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약간의 통증] 정성을 들인 소품 혹은

구보씨 2015. 9. 11. 16:33

제목 : 약간의 통증

기간 : 2015/09/11 ~ 2015/09/20

장소 : 동숭아트센터 꼭두소극장

희곡 : 해롤드 핀터

연출 : 노현열

출연 : 황세원, 김성철, 김대현

제작 : 극단 수


 

우연치 않게 신인 연출가들의 작품을 연이어 볼 기회가 생겼다. 극단 수의 <약간의 통증>과 극단 대학로극장의 <하멜린>이다. 두 작품 모두 소극장경험이 많은 극단 작품으로 연기력이 좋은 배우들이 참여했다. 창작극이 아닌 외국 번역작을 택했다. 무대 위에서 공통점을 찾자면 무대가 간결하고 깔끔하다. 꼭 필요한 소품만 최소로 갖추고, 조명, 음향 등 과도한 효과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니 소극장이나 무대를 넓게 활용한다. 작품 전반에 걸쳐 진행이 안정스럽다. <약간의 통증>은 극 진행 역시 깔끔하다. 풍요로운 영국 시골 농가의 풍경처럼 한가롭고 여유로우며 넉넉해 보이는 배경이나 접사로 들여다보면 알 수 없는 긴장감, 소음, 예민함, 날카로움, 갈등이 보이지 않는 곳 식탁보의 얼룩처럼 묻어난다. 해롤드 핀터의 고유의 특성이기도 한데. 이 작품은 작품 제목처럼 과하지 않게 균형을 잘 맞추었다.

 

간결하지만 식탁이나 싱크대를 보면 신경을 많이 썼고, 아기자기한 식기들도 그러하다. 배우들의 연기와 대비가 되도록 설정을 했다. 원작의 성냥팔이 노인은 사탕팔이 노인으로 바꾸었는데 상자가 바닥에 떨어지고 성냥갑을 줍는 과정을 생략하고, 대사를 통해 “상자에 사탕이 눌러 붙었다”는 식으로 대체했다. 상자 속이 궁금하기는 관객도 마찬가지여서 큰 상관이 없을 수도 있지만 살짝 궁금한 부분이기도 하다. (‘가벼운 통증’이라는 제목으로 핀터 전집에 실렸다.)

 

공연 시간은 70분이라고 명시했지만 60분 남짓 작품은 끝난다. 부부 사이 이어질 듯 끊어지는 대화를 통해 일상을 느릿하게 묘사하는 초반부와 달리, 후반부 아내의 갑작스러운 변화가 원작의 의도라고 해도, 연출의 묘미를 드러낼 수 있는 여백 같은 부분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얌전하고 무난하게 끌어간 듯 하다.

 

긴 안목으로 본다면 패기, 재치, 재기발랄이 신인 연출가의 덕목일 수만은 없다. 조심스러우면서도 꼼꼼한 일면은 극단 수가 그간 보여준 행보와 맞아떨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튀지 않더라도 앞으로 꾸준히 자신의 길을 걸으면서 관객과 오래 함께 하길 바란다.*




사진출처 - 극단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