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

[시점_NOW / Beyond My Control] APG의 대표작, 곧 찾아오리라 기대되는

구보씨 2010. 11. 29. 15:57

안성수픽업그룹(APG)의 <시점_Now>이 2010년 7월 공연에 올리더니 2010 대한민국무용대상 참가작으로 겨울에 앵콜 공연을 가졌습니다. 현대무용을 잘 알지는 못하여 정확하지는 않지만 흔치 않은 경우로 알고 있습니다. 2012년 지금, 국립발레단 공연, 시댄스 페스티벌 참가 등 한국을 대표하는 무용단으로 명실공히 우뚝 섰습니다. APG, 현대무용을 본다면 이들의 작품을 우선 추천하고 싶습니다.

[2012.10.30]



  

제목 : 시점_NOW

기간 : 2010/11/29

장소 :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출연 : 한정미, 김동현, 김보람, 김봉선, 박수인, 이주희, 이혜상, 장경민, 특별출연 안현숙

작가 : 쇼데를로 드 라클로

연출 : 안성수

제작 : 안성수픽업그룹



현대무용은, 장르적 재해석이랄까, 고전 발레의 형식미에서 출발했으되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몸짓으로 낯설지만 짜릿한 무언가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현대무용을 많이 봤다고는 결코 할 수는 없으나 종종 자유로움에서 길을 잃고 사막에서 헤매듯이 무의미해 보이는 몸동작을 반복하는 공연을 보게 된다. 고전발레의 클래식한 엄숙미도, 현대무용의 폭발력도 보여주지 못한 채로 중간에서 맴도는 공연들 말이다. 어쩌면 누구보다 그 고민을 하고 있을 무용수들은 관객들이 전혀 다른 이질감에 지루해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마음 속에 품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안성수 픽업그룹의 <시점_NOW>는 우선 강렬하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가볍게 휘발하지 않는 진중함이 녹아 있다. 맞는 비유인지 모르겠는데, 메틸알코올에 담가놓은 거대한 붉은 꽃 한 송이(볼레로에 대한 이미지)이다. 그러니까 마시지는 못하지만 향에 취하고 마는 박제된 꽃, 그 유혹이다. 직품이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소설 <위험한 관계>(Les Liaisons Dangereuses, 1782)에서 따왔다는 연관성으로 자연스레 이어지는 지점이다.

 


 

동명 영화로 익숙한 원작 소설은, 배경을 조선시대로 옮겨 리메이크한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2003)를 통해 더욱 알려진 바 있다. 무용수들은 족두리를 하고 나와서 스캔들 포스터 등 장면을 연출한다. 재기발랄한 지점이다. 신문방송학에서 영화로, 그리고 무용으로 포지션을 옮겨온 연출가 안성수의 이력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그럼에도 차용보다는 미장센이 무척이나 강한 작품이라 영화는 금세 휘발하지만 몸 예술인 무용의 한 장면 한 장면이 그렇기도 하지만 영화에서 봄직한 연출 기법이 무용이 흠씬 묻어난다.

 

개그 프로에서 유행한 춤을 자유롭게 변형하거나, 클러버들의 춤인 듯 섞어서 흥을 돋우는 장면 역시도 어떻게 구성을 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층위로 풀어낼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인상 비평이 강할 수밖에 없는 무용에서 대중 장르의 차용은 가장 피하려고 드는 점일 수 있겠는데, 안성수 픽업그룹은 거침없다.




그러면서도 볼레로 전곡을 그대로 한 작품으로 풀어내면서, 원곡의 변주에 따라 성 에너지랄지, 거대한 꽃(꽃이 곧 식물의 생식기라는 점에서)을 이루고 조금씩 달라지는 무용수들의 몸짓은 관객을 몰입시키기에 충분했다. 도발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무용수들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2010 대한민국 무용대상 피날레를 장식하는 작품으로 충분히 납득할 만한 작품이다. 올해 무용대상에서 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관객상이 있다면 단연 안성수픽업그룹의 '시점'이다.*



 

 

 

사진출처 - APG 블러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