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 & 콘서트

[슈퍼세션 위.투.락 콘서트] 그 시절, 왕의 귀환

구보씨 2011. 5. 27. 15:54


우연히 4년 전에 관람했던 위투락 콘서트 후기를 찾았습니다. 간략하게 적은 글인데요. 잊고 있던 추억을 꺼내든 기분입니다. 이때가 고양 어울림누리 극장을 처음 찾아간 날이기도 합니다. 당시 집이 서울을 끼고 정 반대쪽이라 한참을 갔던 기억이 납니다. 신촌블루스, 들국화, 사랑과평화.. . 말 그대로 전설이지요. 이들을 본다는 생각에 벅차서 갔던 기억이 나는데요. 긴장을 하고 간 데에 비해 공연장 분위기는 약간 동네 아주머니들 야유회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지역 행사라... 그랬는지.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엄청난 아우라가 넘치는 무대는 아니었어요. 무대도 살짝 덜 다듬어진듯도 했구요. 엄인호 씨는 술을 좀 하시고 연주를 하는 듯 했습니다. 흥에 취해 부르는 노래가 음반으로 듣던 목소리보다 악센트가 강하고, 애드립도 많았는데요. 본인이 생각했던 만큼 객석이 차지 않고, 반응도 그렇고 약간 실망한 듯이 보였습니다. 제 기분이 그래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엄인호 씨가 약간 당황스러울 정도로 자유로웠다면 최이철 씨는 예상외로 뻣뻣하고, 말씀도 거의 없었는데요. 연주를 할 때 진지함이나 노래를 할 때, 장인다운 면모가 보였습니다.



지금은 하늘나라에 계실 주찬권 씨는 수줍은 듯 최선을 다하셨구요. 드럼은 무대 뒤쪽에서 있어 잘 드러나지 않는 무대인데요. 이때 불렀던 노래가 지금은 떠오르지 않지만, 어렸을 적 멤버 개개인이 아닌 완전체 들국화 팬이었던 저에게 참 감격스러운 자리였습니다. 게스트로 나온 정경화 씨 노래는 뭐... 최고였구요. 두근두근 공연장에 입장하던 순간이 새삼 떠오릅니다. 


왕의 귀환이라... 호흡이 잘 맞는 무대는 아니었습니다. 셋이 워낙 개성이 강하니 어쩌면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래서 뭔가 중년과 노년 사이 예술가의 고독이랄지 자존심을 본듯도 합니다. 다시 오지 못할 무대인데, 괜히 그립네요. [2015.03.23]  




후기가 늦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감흥이 여전하네요. 콘서트가 열린 고양 어울림누리 어울림 극장에서 집에 오는 데 2시간이 더 걸렸는데요. 오는 내내, 콘서트의 열기로 즐거웠습니다. 들국화는 물론이고 신촌블루스, 사랑과 평화를 좋아하기는 했지만 어렸을 적, 들국화 콘서트 이후 실제 라이브로 이분들을 만나기는 정말 처음이었지요.


첫날 공연... 10분 쯤 늦게 시작되었을까요. 고양시 분들이신가, 간편한 옷차림에 나이지긋한 중년들이 대부분 객석을 차지하고 앉았습니다. 드디어 주찬권 님이 파워 드럼을 선보이는 가운데 최이철 님의 신들린 기타가 요동을 칩니다. 주인공처럼 약간 늦게 무대로 나온 엄인호가 기타를 맵니다. 




그런데, 조율이 맞지 않았는지 계속 앰프와 기타를 만집니다. 뭔가 어긋난듯 합니다. 첫 무대답게 멋진 기타 솔로가 될 무렵, 최이철이 엄인호를 흘긋 바라봅니다. 그러자 엄인호가 손으로 신호를 보냅니다. 최이철의 기타가 다시 불을 뿜고...  요약하자면 엄인호가 연주할 부분인데, 여의치 않자 최이철이 그대로 이끌어간 셈입니다. 만약 가진 내공이 서로 짠 부분까지라면 콘서트가 처음부터 영 기분이 망칠 부분이지만 오히려 최이철은 기회를 잡은 듯 더욱 맹렬하게 솔로 연주를 내리 쏟아냅니다.


콘서트를 보기 전까지 엄인호의 블루스 기타에 더욱 기대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엄인호의 설명처럼 장인처럼 음악에 몰두한다는 최이철의 기타혼이랄지, 연주가 그대로 무대 위에 반영됩니다. 무대 장악력이나 무대를 이끄는 진행이나 자유로운 영혼, 엄인호가 돋보입니다. 최이철은 노래를 부를 때 외에는 좀처럼 입을 떼지 않습니다.




왠지 깐깐한 부장님을 떠올리는 태도가 락과 어울리지 않나 싶지만, 직접 무대 위에서 펼치는 연주를 본다면 생각이 전혀 달라지리라 봅니다. 이날 게스트 정경화의 무대 역시 (비록 몸은 중년이 되셨지만) 정말 기대가 되었는데요. 최고 가창력, 최고의 무대 여전했습니다. 뒤에서 묵묵하게 파워 드럼 연주를 선보이느 주찬권! 드럼을 치면서 부르는 노래도 반가웠습니다. 주찬권의 단백한 목소리는 엄인호 특유의 소울이 가득한 목소리나 락커다운 최이철 목소리와 또 다르게 무대와 잘 어울렸지요. 


엄인호는 여전히 꿈꾸는 소년다움 모습이라 또 좋았습니다. 그의 울부짖는 목소리가 초반 마이크조율이 덜 덴 탓인지 제대로 살지 못했지만 뒤로 갈수록 역시 라이브의 대가다웠습니다. 기타 연주 역시 백미였구요. 재즈 거장들 콘서트를 보면 즉흥연주가 정말이지 압권인데요. 이날 무대도 농익은 실력들이라 중간중간 애드립이나 연주가 대단했습니다. 행복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