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극

[걸스 나잇Girl’s Night] 영국판 주부들의 신나는 속풀이

구보씨 2009. 5. 29. 15:37

포스터 카피에도 나오듯이 주크박스 뮤지컬 붐을 타고 무대에 오른 2009년도 작품입니다. 맘마미야 보다 작은 규모라, 티켓 가격 부담이 덜한 작품이지요. 주크박스 뮤지컬이 한때 붐을 타기도 했는데요. 여전히 종종 볼 수 있기도 하지만 성공한 작품은 드문 편입니다. 열정적으로 노래를 부르면서 무대를 채운 배우들 모습이 새삼 떠오릅니다. 



신나는 영국 아주머니들의 속풀이! 걸스 나잇! 17살 미혼모에 오토바이를 타다가 죽은 샤론,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왕따  아니타, 아이를 셋이나 낳으면서도 여전히 남편의 사랑을 믿지 못하는 리자, 남자 운이 죽어라 없는 윽박만 지르는 캐롤과 촌스러운 그녀의 동생 케이티.어 딘가 인생이 꼬인 이들은 마흔이 다 된 나이에도 서로 의지를 하는 죽마고우이다. 죽은 샤론 역시 영혼이 되어서 늘 친구들 주변을 맴된다. 샤론의 딸 캔디가 약혼을 축하는 자리, 술집(한국에서가라오케라는 설정)에 다 같이 모여서 티격태격 즐거운 여자들만의 밤!을  만든다.


영국식 아줌마 속풀이라고 해야할까. 육덕진 상황과 소품(?), 대사가 나오는데, 남자인 내가 듣기에도 통쾌하다(?). 다만 원작의  배경이 영국이다보니 상황이나 에피소드에서 다소 간 거리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기본 스토리를 두고, 한국식으로 보다 각색을 하면 더 완성도 높은 작품이 되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팁으로! 공연이 끝나고 추첨을 통해 과실주 세트를 푸짐하게 선물하니, 그날의 운을 확인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무대 뒤 이동식 문을 활용한 배경 뒤가 자못 궁금했었는데, 그 장소가 화장실 앞이라는 설정이 .. 나름 캐롤과 케이디, 그리고 샤론과의 갈등과 해소가 벌어지는 지점이긴 하지만 화려한 무대에 비해 정중앙의 화장실은 살짝 의아스럽다. (각각 멤버들의 삶에도 나름 화려한 이면 뒤에는 다른 면(?)이 있다는 암시일수도) 그리고, 그녀들의 주요 갈등이 현재와 과거, 미래의 사랑에 국한되는데, 원작에 따른 것이겠으나, 청소년의 개방적인 성등 (적어도 우리 현실보다 강력한) 기본 배경과 비교할 때 도리어 고민의 정도가 가벼운 점이 없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귀에 익은 흥겨운 팝송이 알기 쉽게 번안곡으로 흘러나오고, 각각 확실히 구분되는 뚜렷한 캐릭터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내용이 이해하기 쉬워서 두시간 동안 부담없이 즐기는 데에는 충분하다. 배우들의 연기와 춤, 노래도 능수능란하게 소화를 낸다. 한국의 아주머니들에게, 그리고 덤으로 달려올 아저씨들에게 부담없이 그러나 다양한 여지를 두고 볼만한 뮤지컬임에는 분명하다.* 


사진출처 - 걸스나잇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