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리시스트라테
기간 : 2015/03/10 ~ 2015/03/29
장소 : 대학로 자유극장(구 PMC 자유극장)
출연 : 조선주, 김산성, 김현승, 박설화, 신동혁, 신민주, 안성욱, 오주원, 유태성, 이은지, 임재현, 장교환, 장준현
원작 : 아리스토파네스
연출 : 송현옥
주최 : 극단 물결
주관: ㈜후플러스
<리시스트라테>는 펠로폰네소스 전쟁(BC 431~BC 404) 때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를 무대로 전쟁을 중지시키는 데 성공하는 아테네 여성들의 책략과 소동을 그린 희극. 젊고 예쁜 리시스트라테가 주도한 소위 ‘섹스 파업’은 자국 아테네뿐만 아니라 적국인 스파르타의 여성들까지 동참하게 만들어 마침내 남성들의 항복과 휴전을 이끌어낸다. [네이버 지식백과]
펠로폰네소스 전쟁 이전부터 아테네와 스파르타는 정치체제, 민중들의 기질과 성향이 너무나 달라서 도저히 상대방을 이해하거나 포용할 수 없는 관계였다고 한다. 전쟁은 언제고 일어날 사건이었고, 두 나라 사이 전쟁 전 30년 휴정 역시 평화가 목적이 아닌 전쟁 준비를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
아내들의 섹스 파업은 전쟁을 멈출 수 있을까? 아리스토파네스가 섹스 파업이 가능하다고본 데에는 전쟁을 일으키는 남성들이 내세우는 대의, 명분, 애국심이라는 게 정치적 농간 혹은 허황된 수사라는 풍자를 하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단순한 논리로 보자면 생명을 죽이는 전쟁이 생명을 만드는 섹스보다 나을 수는 없다.
당시 여성의 지위가 노예나 외국인처럼 투표권이 없었고, 매우 낮았다는 사실에 빗대보면 섹스 파업이 가능했을까 싶긴 하다. 250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부부 사이 강간을 인정하는 추세인데 철학자도 아니고 군인의 아내인 그녀들이 파업에 성공할 수 있을까? 잠은 아무데서나 자도 그만, 밥은 노예가 챙겨주면 그만이라면, 섹스는 아내가 거부할 수 있는 유일한 권리이다. 짐작하건데 단순히 성욕을 풀 목적이라면, 노예를 들이거나 사창가를 이용하면 된다.
다만 가문의 명예를 중시하는 시절, 후손을 보지 못하고 전장에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위기의식을 건드린 게 아닌가 싶다. 이라크 전 파병군 가족이 그렇듯 전쟁을 떠나기 전 아내가 임신을 하는 경우는 인지상정이다. 단순히 섹스를 하냐 마냐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당시 피임 방법이 여의치 않았을 것이니 성관계는 곧 임신과 직결이 된다. 그런데 희곡처럼 섹스 거부가 여성의 오롯한 권리로 인정받아 가능하다면 굳이 남편하고만 해야 할 이유도 없다. 유전자 검사를 할 것도 아니고, 프리섹스 이후 누가 누구 자식인지 알게 뭐냔 말이다.
섹스 파업으로 전쟁이 멈추면 좋았겠지만 스파르타가 승리를 하고 온전한 정치권력을 잡았으나 이는 그리스 몰락의 원인이 된다. 짐작하자면 희곡 <리시스트라테>는 존 레논의 유명한 반전 노래 ‘이매진Imagine’에 비유할 수 있다. 종교, 내세, 소유, 국가, 민족주의에 대한 부정을 담은 노래는 여전히 전 세계 라디오에서 울려 퍼지지만 그럴수록 부정 대신 광적인 집착만 더 늘어나는 추세이다. (존 레논은 당시 ‘맨해튼의 호화주택에 모피코트를 위한 온도조절 옷장을 갖추고 사는 사람이 무소유를 주장’한다고 위선자 소리를 들었다.)
바람과 현실은 참 다르다. 더군다나 2500년 전 희망사항을 현실의 무대로 끌어오기 위해서는 이래저래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송현옥 연출이 이끄는 극단 물결의 <리시스트라테>는 뮤지컬, 우화, 뉴스 등 다양한 형식으로 접목을 시도했지만 새로운 해석 혹은 시대에 따른 바람을 담기보다 원작에 충실한 편이다.
이 작품에 일반인들이 연극 무대에 배우로 참여해 ‘연극계 살리기 위해 각계 오피니언 리더 나섰다’는 이슈를 던졌는데 좋은 취지지만, 관객 입장에서 단역으로 선 아저씨 아줌마들의 어색한 연기를 감수해야 한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작품 단역 출연보다는 작품 전반에 걸쳐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토론이 필요했다.
연극계의 위기는 주요 이슈이긴 하지만 극 내용과 동떨어지기도 했고, 그들의 출연이 관객 동원 외에 어떤 식으로 기여를 했다는 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 극이 단지 현대의 상황에 대한 풍자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연극을 한편의 축제처럼 모든 참여자들이 흥에 겨워 즐기는 무대가 되기 위해 주력했다. 배우들, 관객들 모두가 어우러져 실컷 웃으면서 모든 체면과 위선, 이념이나 근엄 등을 내려놓고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인간으로서의 자신과의 만남을 시도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라고 밝힌 송현옥 연출 인터뷰는 앞서 말했듯 이 연극이 본성의 문제로 접근할 차원이, 현대적 의미에서는 더더욱 아닌 듯하여 방향을 잘 못 잡은 듯하다.
인간 본성을 다룬다고 하는데, 연극은 현실과 달리 붕 떠 있다. 솔직히 이른바 오피니언 지도자로 참여한 이들이 연극 참여보다 현실에서 여성 문제, 하다못해 부하 여직원 문제나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 요즘 부부 사이 섹스리스나 저 출산 원인은 전쟁이 아니라 직장이 아닌가.*
사진출처 - 극단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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