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극

[딜쿠샤]

구보씨 2026. 4. 15. 01:45

주말 저녁, 뮤지컬 [딜쿠샤] 공연을 보러 갔는데요. 공연 시작 전, 포토존 주변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한데, 중년이 넘은 외국인 몇 분이 사진을 찍고 있었어요. 국립극장 정동이 관광지로도 알려진 이상, 그런가 보다 했는데, 기대글에 '딜쿠샤를 지도 검색을 해보면 사직터널 옆 인왕산 자락에 실제로 있는 공간입니다. 1924년 일제 강점기 때 지은 건물은 오랫동안 방치되었다가 2017년 서울시 등록문화재 ‘서울 앨버트 테일러 가옥(딜쿠샤) 전시관으로 선정되면서 2020년 완공'했다고 남겼듯이 혹시 테일러 씨 후손을 초대했을까 싶긴 했어요. 왜냐하면 그분들 표정이 정말 행복해 보였어요.

공연이 시작되었는데, 영어 자막이 나오지는 않길래 작품을 제대로 이해할까 궁금하긴 했습니다. 딜쿠샤가 지어진 계기, 과정과 이후 산동네, 달동네로 서민들의 모여 사는 월세집으로, 그리고 허물어지기 전 다행히 문화재가 되는 과정을 잔잔하게 다루고 있어 이해하기 어려운 편은 아닙니다. 그래도 이 작품 소재가 '미국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한국에서 태어난 테일러 가족의 후일담'이기도 하여 외국인들도 관심을 갖기 좋은 만큼 자막이 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커튼 콜 때 브루스 테일러 역을 맡은 최인형 배우가 테일러 후손들이 찾아왔다고 알려주었고, 박수를 보내주었습니다.


공간의 기억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무대로 옮기는 작업은 자체로 뜻깊은 일이자 예술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딜쿠샤(DILKUSHA)가 페르시아어로 ‘기쁜 마음’이라는 의미처럼 부디 감동을 주는 작품이길 바란다, 는 응원글이 말 그대로 눈 앞에서 펼쳐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연말연시에 온 가족이 따뜻한 마음으로 보고 즐기기에 좋은 작품입니다. 다만, 그 집에 중심이고, 후일담 형식인 이상 격정적인 장면이나 갈등이 있는 건 아니어서 취향에 따라 보시길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