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

[춤추는 모자이크] 꽃 한송이 가고 오고

구보씨 2009. 11. 13. 16:16


포스트극장은 산울림소극장 근처에 있습니다. 이 당시에 처음 가보고,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네요. 포스트 극장은 직사각형 구조를 가진 극장이라 특이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작품도 그렇고, 까맣게 잊고 있다가 이렇게 리뷰를 정리하다보면 다시 생각이 나곤 합니다. 객석마다 앞에 놓인 꽃 한 송이, 저는 토요일에 관람을 했는데요. 하루쯤 지나 어느 정도 말라가는 꽃이었어요. 날씨도 쌀쌀했으니... 왠지 시간예술인 무용과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꽃과 무용수의 버선코가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정작 아직 끝나지 않은 2012년은 어떻게 지나갔는지 벌써 가물가물한데 말이지요. 2012년 잘 마무리 하시길 바랍니다. [2012.12.30]

 

제목 : 춤추는 모자이크

기간 : 2009년 11월 13일(금) 8pm, 11월 14일(토) 5pm

장소 : 포스트극장

출연 : 김정민, 김진숙, 김현숙, 박세나

주최 : (사)리을춤연구원

주관 : 리을무용단 



<춤추는 모자이크>는 “각자 기발한 발상과 남다른 열정으로 작품을 만들어가지만 한국적 춤 호흡과 방법론에 입각한 리을무용단의 큰 그림”을 그리겠다는 리을무용단의 기획공연이다. 1995년, 2002년, 2008년에 이어 올해로 네 번째를 맞이하는 동명의 기획 공연이다. 이전까지의 공연을 보지 못한 채, 이런 판단은 섣부를 수도 있지만 작년에 바로 이어 열린 공연 기획으로 보면 ‘춤추는 모자이크’가 점차 가치를 인정을 받았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도 있다. 13일과 14일, 양 일에 걸쳐 오른 공연의 성격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은 객석에 놓인 꽃이다.

 

14일 마지막 공연을 앞우고, 얌전히 자리를 잡고 앉아 공연을 기다리듯 나란히 놓인 꽃은 ‘춤추는 모자이크’ 프로그램의 마지막 공연이자 2009년 모든 공연을 결산하는 공연이기도 한 '花, 성에서 온 여자'에 관객들이 던지기로 약속한 오브제이다.

 

단 하루 만에, 시들어버린 꽃들, 그 당연한 순리 때문에 우리는 찰라의 아름다움에 더욱 연연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찰라의 예술인 무용의 아쉬움일 수도, 그래서 그 아쉬움이 조바심으로 또 다른 길을 열어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날 다섯 편의 공연 중 유일한 전통무용이랄 수 있는 두 번째 공연 한국무용 '태평무'(Mother's Dance)에서 작은 키의 김현숙이 한복을 차려입고 버선발로 펼치는 공연이 꼭 그랬다. 

 

코가 살짝 올라간 버선발이 긴 치마 밑으로 살짝살짝 언뜻언뜻 보일 때마다 가슴이 두근두근 꽃을 만지작거렸다. 객석마다 놓인 꽃은, 내가 모르고 있는 내 자신, 말라가는 감수성이래도 좋고, 쪼그라든 자아라도 좋은 내 현재 모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도 허겁지겁 달려온 참이다.

 

이어서 끊김 없이 김현숙이 머리에 얹었던 족두리를 현대무용가 박세나에게 전달하면서 '춘몽야화'가 시작된다. 박세나는 조심스럽게 치마폭에 들고는 물을 가득 채운 아크릴 상자에 던져 넣는다. 족두리는 여성이 결혼예식에서 쓰는 족관(簇冠)이다. 역시 한국사회에서 결혼이 갖는 의미 가운데 외면할 수 없는 여성성을 제한하는 사회적 관습에 대한 일탈로 봐야한다.  

 

세 번째 공연부터 다양한 장르와의 합일, 이른바 영상, 음악, 오브제를 사용한 복합극을 선보인다. 네 번째로 선보인 김진숙의 '女, 미'는 여성에게 역할 분담의 굴레로 씌워진 고문틀로 해석할 수도 있는 다듬잇돌을 두고 사물놀이 패와 함께 흥겹게 한 판 제대로 논다. 그녀의 속곳이 보이고, 등이 훤히 뚫린 변형 한복은 남성의 시선을 향한 도발적인 의도가 아닌 거리낌없이 흘린 땀을 식히려는 자연스러운 의도라고 봤다.

 

첫 번째 공연 '꽃 춤'과 마지막 다섯 번째 공연 '花, 성에서 온 여자'를 맡은 김정민은 한국 무용과 현대적인 무용의 이율배반적인 혼합을 도모한다. 두 편의 공연은 각각 다른 틀거리를 취하지만, 소비사회를 두고 여성의 욕망을 코믹하고 현대적으로 표현한 '花, 성에서 온 여자'에서도 몇몇 대목은 ‘꽃 춤’의 동작을 선보인다. 밖으로는 새로운 현대 무용에서도 잘 어울릴 수 있다는 점, 안으로는 그럼에도 조선시대와 현대를 관통하면서 여성 공통으로 내재된 고유의 여성성을 잘 드러낸다.

 

전체적으로 시대를 아우르는 여성성에 대한 모자이크로 전체 구성을 맞추기에 손색이 없으나, 완성도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는 망설이게 된다. 무용에 문외한이니 감상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는 탓이다. 그래서 작품 전반을 이해할 수 있도록, 팸플릿이 좀 더 충실했으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