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도화골 음란소녀 청이] 도화골에서 풍기는 암내가 코끝을 간질이네

구보씨 2008. 7. 15. 15:55

[Hello! 마임콘서트]와 마찬가지, 극장을 막 찾기 시작한 2008년 여름에 본 작품입니다. '미성년자 관람자제 발칙에로마당극'이라! 꽤나 자극적이지 않습니까? 요 사이 에로 연극 유행 이전에도 종종 에로연극이 비온 뒤 버섯처럼 솟고는 했지요. 하지만 이 작품은 옷을 벗거나 하는 식의 작품은 아닙니다. 화끈하게 보여주자가 아니라 솔직하게 얘기해보자는 작품입니다. 어쨌거나 제가 연극을 보게된 계기로 뭔가 거창한 게 있나 싶었는데 말이죠. 흠. 요사이 해킹 건으로 비밀번호 교체를 위해 들어갔다가 본 과거의 흔적을 보니 그닥 그런 작품은 눈에 띄지를 않는군요.

배우들의 열연이 좋아서 일일히 코멘트를 달았네요. 후기랄 것도 없지만 나름 정성이었지 싶습니다. 초심을 회복하자는 생각을 다시 하 번 해보게됩니다. 책'
서늘하고 매혹적인 우리 고전 다시 읽기'라는 부제가 붙은 '전을 범하다'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권선징악, 군사부일체, 효 등의 코드로 읽었던 고전을 이정우 교수가 재해석한 책입니다. 책소개를 옮기자면 '권선징악'이라는 굴레에서 해방시켜 욕망과 위선, 폭력과 일탈로 가득한 13편의 고전소설들. 기존 문법과 가치관을 뒤흔드는 통쾌함과 신선한 고전의 매력을 맛볼 수 있을 것라고 하는데요. 아주 재미집니다. 꼭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그너저나 [도화골 음란소녀 청이]를 했던 배우님들은 요즘 어떤 작품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꼭 한 번 찾아봐야겠네요.




<도화골 음란소녀 청이>의 쌈박하다는 소문을 듣고는 기쁜 마음으로 주위 놈년들을 섭외했으나, 되먹지 않게 제목만 보고는 지레 점잖을 빼는 바람에 자칫 혼자 볼 판이었는데 무더운 날씨에 이은 지리한(?) 결혼 생활에 지친 친구가 대뜸 집에 늦게 갈 핑계를 얻었다 싶었는지 냉큼 연락이 닿아 남자 둘이 음란소녀 청이를 보러 갔습니다. 사실, 30대 남자 둘이 매표소 근처에서 서성이는 모습이 그닥, 좋은 장면이 그려지지 않는 와중이었죠. 대부분 쌍쌍 아니면 여자들끼리였으니, 이건 뭐, "뭐야? 저치들 변태아냐?" 하는 눈초리가 느껴지는 듯도 싶고, 괜한 자격지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친구가 하필 연극을 처음 본다고 들떠서는 극장 앞에서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네~ 두루두루 모인 여자관객들을 둘러 보네~ 하면서 나에게 귓속말로 "여자 옆자리는 내 자리다"며 계속 옆구리를 쿡쿡 찌르구요. 처음부터 아주 정신이 없었죠. 이러나저러나 공연 전에는 좁은 소극장에서 마당극이 될까 싶었는데, 옹기종기 모인 관객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는 배우들의 능청스런 연기에 아주 홀딱 빠지고 말았답니다. 분명 어찌나 재미나게 관객들의 배꼽을 뽑다대는지요. 배우의 관객과의 호흡(?)에 목마른 친구는 앞자리가 아니라고 투덜대면서도 연극 초반부터 소개되는 방중술을 따라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마당극에 참여한 배우들의 알토란 1인다역 연기에 푹 빠져,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평을 달아보았습니다.


이야기꾼1(오대석 분) : 하고야 그 흐드러진 입담이 휘청휘청이는 몸 어디에 숨었다가 그리 나오는지? 정말로 진지하게 제안하건대, 짬짬이 알바로 영업을 뛰셔도 대박나시겠어요.
 

이야기꾼2(백현주 분) : 만가지 표정과 색깔을 가진 팔색조 배우가 아닐까. 의외로 호러물(?)도 잘 어울릴듯한 인상이.... 전설의 고향에 딱 어울릴만 했죠. 무엇보다 용왕님으로 변신했을 때... 하고 이건 정말 직접보고 들어야 진가가 나온다으~


이야기꾼3(양진억 분) : 해리포터 분장보다는 역시 왕자였을 때가 더욱 빛을 발하지 않았나 싶어요. 패러디로 보석처럼 빛나는 본래 모습을 감추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러나저러나 아무리 코미디라도 역시 왕자역은 마스크가 먹어줘야 한다는 깨지지 않는 불변의 법칙~


청이(미 경 분) : 연극의 히로인~! 중학교 2~3학년 나이라고 보기에는 흠... 그 코맹맹이 소리하며, 너무 조숙한 감이 없잖으나, 도화골 청이는 역시 뭔가가 달라도 마이 달랐다~. 앞으로 심청전을 볼 때마다 낯부끄럽게 떠오를 얼굴! 이거 참 심청전보다 얼굴 붉히게 생겼네.


심학규(이상은 분) : 허 참! 심청이 아버지 심학규가 아닌, 심학규 딸 심청이라고 부를 판이네, 그려. 그 걸출한 양아치 연기~ 누가 맹인 예술인의 최고봉을 스티비 원더라고 했던가. 제목을 <도화골 음란홀아비 학규>로 달아도 될 듯!


뺑덕(설정빈 분) : 뺑덕이가 풍긴 암내가 아직도 코끝을 간질간질~. 하고야 뺑덕이 당나귀 공주와 청이를 제끼고 젤루다가 이쁘면 어쩌란 것인가. 도화골의 진정한 위너는 바로 당신입니다요. 쏘핫!!


당나귀공주(최정선 분) : 당나귀인가, 사람인가... 황우석 교수의 숨겨진 이종교배 작품이라도 된다던가... 첨에 당나라공주인줄 알고 있었다가 그 흐히힝~에 객석을 확 잡아버린 공주님! 흐히힝~ 그 한마디에 담긴 수많은 삼라만상의 이치! '흐히힝' 한마디에 '넌버벌 퍼포먼스'로 인정!


각종등장인물(이하늘 분) : 이름은 하늘이나 가뜩이나 각종인물이라서 정신이 없는데, 그나마도 그 굵은 소품(?)으로 인해 상체보다 하체에 시선이 많이 갈 수밖에 없어 슬픈 배우여. 허나 정말 부러운 인물도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당신이었습니다. 남녀노속를 불문하고 말이죠. 다크호스 인정!


이처럼 지만 노련한 연기를 펼치는 배우들과 심청전에 대한 발랄한 재해석이 버무려져 정말 제대로된 진국 마당극이 완성되었습니다. 덕분에 간만에 스트레스 확! 잘 풀었지요. 친구도 간만에 '성기능전진대회'에서 알려준 법을 토대로 와이프와 화해를 시도해보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품고는 돌아갔습니다. 신나는 도화골유람 잘 다녀왔습니다.*



심청 역 미경 배우


사진출처 - 창작집단 멀쩡한소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