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손 없는 색시] 인형이 사람보다 낫다

구보씨 2018. 5. 4. 23:58

제목 : 손없는 색시

일시 : 2018/04/26 ~ 2018/05/07

장소 :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출연 : 김양희, 김다영, 최석원, 김상환, 박선민, 박형채

대본 : 경민선

연출 : 조현산

미술 : 류지연

무대 : 강노을

제작 : 남산예술센터, 예술무대 산

주최 : 서울특별시

주관 : 예술무대 산, 서울문화재단




전쟁에서 남편을 잃은 슬픔 때문에 손으로 항상 자신의 아픈 가슴을 쓸어내리는 색시. 어느 날 색시의 손은 더 이상 색시의 아픈 가슴을 만지기 싫다며 스스로 떨어져 나와 떠나 버린다. 역시 색시의 슬픔 때문에 늙은 채로 태어난 아들, 붉은 점. 색시는 노인네 아들 붉은 점의 수의를 직접 만들어 주기 위해 손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인형극 ‘손 없는 색시’의 줄거리는 전쟁이 주는 아픔과 그치지 않는 고통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는지, 인형에 빗대 표현한 작품이다. 신혼의 단꿈이 비극으로 박제되어 슬픔으로 평생을 견디어야 하는 색시의 손은 있으나 없으나, 경우에 따라 다르겠으나 전쟁 과부의 손은 호미, 쟁기, 삽, 솔, 바늘이나 다름이 없었다. 가난한 유복자로 태어난 아들이라고 천진난만한 삶을 살 수 있었을까, 일찍 철이 들었거나 반항을 하거나 조로했을 것이다. 




비극일수밖에 없는 작품은 인형이라는 소재를 만나 남녀노소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따뜻한 인형극으로 다시 태어났다. 일찍이 인형극의 소재가 되는 동화 대부분이 교훈을 가지고 있으나 상상력을 품은 대신 현실감이 덜한 경우가 많았다. ‘손 없는 색시’는 어른이 보기에도 충분히 재밌다. 개인 감상을 적자면 인형을 구동하는 방식이 흥미롭고, 전반적으로 따뜻해서 남산예술센터를 따뜻한 다락방 느낌이 들도록 했다. 잔잔하게 전개하는 방식이 보기에 따라 심심할 수 있겠다 싶은데 의외로 어른보다 더 열심히 관람하는 아이들 반응을 보니 우려다 싶었다. 




예술무대 산의 인형극은 무대 위에 인형이 움직일 수 있는 틀을 나무로 부러 짜서 세워, 자체로도 예쁜 조형미가 있다. 크고 작은 인형을 움직이는 과정을 숨김없이 혹은 숨길 수 없이 보여주니 배우들 몫이 꽤 중요한데, 발성이나 연기가 연극배우라고 해도 좋을 만큼 잘 여물었다. (‘견우와 직녀’ 등 주로 야외 무언극을 본 터라 배우들의 발성이 궁금하기도 했다.) 연출을 할 때 숨기지 않고 모든 과정을 드러내는 자신감은 잘 갖춰진 무대가 아니어도 날씨, 대상, 장소 등 변수가 많은 거리극에 익숙한 극단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이라고 봤다. 


야외에서 예술무대 산 작품을 여러 차례 보면서 솔직히 일회성 볼거리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실내에서 이 정도로 농밀하게 작품을 선보일 줄 생각하지 못해 좋은 기회였다. 가을이면 저마다 외국 공연을 수입해서 올리기 급급한데, 실내극과 거리극을 번갈아 올릴 역량을 갖춘 예술무대 산의 독특하고 특출한 능력을 두고 공동 제작을 맡은 남산예술센터는  해외 진출을 적극 알아봐야 한다고 본다. 로비에서 파는 몇 가지 소품도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 좋은 반향을 얻을 것이다.*






사진출처 - 남산예술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