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두산아트랩_판소리_여보세요
일시 : 2016/02/18 ~ 2016/02/20
장소 : 스페이스111
작/예술감독 : 이자람
작창/소리꾼 : 이승희
음악구성/고수 : 이향하
조명디자인 : 이유진
음향디자인 : 장태순
제작 : 두산아트센터
판소리 <여보세요>는 기존 판소리의 특성이랄 수 있는 극적 서사 없이도, 늘 반복하거나 혹은 무시해도 좋을 소소한 일상을 판소리로 옮겼는데도,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의성어, 의태어를 표현하는 데 능한 판소리는 일상의 작은 것들의 세밀함을 포착하기에 성기지 않고 촘촘해 앞으로 협업 혹은 융합 장르로 가능성이 충분히 엿보인다.
판소리의 현대화, 이자람을 중심으로 만든 <사천가> 등이 연극보다 더 많은 호응을 얻고, 셰익스피어 비극 <맥베스> 역시 국내외 많은 연극 연출가들이 무대에 올리나, 한편으로 피로감을 느꼈던 게 사실인데, 국립창극단에서 만들어 레퍼토리가 될 정도로 관객 반응이 좋다. 이른바 우리나라의 독특한 문화인 판소리가 빗장을 열고 가능성을 엿보니 비었던 극장이 차는 게다.
젊은 예술가들의 모던한 실험 방식을 지원하는 두산아트랩에 판소리가 포함된 데에도 판소리의 변화와 젊은 예술가들의 시도에 기인한 부분이 있다고 본다. <여보세요>는 한 발 더 나아가 클래식 고전을 넘어서 현대소설에 도전한다. 이자람, 이승희, 이향하와 비슷한 또래인 30대 김애란의 단편집 <달려라 아비>’(2005)에 실린 ‘노크하지 않는 집’을 택했다. ‘노크하지 않는 집’은 2002년 작가의 데뷔작으로 고시원을 두고 각자 겹치지 않는 삶, 자신을 들키고 싶지 않은 도시 빈민으로 삶을 부대끼며 견디는 5명의 여성들을 다룬 작품이다.
김애란이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 출신이라 작품이 더 선명하게 읽히기도 하겠지만, ‘노크하지 않는 집’은 원작 제목 그대로 재작년에 이어 작년 12월 극단 떼아뜨르노리에 의해 연극으로 재공연이 올라간 바 있다. 공교롭게도 작년과 올해 초 10년이 지난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공유는 ‘고시원’이라는 공간이 극중 화자가 희망하듯 임시 거주 공간이 아닌 빈민층의 확정 거주 공간이 되었다는 데에 있다.
고시원을 벗어날 수 없는 인생은 판소리에서 소개하길 ‘25살 혹은 많아봐야 27살’ 주인공 ‘승하’, 소리꾼과 고수의 이름을 한 글자씩 따서 지은 ‘승하’라는 가상의 인물이 마주한 2, 3 ,4, 5호의 점차 나이 먹어가는 언니들의 삶이 사회적으로 고착화되었다는 데에 공감대를 형성한다. 연극과 판소리는 여러모로 다른 갈래를 선택하는데, 유쾌함을 더하고 비극을 덜어낸 판소리가 고시원을 고시원이라 부르지 못하고 하숙집이라고 빗대 말하면서 소통에 비중을 둔 제목 ‘여보세요’로 바꾼 건 노련하고 영리한 판단이다.
실제 사용할 법한 화장품, 옷, 신발 등 각종 브랜드 실명을 고루 차용하는 등 두루 젊은 관객들 특히 여성 관객들과 공감대를 형성한 판소리는 무겁지 않게 극을 이끌고 마무리한다. 이런 선택은 판소리 각색을 맡은 이자람의 선택일 텐데, 판소리 관객으로 진입이 익숙지 않고, 트렌드에 민감한 20~30대를 끌어들이기에 좋다.
하지만 젊은 예술가들이 말하는 ‘이 작품은 힘내! 혹은 희망을 가져! 라는 응원 대신 나도 너처럼 그 시절에는 그랬어. 라는 공감대 형성 정도의 소품이라면 왠지 아쉽기도 하다. 원작이 단편이라 한계 혹은 역으로 장점이랄 수 있는 어느 지점에서의 마무리가 반복되는 정도라면 왜 판소리여야 하는 가, 소리꾼의 모습 자체로 극중 인물과 비슷한 1인극이라 해도 좋을 법한데, <사천가>가 그렇듯 나이, 연령, 성별에 구분하지 않고 이 작품이 판소리로 어울릴 것인가, 도 그렇고 그렇다면 1인 연극으로 올렸을 때와 변별점이 무엇일지 궁금하다.
화학적 융합을 일으켰다기보다 장르별 장점을 잘 조합한 패턴의 성공이라고 봤다. 냉정하게 평가하면 이후 다듬어 올린다고 해도 아트랩에서 크게 벗어난 작품이 될 여지가 많지 않아 보인다. 허나 말이 쉽지, 관객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작품을 올린다는 게 시도도 그렇고 난관이 많았을 텐데 잘 풀어냈다. 설치, 소품, 영상의 간결한 사용도 나쁘지 않다. 무엇보다 소리꾼과 고수 사이 끈끈함과 호흡이 여유만만이다.*
사진출처 - 두산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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