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가 무대를 가로지르는 장면이 유독 떠오르는 작품인데요. 현대무용을 잘 알지 못하기도 하고, 또 작품을 이해하기 쉽지 않아서 리뷰를 쓰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실 정리하기 전까지 이 리뷰가 있다는 사실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훗! 그런데 다시 읽어보니 생각보다 제법 괜찮은 듯 싶다는.... 부끄럽습니다만, 나름 당시 감정에 충실하게 썼구나 싶습니다.
장르 자체도 그렇고 연출의도가 관객의 몫으로 남겨둔 부분이 큰 작품인데요. 어이없이 빠지는 경우가 아니라면 자유롭게 당시 '순간'에 충실하게 대입해보는 게 현대무용을 접근하는 방식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온앤오프무용단 http://cafe.naver.com/onandoffdance/ 이 당시에도 그렇습니다만, 활발하고 꾸준하게 활동하는 무용단입니다. 문외한인 제가 알 정도면 흠, 꽤 유명한 무용단인 셈입니다. 작품은 이후로도 분명히 봤을텐데, 잘 기억이 나지 않네요. 흠흠. 아래 멋진 공연 사진들은 다즈님 작품입니다. http://www.cyworld.com/tomorrowandthan/3072489 [2013.01.31]
제목 : 바다는 없다
기간 : 2009년 12월 5일~6일
장소 :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출연 : 강수빈, 최아름, 용혜련, 강성국, Celine Bacque, 한창호, 김은정
콘셉트&안무 : 김은정, 한창호
연출 : 박하민
주최 : 온앤오프무용단
널브러진 무대, 무대가 사람도 아닌데 이런 말을 해도 되나 싶다. 무대 위에는 우리가 쓰다버린 쓰레기들이 수두룩하게 쌓여 있다. 폐업을 한 고물상이라고 해도 좋을 만하다. 그리고 무대 뒤쪽 콘솔 박스에 고개를 처박고, 귀에 두툼한 헤드폰을 찬 DJ_ Mysterious J가 디제잉을 시작한다.
즉흥성을 강조한 작품이라고 들었는데, 흠, 인생은 즉흥이란 것인가. 무대 앞쪽에는 죽은 텔레비번이 검은 화면을 보여주거나 아예 부속으로 가득찬 속을 까뒤집고 있다. 무용수둘이 하나 둘씩 나온다. 남자 둘, 여자 넷. 그중 강성국은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하지만 무용수 특유의 근육으로 다져진 그의 몸짓은 기본 얼개 위에 즉흥성을 더한 무용과 무리 없이 잘 어울린다. (그는 몸짓은 아름다웠다. 그는 온몸컴퍼니 대표로 무용수이자 사진사이다.)
‘어떻게 하면 사회에서 자칫 소외된 혹은 소외되어지는 자들의 내면의 섬과 외적 환경과의 평등한 소통에 대한 염원을 표현할 수 있을 것인가?’ <바다는 없다> 음악감독 이은영의 말처럼 소외된 자들 사이에서는 성별, 국적, 장애, 종(種)간 차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쓰레기 섬 난지도가 아직 있다면-없앤 게 아니라 묻었을 뿐이지만-그 난지도를 무대로 옮긴 듯한 위에서 틀에 구애 받지 않는 무용에는 외국인(세실)도 강아지도 형식이 없는 형식에 하나의 적절한 역할을 담당한다. 쓰레기가 쌓인 곳에서 누구도 형식이나 틀, 확장하자면 도덕이나 윤리나 이데올로기를 찾지 않는다.
어쩌면 예술의 접점은 아득한 무저갱의 해체성에서 피어오르는 것일지도. 순간을 얘기하는 무대극은 특히 더 그럴 것이다. 카메라를 잡고 이들의 뒷모습을 비치는 모습이 보인다. 이제 180도 정면을 응시했던 무대는 360도를 관객에게 열어 보인다. 확장된 무대에서 그들은 몸짓은 몇 가지 틀거지를 나누어 강조하는데, 한편으로 이기적인 세상이 배설한 장소를 배경으로 삼았어도 자유로워 보인다. 더 이상 계급을 나눌 뭔가가 남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짐작한다.
이것이 이들이 말하는 소외된 이들의 새로운 저항 방식일 수도 있겠다. 물론, 그들이 실제로 가난하다 한들 무기력한 백수도, 불쌍한 장애인도, 전전긍긍 불법체류외국인도, 곧 죽을 유기견도 아니다. 이들의 무대가 발하는 걸 보는 관객들 층도 다양하다. 적어도 주말 저녁 공연을 찾은 이들이 위에 열거한 살기 바빠 미치겠거나, 의지박약에 빠져 한없이 나태하거나 한 그런 부류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의 작업이 가식인가? 그렇지는 않다. 그 방식이 현실과 어떻게 적응하는가에 대해서는, 정치가와 공무원과 예술가의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 적어도 새로운 상상력과 방식에 대한 단초를 주는 건 맞다. 매 공연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작품이라면 그 나름 매력이 있지 않은가.*
사진출처 - http://www.dazesta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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