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보이체크] 몸과 몸이 다시 만나 겨루는

구보씨 2011. 6. 15. 17:09

<구토>에 이은 두 번째 작품 <보이체크>입니다. 바로 앞 리뷰에서 언급햇지만, 올해 <이방인>까지 제가 세 작품을 다 보게될 줄 몰랐습니다. 우연의 일치일텐데요~. 구토와 다르지 않은 대본, 연출에 주요 무용수도 같습니다. 글 마지막 2012년 공연 포스터를 보듯, 이 작품 역시 <구토>처럼 한팩에서 초연과 레퍼토리로 지원을 한 작품입니다. 한팩이 한때 연극인들의 원성을 살 만큼, 현대무용에 각별한 지원을 했는데요. (요즘은 어떤지 잘 모르겠네요. 크게 바뀌지는 않은 듯 합니다만...) 


의례적 발표성 작품들도 적지 않지만 좋은 현대무용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효과를 보기도 하였습니다. 정말 막연한 짐작입니다만, <구토>와 달리 중극장이 아닌 소극장 공연으로 이 작품을 올린 데에는 형평성이나 고른 배분에 따른 고민이 아닐까 싶습니다. 말 그대로 '카더라'인데요. 현대무용은 다른 장르에 중극장 공연과 소극장 공연 사이 와닿는 감상이 차이가 크지 않나 싶습니다. [2013.07.28] 


제목 : 세컨드네이처의 보이체크

기간 : 2011/06/15 ~ 2011/06/18

장소 :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출연 : 권혜란, 이지혜, 이정훈, 이준철, 황찬용, 이지원, 장원정

원작 : 게오르그 뷔히너

대본 : 홍석환

안무/음악 : 김성한

연출 : 오선명

주최 : (재)한국공연예술센터, 김성한 세컨드네이처 댄스컴퍼니

주관 : 코리아트 엔터테인먼트



무용에 워낙 문외한인 탓에 보고 나서도 작품명을 기억 못하는 경우가 종종이라, 무용단 이름이야 말해 무엇 할까 싶다. 그래도 기웃거리다 보니 어설피 기억나는 이름이 있는데 김성한이 이끄는 세컨드네이처 댄스컴퍼니가 그중 한 곳이다. 있다. 작년 이 즈음인 2010년 6월 초 그들이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중극장 규모)에서 올린 <구토>는 단연 기억에 오래 남는 수준급 작품이었다. 사르트르가 쓴 난해한 소설을 무용으로 올린다는 소식에 겉멋만 번드르르한 헛짓이 아닐까 싶었으나, 잘 모르고 봐도 소설이 품은 음울한 듯 가라앉은 듯 한편으로 생동감으로 가득한 주인공의 내면의 질감을 꽤 잘 살린 수작이었다.




초연 이후 <구토>는 2011 댄스비전 최고안무가상 수상 등 세컨드네이쳐의 대표 레퍼토리가 되었다. 그리고 1년 만에 게오르그 뷔히너의 <보이체크>다. 문학작품을 바탕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희곡인 <보이체크>는 <구토>에 비하면 연극으로 무대에서 종종 올라오는 작품이라 장르가 다르더라도 비교를 두고 부담이 될 수 있다. 나 역시 연극으로 봤던 기억을 가지고 극장을 찾았다.


중극장 규모였던 <구토>에 비해 소극장 공연인 <보이체크>는 무대, 장치, 소품 등 여러 모로 동등하게 놓고 비교할 만한 작품은 아니다. 무용에서 극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배우가 오로지 몸으로만 표현한다는 점에서 격차가 날 수밖에 없다. 대신 사랑을 다루려고 한 만큼 무대와 객석의 거리를 좁힌 이상, 관객이 무용수들의 표정이나 숨소리를 통해 감정을 섬세하고 풍부하게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세컨드네이쳐의 가장 큰 장점은, 극장 무대 구조를 꼼꼼하게 파악하여 최대한 넓고 섬세하게 활용한다는 데에 있다. 알기로 공연장 리허설은 보통 3~4일이 채 안된다고 알고 있는데, 이들은 연습실에서 짠 안무를 공연장에서 접합하는 수준이 뛰어나다.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은 평범한 프로시니엄 소극장과는 좀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다. 


등퇴장로가 객석에서 바라볼 때 왼쪽 벽 중간쯤에 있고, 볼록 구조로 튀어나온 벽면과 깊지 않은 무대 후면에 위치한 사다리 등 무대 형태가 고르지 않다. 소극장치고 주변 소극장에 비해 작은 편은 아니지만, 전문극장으로 까다로운 형국이다. 그러다 보니 그 공간을 포기하고 무대를 세우면 양쪽과 후면 공간을 일부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세컨드네이쳐는 버릴 수밖에 없는 극장의 특징을 버리지 않고 ‘날 것’그대로 최대한 활용한다. 이런 특징은 <구토>에서도 익히 눈여겨봤던 장점으로, 관객들에게 무대의 한계점, 그러니까 더 이상 벗어나지 못하는 벽의 실체를 보여주는 준다는 의미를 더했다. 이런 해석은 보이체크의 절망이나 실험대상으로 내던져진 변화 등을 표현하기에 무용에 연극적 요소를 강하게 섞는 세컨드네이처와 잘 맞는 부분이다. 무용수들이 좌우 후면 벽에 붙거나 객석으로 가깝게 다가오는 등 원근의 변화를 주는 데에 아무래도 익숙하고 유리하다.


<구토>와 안무에서 일정부분 동질성을 보인 반면, 연출에서 달라진 점을 꼽자면 무대 후면에서부터 떨어져 내려오는 흰 천이 눈에 들어온다. 이 작품이 23살에 요절한 게오르그 뷔히너의 미완성작이라는 의미에서 앞으로도 계속 그 비극이 이어질 수 있다는 긴 원고를 보여주는 듯하다. 영상 막으로 보이체크의 내면 심리를 잘 드러낸 셈이다.




영상 사용은 나아간 지점으로 '관객과 더 가까이' 첫 번째 실험 무대라는 취지에 부합하는 연출인가 싶기도 하지만 몸으로 표현하는 데에 능한 이들이고 보면 아쉬움이 들어 장점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상징 예술인 무용이 연극처럼 서사를 이어가기는 힘들다고 하지만 냉정하게 사전 숙지하지 않고 이 작품을 봤을 때, 뷔히너의 의도를 얼마나 알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든다. <구토>가 그랬듯이 <보이체크>를 보면서 궁금한 점은 레퍼토리로 다른 극장에서 올라갈 때 또 어떻게 변형이 될지 궁금한 작품이다.*



 

사진출처 - 세컨드네이처 댄스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