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오르세 미술관전_고흐의 별밤과 화가들의 꿈] 한낮에 치여서 보는 별이 빛나는 밤

구보씨 2011. 6. 4. 15:38


여름 방학 시즌, 주말 대낮에 별을 볼 생각을 했다니! 다시 생각해봐도 너무 안일했다. 별을 보기 위해 늘어선 그 긴 줄을 보면서 후회를 했다. 하지만 별 수 있나, 이번 기회에 별을 보지 못하면 프랑스로 가지 않는 이상 영영 보지 못한다. (거의 단정이다.) 반 고흐의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La nuit etoilee, Arles.1888~1889)’을 보기 위해 선 사람들이 뭉쳐서 떠날 줄을 모른다. 어쩔 수 없다. 오르세 미술관전 고흐의 별밤과 화가들의 꿈(http://www.orsay2011.co.kr/) 전시회는 “불멸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전성기 최고의 걸작인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 한국 최초 공개”라는 카피를 내세웠으니 말이다.


참고로 파워문화블러거로 뽑히면서 새롭게 단장한 예스24 블러그 배경도 고흐의 '아를르의 포룸 광장의 카페 테라스 (Café Terrace, Place du Forum, Arles, 1888)이다. 이 작품에서도 빛나는 별이 빠지지 않는다. 19세기 인상파 화가들 작품을 전시하는 오르세 미술관전은 늘 고흐가 익히 타이틀이 붙은 지경이다. 이번이 세 번째 초청 전시회로 오르세박물관 수리 관계로 가장 규모가 큰 편이라고 한다.

 

다른 전시회에도 늘 고흐를 내세워 홍보를 하기는 하나,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고 또 돈 맥클린(Don Mclean)의 'Vincent'라는 노래로도 워낙 유명하니 미술관 가는 전에 입에서 흥얼흥얼 노래가 흘러나온다. 물론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는 현재 뉴욕 박물관에 따로 있다. 돈 맥클린의 노래는 이 작품을 두고 만든 노래이다.)

 

결국 비집고 섰다. 아이를 앞세우고 밀고 들어오는 어머니와 딱 달라붙은 연인들 사이에서 정면은 아니었으나 옆으로 또 옆으로 밀리면서 용케 그림 앞까지 갈 수 있었다. 이런 게 바로 루벤스 ‘성모 승천(Assumption of the Virgin)’을 앞에 둔 네로의 심정이겠구나 싶다. 낮은 조명 아래 거친 붓질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허 참, 그 오래된 아우라 개념이 이성이 아닌 가슴으로 생생하게 다가온다.

 

별이 회오리치는 듯 푸른색 불꽃놀이는 보는 듯한 '별이 빛나는 밤'도 물론 멋지지만, 애잔함을 주는 눈 앞에 있는 작품은 가슴에 뭉클하게 다가온다. 이번 전시가 회화 73점과 데생 24점, 사진 37점 등 총 134점이 전시돼 역대 오르세 소장품전 중 최대 규모라는데, 촌스럽게도 다른 작품은 나름 꼼꼼하게 봤고, 사람들이 몰리지 않는 작품을 자세하게 봤으면서도 당최 잘 떠오르지 않는다. 오르세 미술관 전에서 봤던 작품들을 다시 찾아하면서 소개를 더하면 보다 더 이해하겠지만 아무려나 역시, 몰 취향이라도 고흐다. 찌는 7월 여름에, 내리쬐는 태양 아래에서 그 빛의 모든 걸 담으려고 했던 인상파 화가들의 인내와 노력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