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_ 게르니카(Guernica)
기간_ 2011년 07월 05일 ~ 2011년 07월 06일
구성, 연출_ 유홍영ㅣ움직임 연출_ 고재경
출연_ 이경렬, 윤태영, 최성재, 김동규, 송윤선, 이해나
조명_ 김동훈
무대_ 이진
영상_ 이종희
음악_ 최인양
소품_ 장현아
제작_ 마임공작소 판(한국)
런닝타임_ 70분
피카소의 <게르니카Guernica>(1937년, 349.3x776.6cm)는 찬찬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그 잔혹상을 제대로 알 수가 없다. 자세히 보면 몰라도 뭉뚱그린 이미지로 이해한 게르니카는, 그 명성(싯가)에 기대어 보는 속물 기준으로 보면 백화점 명품 매장에 걸린다고 해도 그리 상관없을 지도 모른다. 우리에게는 <게르니카>보다 한국전쟁 비극을 다룬 <한국에서의 학살Massacre en Corée>(1951년, 110x210cm)이 피카소의 반전 그림으로 더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지만 게르니카와 달리 구상화에 가깝게 그렸다는 점에서 <게르니카>의 비극이 역으로 더 크게 다가온다. 2차원에 3차원을 투사한 피카소의 그림 방식은 희극을 더욱 희극으로 비극을 더욱 비극으로 부각시키는 렌즈 역할을 한다. 그가 여자를 그렇게 많이 그린 이유를 알만한 대목이지만, 같은 이유로 게르니카를 보면 당장 반쯤 불에 탄 팔 다리가 툭툭 떨어져 나올 듯하다.
마임공작소 판은 피카소가 2차원으로 포집한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소도시 게르니카의 비극를 다시 3차원으로 끌어낸낸다. 삶의 특징을 잡아내는 시적 몸짓인 마임은 피카소가 택한 방식과 맞물리면서 미술과 공연이 장르 간 통섭을 이루기에 잘 어울린다. 한국 대표 마임이스트로 불리는 유홍영과 고재경이 만든 조합이라면 작품에서 우선 믿음이 가는데, 올초, 삼일로 창고극장에서 공연으로 이미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실제 크기에 비하면 작지만 네모 소극장 배경으로 충분할 만한 크기의 그림으로 짜서 4분할한 <게르니카>는 극 시작 전에 작품을 소개하고 이후 이동식 칸막이로 두루 집, 언덕, 담장 등 다양한 오브제로 전체적으로 무대에서 효과적으로 사용된다. 삼일로 극장 공연에 비해 넓어진 무대라 6명 배우들의 움직임이 더욱 보기 편하다.
극 중간 격투게임 장면을 코믹하게 차용한 부분은 전체 구성에서 이질적이지만, 현대전이 게임이나 스포츠 중계를 하듯 매스미디어를 통해 생중계되면서 그 이면의 참상을 숨기는 현상을 꼬집어 풍자한 부분으로 이해했다. 나치의 1937년 4월 26일 스페인 게르니카 폭격을 형상화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2011년 지금, 게르니카가 담은 반전의 의미를 되새기는 작업 형식으로 의도는 좋지만 전체 구성으로 보아 좀 더 고민할 부분이다.
페스티벌을 빌지 않더라도 개별 공연작으로 인정을 받은 작품이기는 하나 두루 생소한 마임을 한다는 게 배우들에게 어떤 의미일까를 따져본다면, 마임 배우라는 존재 자체가 이 사회에서 매우 이질적이고 자체가 모험일 수밖에 없다. 오브제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연출도 뛰어나거니와, 표정 연기까지 더한 배우들의 연기에서 열의와 열정이 엿보인다. 수준이 높고 호흡도 잘 맞는다.
전쟁은 인종, 언어, 민족, 성별 등 모든 차이를 떠나 공통의 비극이다. 입을 굳게 다물고 펼치는 마임은 어쩌면 그래서 그 비극을 드러내는 데에 가장 적당한 장르일 수 있겠다. 두루 한국을 넘어서 세계 어디에서라도 통할 작품이고, 또 그렇게 나가야할 작품이다. 마임공작소 판의 <게르니카>는 마임 광대가 보여주는 위안을 한 단계 뛰어넘어 세상을 보듬는다.*
사진출처 - 피지컬씨어터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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