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극단 시선 <미소놀다 “미롱”(MIRONG) >
일정 : 2009.10.13(화) ~ 10.25(일)
장소 : 대학로 우석 레파토리 극장
주최, 주관 : 국립중앙극장, 극단시선
제작 : 극단시선
작, 연출 : 홍란주
출연 : 배수현, 이현주, 이동준, 김현진, 오일영, 박재현, 정나윤
<미소놀다, 미롱>의 마지막 공연이다. 마지막 공연답게 많은 관객들이 소극장을 촘촘하게 채웠다. 극단 시선의 대표이자 작, 연출을 맡은 홍란주가 국악원에 본 춘앵전이 이 작품의 모태이다. 춘앵전은 국가에 경사가 있을 때 궁중에서 베풀던 잔치에서 추던 궁중무용으로 조선 순조 때를 시작으로 한다. 부끄럽지만, 이 작품을 통해서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이다.
궁중 음악 담당 관리인 창하(배수현 분)는 양아들 도일(이동준 분), 제자 초영(이현주 분)에게 춘앵전을 전수한다. 창하는 이들엑 춤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원했지만, 도일과 초영은 사랑에 빠지고 만다. 하지만 창하도 초영을 마음에 두고 있었던 바, 그 사이를 질투하여 도일의 남근을 잘라버린다.
무동으로의 확실히 자리매김을 하라는 핑계를 대지만, 욕망을 이기지 못한 대가는 혹독하다. 남근을 잘린 도일은 궁궐을 떠나고, 초영은 스스로 혀를 끊어 입을 다문다. 그리고 중풍을 맞아 반신불수가 되어 다시는 춤의 세계에 들어설 수 없는 지경이 된다.
이런 창하의 옆에는 초영의 뒷바라지가 있다. 초영은 도일을 따라나서는 대신, 춘앵무 중 독무에 매진한다. 창하에 대한 감정이 있어서라기보다 정중동(靜中動)의 아름다움의 극에 이르려는 마음가짐이 우선된 까닭이다.
반면, 도일은 남사당패의 역동적인 춤에 매료되고, 그들과 한 패거리가 되어 본인이 진정 원하는 춤의 세계에 다다른다. 초영과 도일은 비로소 서로를 보는 대신 각자 춤의 길을 보고 걷게 된 것이다.
장터에서 양반탈을 쓰고 놀음판을 벌리는 도일을 드디어 만난 초영은 춤으로 도일과 호응을 하지만, 이미 삶에서 남녀 사이의 애정을 넘어선 각자 나뉜 길을 확인하고 만다. 초영은 도일이 춤으로 만개한 모습을 확인하면서 미롱(춤의 극치에서 짓는 미소)을 짓는다.
극 배경인 조선시대에는 궁중의 격이 높은 춤과 거리패의 희롱은 클래식과 트로트쯤으로 비견될 만한 일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가슴에 품은 채로 수십 년 세월의 한은 다다른 경지에서 만나 둘인 듯 하나가 되고, 또 하나인 듯 둘이 되는 슬프고 아름다운 우리의 정서가 잘 다듬어진 공연이다.
세계국립극장 페스티발 우수선정작답게 춘앵무도 그렇지만 특히 남사당패로 등장하는 배우들의 풍물, 버나, 살판, 덧뵈기, 덜미 등 노는 실력이 겉핥기가 아니라 제대로다. 하지만 국립극장 별오름 극장에 비해 무대가 좁고 천장이 낮은 극장에서 공연을 올리다 보니 갇혀서 답답한 구석도 있고, 또 상모돌리기에서 줄이 천장에 닿아 불안한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연주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궁중타악기 박(拍)이 깨질 정도로 연기에 몰입한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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