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서울의 달
일시 : 2016/12/10 ~ 2016/12/25
장소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원작 : 김윤경
극본 : 이다윗
연출 : 노우성
작곡 : 최종윤
음악 : 김성수
안무 : 김경엽
배우 : 허도영(이필모), 이승재(박성훈), 왕은숙, 권명현, 주성중, 오성림, 원유석, 임승연, 박정아, 박선옥, 이신미, 이경준, 신대성, 고준식, 이연경, 유 미, 박원진, 한일경, 정선영, 홍은주, 우현아, 김범준, 홍인아, 정은규, 이호정, 송시우, 임주용, 최성준, 송호진, 황민지, 윤영석, 서상혁
주최 : (재)세종문화회관
주관 : 서울시뮤지컬단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는 꽤 넓은 편이다. 객석과 거리도 상당해 오케스트라 피트를 넉넉히 두기에 좋을지 모르나 관객 입장에서는 어지간한 자리가 아니면 마음을 비우고 봐야 한다. 객석 규모도 삼층 3022석로 국내 극장 가운데 1위이다. (2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2200석) 그러나 이층 객석은 가격 대비 시야가 좋지 않다고들 하고, 또 규모가 큰 탓인지 음향이 좋지 않다는 불만도 듣는다. 요 몇 년 사이 새로 지은 뮤지컬 전용극장과 비교가 되다 보니 이런저런 불만이 나와도 어쩔 수 없기도 하다.
그러니 뮤지컬 <모차르트>처럼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 무대, 의상은 물론 대규모 군무가 화려한 라이선스 뮤지컬이 아니면 소화하기가 쉽지 않기도 하다. 헌데 서울시뮤지컬단 <서울의 달>은 90년대 서울 변두리 달동네 서민의 삶을 다룬 TV드라마를 원작으로 삼았다. 극작가 이다윗의 말에 의하면 수많은 에피소드와 캐릭터를 쳐내고 중심인물 김홍식과 박춘섭의 이야기에 집중을 했다는데, 무엇보다 그 큰 무대를 어떻게 채울지 궁금했다. ‘VIP석 10만원, R석 8만원, S석 6만원, A석 4만원’수준으로 대형 뮤지컬에 비해 저렴하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은 아니다. 공연을 보기 전에 언뜻 떠오른 작품은 소극장 뮤지컬 시장을 연 베스트셀러 <빨래>(전석 5만원)였다. 달동네를 배경으로 삼아 그렇기도 하나, 그 무대를 보면 소극장용 작품이라 무대가 답답하긴 하나 공간 낭비 없이 잘 활용한 경우이다.
예산 제약 상 무대나 세트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으나 주 무대 격인 산동네를 보면 아기자기하게 무대 위에 층을 쌓아 작은 무대를 올려 언덕배기 동네를 나름 잘 표현했다. 다만 산동네 세트 외에 이렇다 할 무대 세트가 없어 화려한 도시 생활을 동경해 서울을 찾은 춘식의 이야기가 도드라지지 않는 부분이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배경을 영상으로 대부분 처리했다는 점도 그러하다. 춘식의 욕망과 화려한 성공이 대비가 되었으면 작품 주제 전달에 좋을 법했는데 캐릭터 연기와 몇몇 호스트바 장면만으로는 다소 아쉽다.
배경을 1994년 드라마 방영 당시의 서울이 아닌 2016년 동시대로 가져온 선택 역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데, 가난한 서민들의 삶이 그 당시에 비해 크게 나아지지 않았고, 욕망을 갈구하는 춘식의 욕망 역시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이질감이 들 정도는 아니다. 또한 휴대폰 사용 장면 등 동선이 많은 뮤지컬 특성 상 현재로 구현한 선택이 이해가 간다. 앞서 말했듯 무대나 세트가 간소한 편이고, 객석이 멀어 세세한 시대 복원이 큰 의미가 없다는 점에서 보면 제작진 입장에서 나쁜 선택이 아니다. 하지만 호스트와 재벌 이혼녀 사이 만남과 가난하지만 청순한 처녀 ‘차영숙’과의 사랑, 죽음으로 이어지는 죽음이라는 큰 틀은 드라마처럼 사이를 촘촘하게 채우지 않으면 아무래도 촌스러워 보인다.
<서울의 달>을 비롯해 <파랑새는 없다>, <서울 뚝배기> 등 서민들의 일상을 사실적인 듯 독특한 역할을 통해 그리는 김운경 방송작가의 작품을 두 시간 남짓 연극도 아닌 뮤지컬로 만든다는 자체로 흥미로웠다. 짐작한대로 한계가 있지만 이를 극복해보려는 시도였다는 점에서 감안할 만한 하다. 특유의 캐릭터가 부각되지 않는 이상 얼개가 허술할 수밖에 없고, 전개가 급박하여 원작을 따라가기에 급급한 점은 개선할 부분이다.
젊은 관객층 위주의 화려한 뮤지컬이 주를 이루는 뮤지컬 시장에서 과거 페이소스를 불러오는 창작 뮤지컬의 도전은 반가운 일이다. 당시 50% 시청률에 최민식, 한석규, 채시라 주연의 명작드라마라고 하나 30년 전이라 향수를 공유할 만한 세대가 적기도 하고, 권선징악 평면적인 구도에 교훈적으로 그린 건 아닌지 좀 더 고심했으면 한다.
뮤지컬을 자주 보는 편이 아니라 춘식 역 허도영 배우를 알지 못했는데, 큰 무대이고 창작 초연이고 앞서 말한 한계를 알고 있으면서도 연기나 노래가 능숙해 새로운 배우를 알 수 있어 좋았다. 참고로 제목이 서울의 달인 이상 달동네 장면마다 무대 뒤쪽 커다란 달(영상)이 눈에 들어오는데, 배경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어 A열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점도 개선할 점이다.
뮤지컬 <스팸어랏>이 대극장 뮤지컬로 초연을 올렸으나 중극장 연강홀에서 재공연을 올렸듯 <서울의 달> 역시 중극장 무대가 적합해 보인다. '모두가 바라보고 있지만 아무도 갖지는 못하는 달을 바라보는 사람들, 희망을 갖는 것이 잘못일까 희망을 버리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까 고민하는 사람들, 포기하고 바라보면 아름답지만 갖고 싶은 마음으로 바라보면 야속한 그 달'이라고 작품을 소개한 작곡가 최종윤의 말이 와 닿는다. 규모를 버리고 세심함을 더하면 그 말처럼 레퍼토리 공연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사진출처 - 세종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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