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메디아 온 미디어MEDIA on media] 당신은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

구보씨 2011. 2. 24. 15:38

제목 : 메디아 온 미디어MEDIA on media

기간 : 2011/02/24 ~ 04/10

장소 : 연극실험실 일상지하

배우 : 김미옥, 최수빈, 성석주, 이진성, 현진호, 연해성, 박하영, 윤지영

원작 : 유리피데스

재구성 및 연출 : 김현탁


 

2009년 11월 <김현탁의 메디아>가 성균소극장 무대에 올랐다. 2007년 9월 변방연극제에 <연극의 본질 : 메디아>로 참가했으나 매스 미디어로 풀어낸 형식은 2009년 공연부터 자리를 잡았다. 2009년 당시 단 6일 동안 올라간 연극을 놓치지 않을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 극단 성북동비둘기가 독자적으로 제작, 홍보하는 방식으로는 매스 미디어 광고 안으로 뛰어들 수가 없었다. 역설적이게도 미디어의 도움을 거의 받지 못한 작품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도발적 평가를 받는 극단 성북동비둘기 작품은 애초 대중성을 갖추기 힘든 작품을 선보였으나 <김현탁의 메디아>만큼은 작품에서 다루는 미디어 방식, 주로 온라인 채팅과 다양한 매체 특성을 잡아서 콜라주한 공연이 확실히 완성도도 뛰어나 현실을 그대로 직시하면서 충분히 대중성을 갖춘 작품이라고 봤다. 지금도 오프 대학로라 불리는 그 자리, 외곽에서 6일 공연은 역시 짧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이 작품이 올해 2009년 당시 부제였던 <메디아 온 미디어MEDIA on media>를 달고 찾아왔다. 2월 24일부터 4월 10일까지 두 달 가까이 공연을 하면서 당시 아쉬움을 털어낸 셈이다. 고전을 원 텍스트로 삼지만 특유의 연극성으로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내는 극단은 당시와 역시 달라진 작품을 선보인다. (2009년 공연 당시에도 소극장 시설이 좋은 편은 아니었으나 지금 터를 잡은 연극실험실은 일반 소극장과 다른 구조이다. 무대와 객석 구조 변경이 자유로운 대신 조명 설치가 불가능하다. 작품 변화는 한편으로 자구책인 셈이다.)



 

2009년 당시 무대 뒷벽에 채팅 내용을 영상으로 활용하는 등 개인공간에서 상호 작용을 하는 미디어의 특성, 익명성 뒤에서 쉽게 극단으로 치닫는 폐해를 메디아의 잔혹복수극의 한 원동력으로 삼았다면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악플의 폐단이 극에 달했던 지점이다.) 2011년 메디아는 가상의 ‘미디어’ 현실을 오로지 배우들의 역량으로만 풀어낸다. 암전이나 퇴장 없이 쇼파에 누워 한가로이 리모컨을 눌러대며 수백 개 케이블 방송을 서핑하듯 미디어 매체 특성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는 변화를 정해진 구획 바깥이긴 하나 암전 없이 옆에 늘어놓은 의상, 소품 무표정하고 담담하게 갈아입는 방식은 우리가 미디어를 만나고 이해하는 방식과 다르다.

 

한편으로 2009년 메디아가 미디어의 특성을 연극적 변형해서 보여줬다면 2011년 메디아는 한 겹 안으로 들어와 미디어의 본질을 드러낸다. 미디어를 누리는 혹은 속박당한 대상이 아닌 미디어를 만드는 주체들을 보여주면서 효과음과 장면 전환 광고를 배제하고 민낯을 드러낸 그들 역시 기계적인 부품이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이전 공연에서 차용한 온라인 채팅 씬을 가져오기는 했으나 당시 사각형 무대 꼭짓점을 장악하면서 각각 구획선을 통해 (온)라인으로 서로서로 연결된 공간 안의 무대와는 다른 형식이다.

 

메디아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는 리얼리티쇼, 드라마, 쇼프로, 뉴스,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매체에서 동일한 이야기 구조로 쓰인다. 시청자는 각각 프로그램마다 다른 형식과 내용과 기획으로 세분화와 전문화가 되었다면서 하루 종일 TV앞에 붙어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고 동일한, 이른 바 폭력과 섹스 코드를 다른 형태로 받아들일 뿐이라는 경고이다.*



사진출처 - 성북동비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