 선을 무너뜨린다. 좀 더 과격해야 한다면 앞서 얘기했듯 남편과 아내의 문제를 평범한 기준을 넘지 않는 선에서 맞춘 이상 가족구성원인 진숙이 막 나갈 게 아니라 남친 역 신영옥이 맡아야 하는데, 그 역할이 단역으로 그친 점도 아쉽다.
70분 짧은 작품에 주연과 단역이 더블캐스팅이다. 이런 배정은 극단의 배우에게 고루 기회를 주려는 의도나 한달 반이 가까운 공연 기간으로 보면 이해할 수 있을 만한 선택이다. 깔끔하지 못한 마무리나 산만한 구성은 초연 이후에 가다듬을 필요가 있는데 극단 식구들이 두루 힘을 뭉친다면 해결될 부분다. 두루 극단 시스템을 장점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사진출처 - 극단 차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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