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극

[넌센스Nunsense] 냉동 수녀들 장례치르기 대행진

구보씨 2009. 11. 17. 16:53

단상 비스무리한 예전 리뷰를 올리고 있자니, 추억이 새록새록합니다. 2009년에 결국 보고야만 넌센스입니다. 무대나 배우들은 생각이 나는데, 누구와 봤는지 영 기억에 나지 않는군요. 헤어진 그녀랑이었을까? 참 술을 줄이든가 해야지. 이거야 원. 여하튼 요새 <넌센스2>로 다시 돌아왔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립니다. 12월에 서울에 올라온다니 기대를 해봐야겠습니다. 

 

 

 

넌센스! 17년 동안 7000회를 넘기도록 여직 못보고 있다가, 결국 보고야 말았다. 살짝 감격스럽다. 여기서 감격이란 뮤지컬의 높은 완성도도 완성도이지만, 왠지 녹화방송으로라도 베이징 야구 결승전을 챙겨보는 기분이랄까. 그러니까 다 알고는 있으나 내 눈으로 직접 순간순간을 재확인하는 절차와도 같은 것이다. 워낙 유명한 배우들이 맡아서 했던 공연이기도 하고, 또 지금까지 거쳐 간 배우만 해도 248명이 넘었다니, 공연계에서 껌 좀 씹었다(?)는 여배우들이라면 꼭 거치는 관문 같은 공연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그래서라도 공연 평가에 허명이 있거나 혹은 매우 박하지 싶기도 했다. 잘하면 본전인 공연이니 배우들의 심정이야 오죽할까. 그런데 워낙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지만 17년 동안 우려냈으면 이거 뭐, 뭔가 확 변화를 주거나 정상에 있을 때 막을 걷을 만도 한데, 무난하게 길고 가늘게 간다는 얘기만 솔솔 들려왔다. 몇 년 전, 소프트한 헤드윅이랄까, ‘남자 넌센스’가 반짝 인기를 끌었다는 정도가 변화라면 변화인데 이건 좀 아닌 것 같고, 아무튼 nun(수녀)들의 sense(감각)가 보통이 넘는다는 건 이미 알고 있을 터 기대 반, 우려 반인 심정으로 공연을 보았다.

 

드라마나 영화로 유명한 배우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제대로 농익은 다섯 수녀들의 넉살은 공연장을 꽉꽉 채운다. 뮤지컬 공연이 무대, 소품, 의상, 조명이 배우들의 역량 못지않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말하나마나. 극 배경이 모금 공연장 설정으로 한정지어놓긴 했지만 그간 웅장한 뮤지컬 무대에 익숙해진 눈에는 영 마뜩치 무대다. 그런데 좀 허전한 듯한 무대를, 같은 옷을 입은 다섯 수녀가 휘젓기 시작하자 무대가 활기로 꽉 차올랐다. 무대와 바로 맞닿은 객석을 오고 가며 눙치는 관객들과의 호흡도 그렇고, 웬만한 사당패 이상이다. 워낙 팬티 속까지 드러난 연극이니 관객들과의 즉흥적인 상황에 보다 집중하는 편인데, 소소한 긴장과 재미를 준다. 수녀복 뒤의 숨은 개성만점 캐릭터도 잘 살려냈다. 기본이라면 기본이겠으나 개개인의 노래나 춤도 그렇고 앙상블도 여유롭게 잘 넘겼다.

 

다만 장기 공연 여파인지, 목에 약간 무리가 간 듯하기도 했다. 가족 단위로 찾은 관객들도 눈에 띄었는데, 자극적이지 않고 유쾌한 해피 엔딩 공연으로 추천할만한 공연임에는 틀림없었다. 다만, 아주 사소한 부분이나 지적을 하자면 아무래도 무대나 소품이 다소 낡은 듯하다. 이제 막 배달 온 편지를 뜯었는데 이미 구겨져 있다거나 하는 건 객석과 거리가 가까운 소극장 공연이다 보니 눈에 종종 보였다. 그리고 빔프로젝트 사용은 자제를 하거나 쓰려면 좀 더 매끄러웠으면 한다. 

 

사진 출처 - 창조아트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