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엘링
기간 : 2015/04/03 ~ 2015/05/16
장소 : 대학로 스타시티 TM스테이지
출연 : 이채상, 송준영, 김 명, 이성원, 박소리, 김애린, 김민성, 안지윤
원작 : 잉바르 암비에른센
각색 : 사이몬 벤트
번역/연출 : 김시번
주최 : 극단 성난발명가들, SCN Entertainment
기획 : SCN Entertainment
지금 연극에서 좋은 기획이 참 힘들다. 따기 쉽지 않은 국비 예산, 낮은 인지도, 작은 극장…. 하지만 기획이 아니면 공연이 올라가지 못할 수도 있고, 또 예비 관객에게 알릴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끝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관객인 내 입장에서는 이렇다 할 정보가 없는 연극을 보면서 왠지 원석을 발견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 심리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제작진 입장에서는 하루하루가 피를 말리는 과정일 것이다. 객석에 들어서면 무대, 소품, 의상, 조명 등 판단 기준이 없지는 않으나, 배우들을 대면하는 이상 관객은 배우들을 보면서 최종 판단을 내리기 마련이다. 앞선 리뷰에서 소개한 <동화의 관>이 기대없이 봤다가 발견한 작품 중 한 편이다. 하지만 배우들은 정 반대의 심정일 것이다. 빈 객석을 보는 게 편할 리 없다.
<엘링>은 어떨까? 인정받은 소설 원작에 영화도 성공을 거뒀고, 2007년 연극으로 각색돼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흥행한 바 있으며, 2010년 미국 브로드웨이에도 올라간 희곡이다. 국내 최초 번역극이면서 작년과 올해 초 공연(각각 다른 극단, 하지만 같은 연출)을 통해 어느 정도 재공연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을 세운 듯하다. 언론사에 소개도 제법 됐다. 다소 선정적이거나 말초신경을 건드리는 양념을 뿌린 코미디 위주의 대학로에서 ‘노르웨이 청정 코미디 연극’라는 카피도 꽤 유효하다.
그런데 관객이 드물다. 토요일 저녁 공연이면 그럴 수도 있다. 아니, 대학로 소극장 대부분 비슷한 사정이기는 하다. 관객이 없으니 배우들은 긴장을 할 것이다. 코미디는 객석이 꽉 차고 웃음이 넘쳐야 한다. 관객이 적으면 자연스럽게 터질 웃음도 사그라진다.
시드니 공연
코미디에 앞서 정극이라 덜 할 수도 있으나, 긴장을 하거나 객석 반응이 덜하면 흐름을 타지 못하고 호흡이 흐트러진다. 정극 연기와 코미디 사이에서 연기 톤을 분명히 잡아야 한다. 젊은 배우 몇은 연기가 무르익지 않아 다른 배우들과 호흡에 안정감이 없다. 사회적응이 필요한 외톨이들이 주인공인 만큼 인물 사이 대화나 사건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고, 캐릭터를 잡는데 주력을 한다면 나머지 인물들이 그 만큼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극중 은퇴한 시인 알퐁스 외에 인물들이 캐릭터를 잘 잡지 못했다. 다시 말해 등장인물이 많지도 않은데, 정리가 안 되서 산만한 인상을 준다. 배우에 앞서 연출이 드라마터그를 두던지 더 고민을 했어야 한다.
기획 과정을 순서대로 밟고, 작품 검증을 할 기회가 많아 기대가 컸을 수도 있다. 연극 관객층이 일정하고 더 늘지 않는 이상 봤을 만한 이들은 다 봤을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재공연 일정이 빨랐을 수도 있다. 야심차게 오픈런을 가는 이상 오래 가길 바라지만 보강이 필요하다. 나의 객적은 노파심은 격리, 분리, 편가름를 하는 사회 분위기에 익숙해 경계를 허무는 이들에 대해 관심이 덜한 탓일 수도 있다. (다만 앞서 지적한 연기 혹은 캐릭터 구축은 경계를 허물기 위한 의도라고 보기 힘들다.)*
사진출처 - 극단 성난발명가들, SCN Entertain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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