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풍금소리] 그 소리 언제든 다시 들려올 것이다

구보씨 2009. 3. 27. 12:18

솔직히 아래에 쓴 글을 리뷰로 구분하는 게 맞나 싶습니다. 기사를 여기저기 뒤져서 짜집기로 나온 글인데요. 다시 읽어 봐도 참 부끄럽습니다. 이 때만 해도 공연을 대하는 태도가 어쩌다가 공연을 보는 식이었지 싶습니다. <풍금소리>라는 작품을 봤는지 까맣게 잊고 있다가 다시 생각이 났다는 정도로, 짜집기 글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 싶은데요. 다시 보니 제가 얼마 전에 쓴 [못생긴 남자_2012_Enjoy SAC] 현대판 오이디푸스가 보여주는 잔혹극 http://blog.daum.net/gruru/1965에서 언급한 연출, 무대, 배우들이 등장하네요. 이때만 해도 연극을 아무 생각없이 봐서, 윤광진 연출이 누군지, 윤시중 교수의 아버지 故 윤조병 작가가 누군지 몰랐습니다. 2011 동아연극상 신인상을 받은 이슬비 배우는 이 당시 정말 신인배우였구요. 예수정 배우는 이때도 물론 멋진 연기자였습니다. 


 


스틸컷을 보면 삼층을 쌓은 철제 무대와 심하게 경사진 무대 위에 의자와 탁자를 놓아 풍경다방으로 꾸민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어디서 많이 본 무대이지 않나요? 개인적으로 2011년 최고의 작품이라 꼽는 국립극단 창단기념작 [오이디푸스_2011] 코러스의 시선으로 바라본 오감도 http://blog.daum.net/gruru/161의 그 아찔하게 솟은 경사진 무대를 디자인한 이태섭 소장의 솜씨입니다. 이때 이미 인간사 갈등을 각을 주어 표현했다고 할까요. 그 전조가 엿보입니다. 아무튼 <풍금소리>의 진가를 몰랐다가 이제야 알듯 합니다. 그런데 작품에서 받은 느낌은 당시만 해도 연극을 잘 모르다보니 무겁다, 진중하다, 지루하다, 이 정도 기억만 있습니다. 흠... 역시 뭐든 알아야 재밌고 즐거운 법입니다. 이 작품, 다시 한 번 봤으면 좋겠습니다. [2012.07.12] 


제목 : 2009 서울연극제 - 풍금소리

기간 : 2009/03/27 ~ 2009/05/31

장소 :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출연 : 예수정, 이현순, 곽수정, 황연희, 한은주, 문욱일, 김무형, 박혜경, 함수연, 송상욱, 박혜경, 이슬비, 최소영, 신진희, 황혜미, 신정원

작가 : 윤조병

연출 : 윤광진

주최 : 2009 서울연극제, 서울연극협회

주관 : 공연예술센터


 

 

지난 4월 16일부터 5월 24일까지 2009 ‘서울연극제'가 열린다. 올해는 서울연극제 30주년 기념하는 해로, 그동안 서울연극제를 통해 선보인 290편 가운데 작품성과 흥행성을 갖춘 대표작 9편을 엄선했다. 여기에 더해 70대의 오현경, 김인태, 이호재, 박웅 등과 중년의 전국환, 김성녀, 예수정, 서이숙 등 대표선수급 배우들은 TV나 영화에서는 보여주지 못했던 긴 호흡과 내공을 바탕으로 농익은 연기로 후배 배우들을 이끌고 있는 참이다.

 

아이돌 스타 한 명 등장하지 않은 무대가, 다시 말해 젊은 관객들에게 <가요무대> 정도로 보일 서울연극제 30주면 기념작들이 연극계에 새로운 봄날을 가져올지는 미지수이다. 일제시대, 탄광촌의 질박한 삶을 담은 리얼리즘 연극인 ‘풍금소리’를 보러 봄싹처럼 젊은 관객들이 찾아올까.



 

그럼에도 연극은 언제나 축제이고, 관객과 배우들이 서로 가슴이 설레며 만나는 소통의 현장이다. 더욱이 원로 작가들과 원로 배우들을 극장 주변과 무대 위에서 직접 마주대하는 기분은 정치․종교 등 한국사회의 원로들을 대할 때와는 상반되는 벅찬 감흥으로 다가온다. 이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2시간 내내 무대 위를 뛰어다는 ‘현역’이자 ‘광대’이지 않은가.

 

풍금소리는 무대 위 삼층으로 된 갱도를 쌓아서 정신대와 징용에 끌려가 죽은 과거의 영혼, 무너지는 갱도 속에 죽은 현실의 영혼을 달래는 한풀이 공간으로 활용했다. 그 옆으로 경사로 위 풍금 다방, 사실적인 표현을 최대한 자제한 무대는 압축미를 살리면서 리얼리즘 연극에 새롭게 해석할 여지를 두었다. 20년 전과 다른 새로운 관객을 위한 고심의 흔적이 보인다. 이 작품을 앞으로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생각하면 더욱 감회가 새로운 공연임에는 틀림없다.*




사진출처 - 공연제작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