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Upside Down
기간 : 2011/06/28(화)~29(수)
연출 : Evgeny Kozlov
출연 : Evgeny Kozlov, Alexander Bondarev, Irina Kozlova
기술감독, 매니저 : Tanya Williams
제작 : Do Theatre(독일)
런닝타임 : 60분
제 6회 피지컬 씨어터 페스티벌은 시작부터 뒤죽박죽이다. ‘Upside Down’, 제목이 그렇다는 게다. 뒤죽박죽이란 의도는 몸 언어를 중심에 둔 다양한 장르를 하부에 포섭했다는 기획 의도와도 맞아떨어진다. 올해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13팀 이력을 보면 무용단, 무용수가 다수를 차지해 좀 더 다양하고 이채롭길 바라지만 무용수들 이력을 세세히 보면 그들을 하나로 묶는 의미로도 ‘다원예술’이라는 게 어울릴 만하다.
극장으로 들어서니 객석 너머 무대 어둠 속에 검은 양복에 짙은 색안경을 낀 무표정한 허연 얼굴이 보인다. 흑과 백 콘트라스트 대비가 제법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긴다. 그 뒤로 반나체로 시체인양 길게 누운 남자가 보인다. 이들이 영감을 받았다는 렘브란트의 그림 <튤립 박사의 해부>가 떠오른다. 무대 오른쪽으로 간이 세트가 보이고 그 자리에도 누군가 앉아 있다. 움직임이 없는 이들은 마네킹인양 혹은 모티브를 따온 준비 과정의 프랑켄슈타인의 한 대목인양 보인다.
조명이 들어오고 배우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원작에서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생명 창조에 엄청난 전력을 소모한 대목과 얼추 분위기가 잘 들어맞는다. 당최 번역기를 돌려도 정확한 발음을 하기 힘든 러시아 혼성팀이 연기를 시작한다. 허옇게 분장한 데다-극이 진행될수록 고스족(Goths)처철 보이는 허연 분장 의도는 광대인 게 드러난다. 머리를 박박 민 외국인들 나이를 가늠하기가 참 힘들지만 그중 처음에 홀딱 벗고 나온 자세히 보면 나이든 아저씨가 예브게니 코즐로프로 Do Theatre를 세운 장본인이다.
<Upside Down>은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은 아니다. 그로테스크하지만 코믹하고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풍자극으로 세계 투어용 레퍼토리로 제격이다. 시체를 해부하는 장면에서도 피가 튀고 시뻘건 고기를 잘라내지만, 가슴 졸이지 않고 즐겨도 될 만큼 코믹하게 연출했다. 뮤지컬 <록키호러픽쳐쇼>의 한 장면을 떠올리나 진하고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그들이 펼치는 연기 서로 호흡이 척척 맞지만 줄에 거꾸로 매달려서 펼치는 대미 외에-가장 인상에 깊게 남는 장면인데, 그들이 펼치는 연기의 난이도나 숙련도가 매우 높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거꾸로 매달린 연기 때문에 제목을 연상한 것만은 아니다.
농염하게 익은 솜씨라는 점에서 만족스러운 자리였다만, 페스티벌 자체가 관객에게 다가오는 생경함 혹은 진지한 의도도 있고, 또 외국 작품이라 자못 긴장하면서 봤던 관객들에게는 역으로 허를 찌르는 식이었다. 웃음이 빵빵 터지기 보다는 사뭇 진지한 자세로 작품을 감상하고만 묘한 분위기였지만 노련한 배우들이 관객과 호흡을 주고받는, 만국공통 유머코드로, 객석 분위기가 한결 풀어졌고, 커튼콜 때에는 러시아식 영어 대사에 유독 크게 웃음을 터트리던 맨 앞자리 청년 한 명이 열렬한 기립 박수를 보냈고, 뒤이어 어중간하게나마 두서넛이 기립 박수에 동참했다.
한국 공연단 수준이 높아진 이유도 있겠는데, 전반적으로 기존 넌버벌 퍼포먼스에서 봐왔던 패턴, 동작, 유형과 다르지는 않아 보이기는 했는데, 대중적인 작품보다 실험적인 레퍼토리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좀 남는다. 글쎄, 문화권 차이라고 할 수도, 관객으로 무지한 탓일 수도 있겠지만, 좀 속도를 늦춰서 조율을 했다면 좀 더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만약 내 연구가 성공한다면 탄생과 죽음의 경계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이제 곧 인류는 머지않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될 것이며, 나는 새로운 인류에게 유일한 생명의 근원이 되어 이제껏 그 누구도 받아보지 못했던 감사와 존경을 누리게 될 것이다. 온 세상은 마땅히 기뻐하고 감사해야 한다.” 소설의 한 대목으로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한 얘기다. 이 대목으로 작품을 요약해도 좋을 만하다.*
사진 출처 - Do Theat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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