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짜장면] 소문난 맛집이 되기 위한 몇 가지 조건

구보씨 2014. 3. 14. 13:52

제목 : 짜장면

기간 : 2014/03/14 ~ 2014/04/13

장소 : 대학로 마당세실극장

출연 : 안형진, 최성욱, 김태영, 이재섭, 김계형, 최동옥, 김기현, 남택민, 최광남, 강신혜, 허유림, 하아름, 최보금, 김계형

대본 : 김예기

각색/연출 : 최광남

기획 : 르메이에르

제작 : 극단 영화(http://cafe.naver.com/companymovie)



한때 고상하게 자장면이었다가 다시 짜장면이 된 짜장면은 센 발음의 단어들이 그렇듯 친숙하고 익숙한 음식이다. 전국 어디에서나 먹을 수 있고, 또 맛, 가격 차이가 거의 없는 대한민국 음식이기도 하다. 어른이 되고 술을 마시면서 얼큰한 짬뽕을 선호하게 되었으나, 어렸을 때는 짜장면 한 그릇을 맘 편히 먹을 수 있는 어머니 계모임을 손꼽아 기다리기도 했다. 

 

연극 <짜장면> 무대는 자체로 중식당, 중국집 실내다. 요즘이야 배달 위주라 인테리어나 좌석을 신경 쓰지 않는 가게가 많으니, 탁자 1개뿐인 무대가 어색하지 않다. 극 배경이 1988년이라고 해도 신경이 쓰일 정도는 아니다. 중국집 풍경이 대부분 엇비슷하기도 하고, 지하에 매장이 있는 경우가 없지도 않다. 아무려나 대학로 골목 소극장 사정이 그렇듯 마당세실극장도 작긴 마찬가지, 탁자를 더 놓았다간 배우들이 탁자를 피하면서 공연을 해야 한다.

 

매표소가 극장 밖에 있고, 관객대기실 겸 주차장인 좁은 골목에 주차한 차 한 대 옆으로 두 사람이 엇갈려 움직이기도 빠듯하다. 차주가 누구라는 것쯤 줄을 서서 기다리다보면 알 수 있는데, 바쁘게 들락날락거리는 이는 개표, 무대 진행도 하였고 자신을 연출이라고 소개했다. 공연 바로 전까지 매표소에서 표를 팔던 이는 황마담 역 강신혜 배우다.

  

공연 시간 10분 전, 입장하려면 좀 더 기다려야 하나보다. 배우, 연출이 왔다갔다 뭔가 준비가 덜 된 듯 분주하다. 숨은 맛집 앞에서 줄을 기다리는 손님 기분이랄까. 비가 안 와서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맛만 좋다면 중국집 사장님의 단골 멘트 “방금 배달 출발했어요.” 쯤 얼마든지 참을 수 있다.

 

극중 짜장면을 주문하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오는데, 무대 주방 세트에서 실제로 끓인 짜장(라)면을 꺼내 활용한다. 대부분 연극이 그렇듯 빈 그릇으로 시늉만 해도 그만이지만 의지가 보이는 대목이다. 극 후반부 불은 짜장면을 두고 농담을 주고받는 대목이 있는데, 공연 시간에 맞춰 세팅을 했을 것이다. 미뤄 짐작이지만 약간의 늦은 시작 쯤 공연계나 배달요리계에서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뭐니 뭐니 해도 연극도 요리도 맛이 중요하다. “웃고 마는 연극이 아니고, 생각할 여지를 주는 무거운 작품”이라는 연출의 말은 <짜장면>이 대학로에서 엇비슷한 코미디물로 제살 깎아 먹기를 피하고자 하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그러나 그 의도가 제대로 성공했는지는 고민해봐야 한다.

 


2007년 공연 당시, 2014년 버전과 배경이나 짜장라면, 초코파이 생일케이크 등 소품이 다르지 않다. 


작품에서 1988년이라는 시대 배경을 무슨 의미로 다루고 있는지 잘 알 수 없다. 군사정권 아래 대규모 국가 행사인 올림픽 이면의 사회 밑바닥의 명암을 다뤘지만, 그 당시를 떠올릴 정도의 특정 사건이 극중 벌어지지는 않는다. 사채업자, 빚에 쫓기는 티켓다방 레지 등은 지금도 여전하다고 보면 집회시위 검거 이후 동네 바보가 된 대학생과 그를 두고 당당히 고문 사실을 떠벌이는 경찰 정도가 간접적으로 그 시대와 맞물리는 지점이다.

 

고문 행위를 교묘하게 감추는가, 당당히 드러내는가를―요사이 국정원 간첩조작사건을 보면 허술하기 짝이 없고, 87년 박종철고문치사사건을 보면 당시에도 고문은 사회적 이슈였지만―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한 설정이 아니라면 그 시절이 아니어도 큰 지장이 없어 보인다. 극 말미 주인공인 중식당 사장 나성기를 죽이기 위해 경찰이 고문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대학생을 사주한다는 연결고리를 위해서가 아니면 말이다. 

 

전반부 동네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에피소드와 다방 레지 장미란이 윤락업소로 팔릴 지경이 된 이후 후반부 긴박한 전개 사이 속도조절이나 연결이 매끄럽지 않고, 순정파 노총각 나성기 사장이 살인청부업자였던 과거는 극 전개와 일관성이 없어 생뚱맞다. 이 작품은 이른바 순정파 주인공이 등장하는 한국 느와르 장르 패턴을 따르고 있다. 얼마 전 개봉했던 <창수>를 비롯해 이른바 소시민의 판타지 격인 임창정 식 영화 코드와 유사한데, 문제는 이제 임창정의 연기로도 회복할 수 없을 만큼 관객이 흥미를 잃은 방식이라는 점이다.



 

사랑하는 여자와 후배를 위해 절대 선을 보여주는 나성기 캐릭터는 부패가 극에 달한 경찰이 현실성이 떨어지듯이 매력이 없고, 공감할 수 없다. 죗값을 봉사, 사회 환원으로 갚는다는 설정은 한국영화가 종종 실수하지만 여전한 웃음, 활극에 마무리 감동과 눈물을 섞으려는 시도처럼 시선을 끌지 못한다. 영화가 거대 자본 투자에 따른 안달이 빚은 패착을 뮤지컬이 아닌 연극에서 보여줄 이유가 없다. 다만 이후 작품을 봐야 알겠으나 연출 의욕이 넘치는 건 장점이지 단점은 아니다.

 

탁자 하나 놓을 공간 밖에 없는 소극장 무대에서 9명 배우들이 열심히 연기한다. 머리를 쥐어박거나 툭툭 치는 장면이 굳이 필요할까 싶지만, 과격하게 몸을 던지는 데에 거리낌이 없다. 배우로 자신감도 있고, 여유도 있다. 영화에서 신스틸러는 촬영과 편집의 기획이 빚은 계산한 결과물이지만 연극은 그렇지 않다.

 

연극은 카메라 앵글 외에도 배우들의 연기 이면이 눈에 들어올 때가 있다. 낮공연이 끝나자마자 쉬지 않고 매표소를 지키는 강신혜 배우의 열심히 하는 모습이 그렇다. 따로 진행을 둘 여건이 되지 않는 경우일텐데, 극단 사정은 뒤로 하더라도 작품을 대하는 자세가 관객에게 삶으로 연극이 무엇인지 알려주기도 한다. 물론 극장 안에서 열심히 짜장라면을 삶는 배우들 역시 마찬가지다. *




사진출처 - 극단 영화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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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쿠... 이런 소중한 후기를 왜 지금 보았을까요??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아~~ 저는 2014년 연극 <짜장면>에서 황마담 역할을 했던 배우 강신혜입니다. 벌써 <짜장면>공연이 끝난지 8개월이 지났네요. <짜장면>은 극단 영화의 창단 작품이자 1년여동안 기획되어지고 4개월이상의 연습과정을 거쳐 정말 소중하게 무대에 올라간 작품입니다. 저는 항상 공연을 할때마다 관객분들의 리뷰에 댓글을 달아드리는데... 구보님의 이런 소중한 후기를 이제야 봤네요. 


88년도 소위말하는 암울한 밑바닥 인생들의 이야기인데... 당시엔 어려서 그 시대를 경험해보지 못한 배우들이라 엽습과정에서 감정을 끌어내기도 쉽지 않아 다양한 영상이나 자료, 체험 혹은 토론을 통해 80년도 청춘들이 되려 노력했습니다. 중간에 많은 배우가 교체되는 등 힘든 일도 많았지만 추억도 많았어요.<짜장면>이 흥행을 이룬 대작이 되지는 못했지만 저에게는 아주 특별한 작품입니다. 



제가 매표소를 지킨 이유는 제가 자처했던 겁니다. 제작비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 거의 대표님의 사비와 지인들의 약간의 후원금으로 공연준비를 시작했기에... 모든것을 스스로 하려 애썼습니다. 대표님도 우두머리로서 공연을 하게된 게 처음이었고, 다년간의 극단 경험이 있던 제가 그동안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많이 도와드렸거든요. 각색, 포스터디자인, 리플렛 티켓, 등등 기획부하고도 제가 항상 소통을 했기 때문에... 매일매일 들어오는 다양한 관객명단이랑 특별한 사고에 가장 대처하기 편한 사람이 저라고 생각했어요. 



초반에는 더블인 친구들을 매표소에 앉혔는데 예상치 못하는 상황에 계속 전화가오고 제가 매표소로 달려간 적도 많아 그냥 제일 잘 

알고 있는 제가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매표소를 지키면서 분장이나 식사도 매표소에서 해야 되고, 공연 전 분장실에서 

다른 배우들과 화이팅을 외치며 마음의 준비를 할 수도 없기에 짜증도 났지만 관객분들과 만나는 일이 즐거웠습니다. 


공연 후 궁금한 점을 물어보는 관객들에게 누구보다 잘 대답해 줄수도 있고, 배우들 지인이 오면 아는척 인사를 건낼수도 있어 좋았습니다. 배우 특유의 낙천성으로 관객들과 농담 따먹기도 하면서 이것저것 선물도 받고 사진도 찍고.... 그 일이 좋아 작은 매표소에 이것저것 가져다 놓고 꾸며 놓은 후 우리집이라고 불렀었죠. 


왜 배우가 이런것까지해?? 라고 하는 지인들도 많았지만 전 만약 또다시 기회가 된다면 배우하면서도 매표소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싶어요. ㅋㅋ 너무 주저리 말이 많았네요. 다시 한번 소중한 후기와 제사진 포스팅까지 정말 감사드리고요... 배우 강신혜 꼭 기억해 주세요. 그럼 2014년도 행복하게 마무리 하시기 바랍니다.  [배우 강신혜 님 댓글 2014.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