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

김선이 프로젝트 그룹의 [IF] 유쾌한 이승과 저승 탐방기

구보씨 2011. 10. 6. 16:28

제목 : 2011 서울국제공연예술제 - IF 김선이 프로젝트 그룹

기간 : 2011/10/06 ~ 2011/10/07

장소 :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출연 : 김문구, 김석중, 안지혜, 하미희, 박윤화, 김민경, 홍민진, 한승훈, 홍민아, 장영진, 박보환, 이정선

예술감독 : 김선이

연출 : 송형종

주최 : 한국공연예술센터

주관 : 김선이 프로젝트그룹


 

2010년 11월에 만난 김선이 프로젝트 그룹을 기억한다. 유독 그들이 떠오른 이유는 당시 ‘ECO 프로젝트 - 쓰레기 섬(Dusty Blue)’이 하와이에서 북동쪽으로 1600㎞가량 떨어진 태평양 한가운데, 바람을 빨아들이고 내보내지 않는 북태평양 아열대 환류에 모이는 쓰레기가 140만㎢(남한 크기의 14배)에 이르는 쓰레기장, 이른바 ‘쓰레기섬’을 주제로 올린 작품이었고, 또 그 만큼 강렬하게 기억에 남은 이유이다.

 

당시에도 일반관객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에 주력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으면서도 손쉽게 접근하지 않고, 무용수, 성악가, 배우, 기타연주자를 내세워 쓰레기섬에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재질, 상표, 크기의 쓰레기가 모이는 현실처럼 장르의 이종합산을 통해 문제 제기를 했다. 



김선이 프로젝트 그룹 '쓰레기섬(Dusty Blue)'  2010.11.18 ~20. LIG 아트홀  

 

갈라파고스 섬을 모티브로 생존과 진화를 다룬 <괴짜섬>과 인간이 벌인 추한 현실을 다룬 <쓰레기섬>이 삶이라는 큰 틀에서 과거와 현재를 미시적으로 표현해서 담고 있다면 <IF>는 또 다른 차원인 저승과 이승 사이 중간계인 ‘망각의 방’에서 “죽음의 흔적으로 바라본 생의 형식들을 죽음이라는 거울을 비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자칫 자연의 변화를 보여주는 적자생존의 세계, 인간이 자초한 재해에서 벗어나려는 의도일까. 하지만 죽기 전까지 알 수 없는 죽은 이후의 상황을 다루면서도 <IF>도 무거운 주제와 달리 유머가 넘친다. 



 

영혼이 하늘에서 떨어지면서 합체하듯이 떨어지면서 무용수들이 지르는 비명이나 한데 뭉쳐 세 명이 한 몸으로 합체한 듯한 모습도 기괴하기보다는 우습게만 보인다. 무대를 고루 사용하이번 작품에도 배우들과 성악가가 등장해 지루하거나 낯설 수 있는 무용 기반 작품에 간간히 쉬어갈 수 있는 호흡을 제공한다. 에필로그 ‘육신은 한 벌의 옷과 다름없다’에서 남자 무용수가 여자무용수를 태우고 검은 천을 뒤집어 쓴 모습은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등장하는 귀신 가오나시를 쏙 빼닮았다. 배우들의 코믹한 표정이 일품이다. 




죽음이 쓸쓸하거나 슬프거나 두렵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나, <IF>는 제목처럼 ‘만약’에 라는 전제를 두고, 어차피 죽은 뒤에 세상을 누가 알겠는가? 라는 심사에서 유쾌하면서도 따뜻하게 표현했다. 어차피 누구나 죽을 운명이라면 초조하게 두려워할 일이 아니라 즐겁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준비가 필요하다. 대사를 사용하지 않은 장르로 무용을 기본으로 삼은 무용극(Dance Theatre)은 이승과 저승 사이 경계를 지은 주제와 잘 어울린다. 2011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참가작다운 완성도를 보여준다.*




사진출처 - 김선이 프로젝트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