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못생긴 남자] 깔끔하게 풀어낸

구보씨 2011. 6. 5. 14:00

제목 : 못생긴 남자The Ugly one - 2011 게릴라극장 기획 ㅣ브레히트 ± 하이너 뮐러 기획전4

기간 : 2011/06/15 ~ 2011/07/10

장소 : 대학로 게릴라극장

작가 : 마리우스 폰 마이엔부르크Marius von Mayenburg

연출 : 윤광진

출연 : 이기봉, 이동근, 오동식, 이슬비, 김무형

제작 : 공연제작센터



게릴라극장이 매해 연극사에서 의미 있는 작가를 선정해 기획전을 여는 바, 작년 ‘체홉 탄생 150주년 기념 페스티벌’에 이어 올해 ‘브레히트 ± 하이너 뮐러 기획전’으로 찾아왔다. 기획전 마지막 작품은 72년생 젊은 독일 희곡작가 마리우스 폰 마이엔부르크의 2007년 작 <못생긴 남자>로, 브레히트나 하이너 뮐러의 계보를 잇는 현대 독일 작가라는 전제 하에 페스티벌 프로그램에 이름을 올렸다. 학생들이 제작하는 대학극 포함 총 5편 작품 중에 <못생긴 남자>를 제외하면 하이너 뮐러 3편, 베르톨트 브레히트 1편 구성이라 기획전 타이틀에 비해 브레히트 작품이 드물다. 브레히트 작품이 두루 소개된 점과 소극장에서 올릴 만한 작품이 많지 않은 이유가 아닐까 짐작해보지만 이해가 가는 대목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못생긴 남자>가 독일 현대극 초연이기도 하거니와 더 관심을 끈다.

 

연출을 맡은 윤광진 공연제작센터 대표가 작년 체홉 기획전에서 남미정, 김소희, 이승헌 외 연희단거리패 대표 배우들을 한 자리에 모아 화제를 모았던 <갈매기> 이후 1년 만에 다시 기획전 레퍼토리로 게릴라극장을 찾아왔으니 기대가 높을 수밖에 없다. (윤광진 연출도 그렇지만 기획전 첫 번째 작품 <아르투로 우이의 출세>의 독일 연출가 알렉시스 부크 외에 이윤택, 채윤일 등은 연희단거리패와 게릴라 극장으로 깊은 인연을 맺은 연출가들로 협업을 하면서 연극계에 좋은 성과를 이끌어내고 있다.)



 

소극장 연극이 무대 제약이 많아 무대예술보다는 오브제 위주 작품이 많고, 게릴라극장이 소극장이긴 하다만, 이번 작품처럼 무대를 비워둔 작품은 거의 드문 편이다. 또 작년 윤광진 연출의 <갈매기>가 많은 배우들이 참여한 데에 비하면 주인공 외 3명이 1인2역 이상을 소화하는 작품은 꽤나 미니멀하다. 윤광진 연출은 올해 1월 제 1회 대학로 코미디 페스티벌 참가작 <유쾌한 유령>에서는 적은 수의 배우를 택한 대신 발코니 등 무대와 효과에 큰 비중을 두었다. 한 연출가의 다양한 연출 방식을 본다는 면에서 흥미로운 부분이지만, 한편으로 7월 10일까지 공연 기간을 감안하면, 7월 27일부터 열리는 2011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와 맞물리면서 부득이한 혹은 고려한 무대와 배우 수급으로 볼 수 있다.

 

게릴라 극장 원형 그대로 드러낸 채로 무대 가운데 덩그러니 놓인 철제 테이블 하나가 전부이다. 윤광진 연출이 어떻게 풀어낼까도 궁금하기도 했지만, 윤시중 교수가 무대를 맡은 바라 더욱 관심이 갔다. 극단 하땅세 대표 윤시중은 레퍼토리 <싱크로나이즈>에서 현미경 카메라로 미시적 세계를 다루면서 새로운 연극적 장치로 무대를, 올 3월 무대 전체가 겹쳐졌다가 분할하는 독특한 무대 연출을 셰익스피어 작 <타이투스>에서 선보인 바 있다.

 



길이 360cm, 폭 50cm, 높이 90cm 기능적 구성을 따져 만든 듯한 철제 테이블만 봐서는 이야기를 어떻게 끌어갈지 짐작이 되지 않는다. 배우 4명과 오브제 하나로는 소극장 무대조차도 채우기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두루 약점을 가진 채로 출발을 하나 “극에 출연하는 4명의 연기자는 계속 변화하며 8개의 역할을 연기한다. 이러한 역할변화는 의상이나 전환, 심지어 이름의 변화 없이 빠른 리듬을 통해 정점을 향해 간다”는 연출 방식과 잘 맞아 떨어진다.

 

과일이 필요한 장면에서는 접시 위에 사과 한 개만 딱 올려놓는 식으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속도감을 높였다. 배우들의 호흡이 연이어 유기적으로 맞물리는 전개는 코미디 장르와 잘 어울리고, 또 빠르게 지나가는 유행이나 이미지에 현혹되기 쉬운 현대인을 풍자하는 데에 효과적 장치로 쓰인다. 이런 연출은 개그콘서트 식 스탠딩 코미디에 익숙한 관객에게도 익숙하게 다가온다.

 

내면의 성찰이 오랜 기간 숙성이 필요하다면, 성형은 순간적인 변신에 가깝다. 점심시간을 활용한 퀵쌍커풀이 유행이고, 수험생 대상 수술 1위라는 광고홍보를 해대는 성형외과가 대부분인 요즘과 다르지 않다. 주인공 레떼의 성형수술은 회사에서 교통사고로 숨겨지고, 꽃미남으로 뒤바꾼 얼굴은 곧 순식간에 유행을 타면서 얼굴복제에 이른다. 성형외과 의사는 “다른 사람은 다른 얼굴로 수술하라”는 레떼의 불평에 “내가 아는 방법은 이것뿐”이라며 유행을 버릴 의도가 없다.



 

테이블은 수술대, 침대, 옥상, 단상 등 다양하게 변주하면서 현대인 삭막한 관계와 내면을 상징하는 한편, 풍자극답게 그 차가운 질감이 조명에서 빛나는 내내 성형수술이 주는 일회성 환호를 드러낸다. 테이블은 다양한 쓸모가 있는가 싶지만, 어디 한 분야에 딱히 쓰일 만하지 않게 어중간한 형태라 무분별한 성형이 빚은 부작용을 떠올리고,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는 질감은 환호(=조명)가 곧 바뀌는 순간 빛을 잃어버리고 만다.

 

80분 공연 시간 동안 암전도 거의 없고, 배우들도 무대를 떠나지 않는다. 심지어 앉지도 않고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벽에 기대고 있다. 그들의 모습은 은행, 지하철, 정거장, 병원 등 사실 주변에서 늘 보는 바쁜 현대인의 일상이다. 어찌 보면 뻔한 주제일 수 있지만 윤광식 연출은 더하는 대신 최대한 빼는 식으로 연극이 표현할 수 있는 상상을 작품에 사용하면서 지루하거나 진부하지 않은 작품으로 풀어냈다.

 

이 작품이 주는 또 다른 재미는 주인공 레떼 역을 맡은 오동식이다. 연출가로도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그는 연출/연기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다.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그의 연기를 보기는 처음인데 연기도 연출 못지않게 능구렁이다. 두루 연극 내외로 재미있는 자리였지만 역시 보고난 뒤에도 공을 많이 들인 이전 작에 비하면 ‘브레히트, 하이너 뮐러 기획전’에 걸맞은 작품인지는 약간 의구심이 든다.*


사진출처 - 공연예술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