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 & 콘서트

[드럼캣 DRUM CAT - Free Your Soul] 새롭게 거듭날 수 있을 것인가?

구보씨 2009. 11. 3. 16:16



제목 : 드럼캣(DRUM CAT) - Free Your Soul

일시 : 2009년 11월 3일(화) 늦은 8시
장소 : 명보아트홀 가은홀
장르 : 타악 넌버벌 퍼포먼스

드럼캣, 넌버벌 퍼포먼스? 음악 공연?

<드럼캣>을 검색하면 링크에서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여성 타악 퍼포먼스 공연’이라는 간략한 소개를 먼저 볼 수 있다. 이 두 문구는 <드럼캣> 핵심 정의이다. 하지만 ‘여성’이라는 단어를 빼고 다시 읽으면 타악 관련 넌버벌 퍼포먼스는 영국의 <스텀프>나 미국의 <블루맨 그룹> 등 성공 사례를 비롯해, 국내에도 <난타>의 성공 이후 하나의 장르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상황이다. <난타> 이후 지금까지 수많은 팀들이 도전과 좌절을 거듭해왔다. 그리고 실패와 성공 와중에 넌버벌 퍼포먼스는 대중성을 확보, 이제는 한류를 상징하는 문화 상품으로 연착륙을 하였다. 

그러나 대중화에 따른 변별점 찾기는 퍼포먼스 그룹들의 또 다른 고심이다. 타악 퍼포먼스만 해도 그래서 불교 세계관을 도입하거나(야단법석), 전통 사물놀이와 풍물에서 취합을 하거나(두둥), 재활용 악기를 사용(위트 앤 비트, 고물밴드이야기…어?) 하거나, 혹은 사회적 기업으로 의미를 알리는 등(재활용상상놀이단)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면서 변화를 거듭해봤다. 

타악 퍼포먼스 공연도 장르의 모방과 도입을 통한 차용과 혼용하는 형태를 보인다. 이는 연극, 영화, 뮤지컬, 콘서트 등 다양한 극장 공연과 겨루어야 하는 치열한 현실에서 보면 당연하다. 
<드럼캣>처럼 타악에 대부분의 비중을 쏟은 형태는 드문 편이다. 그래서 자칫 기본인 연주 실력에서 미흡함을 보이기도 하고, 불안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드럼캣>은 퍼포먼스 공연이지만 동시에 전문 드러머들 연주라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또 자부할 실력도 갖추었다. 그러나 그게 다라면 얘기가 다르다.

전용공연장 그리고 오픈런
<드럼캣>은 지난 9월 11일, 서울 중구 초동 명보아트홀(舊 명보극장) 가온홀에서 콘서트 제작발표회를 가진 뒤, 같은 공연장에서 9월 18일부터 오픈런 장기 공연 중이다. 명보아트홀 홈페이지를 보면 적어도 12월까지는 일정이 잡힌 상황이다. 전용공연장을 갖추고 오픈런에 들어갔다는 건 제작사, 주최사가 이 공연을 투자 가치가 있다고 판단을 했다는 의미다.  

안정적 무대 확보는 공연단의 공연 수준을 일관되게 보장하고, 또 발전을 위한 가장 중요하면서도 첫 번째 여건이다. 그래서 전용공연장 확보 소식은 역으로 관객에서 작품에 대한 실력을 담보하는 셈이고, 기대나 신뢰로 이어진다. 
주최사로 참여하는 명보아트홀 주변 여건은 나쁘지 않다. 지하철 을지로3가역(2.3호선)이나 충무로역(3호선)이 매우 가까워서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다. 주변에 설비/인쇄 관련 상가나 업체가 모여 있고, 또 도로나 골목이 좁은 편이라 차량을 이용할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극장 주변에 음식점, 술집, 카페 등 관련 연계 시설이 활성화된 편은 아니지만 청계천, 명동, 동대문 패션타운이 멀지 않고, 을지로 주변과 충무로 주변으로 찾아보면 의외로 괜찮은 음식점들이 꽤 있다. 명동을 찾는 외국 관광객 유치에도 홍보에 좀 더 신경을 쓰고, 여행사 상품으로 연계만 잘 한다면 전망이 나쁘지 않은 편이다. 
<드럼캣> 공연장인 가은홀은 지하 3층에 있다. 걸어서 내려가고 올라가기에 크게 무리가 있는 건 아니지만 지하 3층 지상 6층 건물이고 세 곳의 공연장을 운영한다고 볼 때 엘리베이터 1기는 아무래도 부족하다. 

로비에는 간단한 식음료 부스가 카페식으로 마련되어 있지만 354석 공연장 크기에 비해 좁아서 답답한 편이다. (대신 공연장 내부 크기, 좌석 등 시설은 좋은 편이다.) 카페 손님을 제외한 공연 관객을 위한 자리는 부족하다. 사람들이 몰릴 경우 좁은 지하에서 불편을 감소해야 하는데, 이를 피해 위로 올라간다고 해도 마찬가지지다. 명보아트홀 자체적으로 쉴만한 공간을 찾기 힘들다. 명보극장의 이름을 이은 만큼 간단한 전시 공간이 없는 점도 아쉽다.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드럼 연주
드럼캣의 티켓가격은 R석 5만원, S석 4만원이다. 공연 성격이나 여건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다른 넌버벌 퍼포먼스 공연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문제는 이 가격에 걸맞은 공연인가 하는 점이다. 연주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DRUM’ + 여성성을 표방하는 ‘CAT’이라는 두 가지 접목 지점은 이들이 내세우는 전략이자 최대 장점이다. 구성원의 드럼 실력은, 적어도 관객 입장에서 보기에는 차고 넘친다. 오프닝 곡 ‘Power Dance’부터 마지막 곡 ‘Free Your Soul’까지 12곡을 연주하는 80분 동안에 과연 하루 2회 공연이 가능할까, 싶게 모든 힘을 쏟아 붇는다.

공연을 관람한 11월 3일(화) 저녁은 갑작스레 추워진 날씨에, 평일 공연이다 보니 객석이 절반도 채 차지 않았다. 게다가 관객 연령층이 높아서 호응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오버클럭킹(Overclocking)을 하듯 정면 승부로 부딪치는 열정이 객석 빈 공간과 무딘 관객을 흔들어 채웠다! 마지막 연주 뒤, 객석에게서 뜨거운 박수가 절로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공연임에는 분명하다. 

어쩌다 사소한 실수가 보였고, 멤버들 사이 숙련도와 난이도가 차이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다른 매체나 비슷한 공연에서 보기 힘든 수준급 연주를 선보였고, 멤버들끼리 호흡도 잘 맞았다. 역시 분당 3000타 이상을 친다는 리더 시도(See Do)에rps 그녀만의 아우라가 흘러넘쳤다. 다
만 솔로와 합주를 번갈아 가면서 선보인 곡들은 각각 록, 재즈, 테크노, 라틴, 국악 등으로 세분화시켰고, 북 종류를 달리하면서 몇 가지 퍼포먼스를 가미했으나 각각 명확하게 구분이 될 만큼 확실한 차이는 아니었다. 

이는 리듬 악기를 전면에 내세운 한계일 수도 있는데, 공연 중반 이후, 현악기인 전자바이올린 등장이 반가웠던 건 아쉽게도 드럼으로 일관되었을 때의 느낄 수 있는 단조로움 때문이었다. 강펀치의 연속인 드럼 속주가 속이 뻥 뚫리기는 하지만 열정적인 드럼 연주만으로는 빈 객석으로 관객들을 끌어오기에는 역시 아쉬움이 남는다.


드럼캣 VS 사춤
“고양이는 여성들의 섬세한, 날카로운 느낌의 모티브를 나타낸 것이다.” 설명에 따르면 캣이 단순히 섹시코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퍼포먼스가 아닌 드럼 연주를 놓고 비교할 수준이 아닌 관객들에게 연주의 섬세하고 날카로운 차이가 과연 큰 의미로 다가올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그녀들이 선보이는 연주는 부드럽고 섬세하다기보다는 남자 못지않은 힘이 넘치는 연주였다. 어쨌거나 <드럼캣>이 장점으로 내세운 ‘국내 유일, 세계 유일의 공식 여성 타악 그룹’은 변별점의 핵심이다. 다만 그녀들의 외모, 연주, 퍼포먼스에 여성적인 요소가 제대로 녹아 있고 또 시너지를 내고 있는가, 가는 다른 문제이다. 

관습적으로 성별 구분을 지은 경우를 제외하고, 한국에서 여성만으로 성공한 문화 상품이 가요계 아이돌 걸 그룹 열풍 외에 이렇다 할 만한 게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드럼캣>의 약진은 의미하는 바가 크면서도 꽤 반가운 현상이다. 
그러나 관객에게 젠더(Gender)를 기준으로 공연을 선택하는 경우를 기대하기 힘든 데다, <드럼캣> 스스로도 섹스어필을 하나의 흥행 코드로 내세우니 ‘Only Women’이 내세우는 지점이 젠더와 섹스 사이에서 모호하다. 물론 둘 중 하나 선택이 필수인 건 아니다.

춤을 소재로 삼은 넌버벌 퍼포먼스 <사랑한다면 춤을 춰라(이하 사춤)>는 2008 영국 에딘버러 페스티벌 참여작으로 영국의 헤럴드지의 호평을 받은 공연으로 외국에서의 호평을 선전을 한다. 이는 <드럼캣> 홍보 문구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부분이다. <사춤>은 현재 1400회 공연을 앞두고 있고, 누적 관객 수만 41만 명에 달한다. 
2008년 5월 인사동에 전용관 오픈 이후 지금까지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들은 두 팀으로 나뉘어서 외부 공연 등 다양한 소구에 순발력 있게 대응할 수 있고, 같은 프로그램과 진행이더라도 두 팀 사이 나름 다른 장단점이 있어서 이를 비교하는 재미도 있다. 이런 점은 <드럼캣> 역시 안정 궤도에 오른 이후 비슷하게 진화하리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성공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뮤지컬’ 대신 내세운 ‘댄스컬’이라는 신조어답게 탄탄한 이야기 구조에서 기인한다. 젊은 남녀의 사랑과 춤을 통한 해결이라는 큰 뼈대에 각 뼈마디마다 이야기 전개에 맞게 섬세하거나 코믹하거나 역동적이거나 섹시한 춤사위를 적절하게 배치했다. 그러다보니 주인공 빈의 성장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춤을 선보일 때보다 춤들이 하나로 이어지면 탄력을 얻는다. 

게다가 탁월한 춤 공연 뒤에는 높은 연기력을 필요로 하는 잘 짠 코미디를 관객들과 호흡을 맞춰서 선보인다. 긴장을 조절하고, 배우들의 휴식 시간을 번다. 물론 코미디 파트를 담당하는 전문 배역이 따로 있지만 그/그녀 역시 춤꾼 출신으로 춤 실력을 기본으로 갖췄다. 게다가 스토리에 따라 모든 배역에게 일정 부분 연기력을 요구하는 데, 연기력 역시 떨어지지 않는다. 



"야옹!"을 넘어서는 "으르렁"
<드럼캣>의 일차 지향점은 <사춤>처럼 롱런에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업그레이드된다고는 하지만 엇비슷한 춤 공연을 왜 관객들이 재 관람을 하는지 이유를 찾아야 한다. (초대이벤트 진행, 공연 할인 확대 등 외부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성공 사례가 <사춤>에만 해당하는 얘기는 아니지만 <사춤>이 춤 비중이 연기 비중에 비해 월등히 높고, 춤 실력 역시 최고 수준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여타 공연보다는 연주 실력을 우선하는 <드럼캣>의 지향점과 잘 맞는다. 

<드럼캣> 공연에서도 악기를 재편성하는 사이에 역할을 맡은 단원이 마이크를 잡고 관객과 대화를 시도한다. 곡 소개와 더불어 관객 호응을 이끌어 내는 역할을 하는데, 주로 관객들에게 직접 어떠냐는 식으로 묻는 방식은, 관객이 많거나 호응이 좋을 때는 시너지를 내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관객들이 좀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여기서 문제는 그녀의 진행이 애드립이나 너스레가 아니라 짜인 대본에 따른 것이라는 점이다. 같은 내용의 영어 자막이 영상으로 흘러나오는데, 나름 고심을 해서 치밀하게 짰겠지만, 곡을 소개하는 수준의 평범한 얘기나 자발적이지 않은 호응을 끌어내려는 방식이 과연 넌버벌 퍼포먼스에서 필요할까 싶다. 소개가 길다 보니 화면에는 영어 자막만으로도 가득이다. 영어권 관광객 위주? 팸플릿으로는 중국어, 일어 판이 마련된 데 반해 작은 영상, 많은 소개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보인다. 결국 관객의 호응이나 극 이해보다는 무대 전환을 위한 시간벌기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아르헨티나 공연단의 <피버 탱고>를 본 기억을 되살리자면 많은 단원들이 서로 번갈아가면서 옷과 분위기를 바꿔가면서  관객이 지루할 틈 없이 빠르게 진행한다. 하루 2회 공연을 1회로 줄이더라도 <드럼캣>의 12명 명 단원이 한 무대를 책임진다면 보다 풍성한 무대가 될 것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에딘버러 공연제 수상 소식과 활약상을 영상으로 보여준다. 이 역시도 관객이 에딘버러 공연제의 성격이나 위상을 잘 모를 경우 고개를 갸웃거릴 수 있고, 역으로 에딘버러 공연제를 안다고 해도 그 명성에 기대려고 한다는 의혹을 가질 수 있다. 자칫 여기에 기대야할 정도로 자신이 없다는 식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에딘버러에서 상을 받았기 때문에 대단한 작품이 아니라 대단한 작품이니까 인정을 받았음에도 말이다. 

마지막으로 마지막 곡인 ‘Free Your Soul’을 드럼캣의 공연 제목이다. 수식어가 아닌 목적어라는 의미인데 그 의미가 이해 안 가는 건 아니지만, 이는 공연 전반을 소개하는 제목으로는 명확하게 핵심을 잡지 못한다. 이는 위에서 지적한 공연 전반을 주도하는 스토리라인이나 공연 내 변별점이 두드러지지 않은 탓이다. 


드럼 RPM을 올려라
“글로벌 시대를 맞이하여 머리로 이해되기보다는 가슴으로 느끼며 몸짓, 소리를 통한 하나의 운동은 시각적, 청각적인 요소 두 가지를 동시 만족시켜 누구도 즐길 수 있는 미래 지향퍼포먼스로 국적을 떠나 시원한 잔치마당에서 세계는 하나가 되어 간다.” 타 공연의 소개글에서 따온 글로 타악 넌버벌 퍼포먼스 개략 소개랄 수 있다.

솔직히, <드럼캣>이 세계 최초 공식 여성 타악 그룹이라는 건 관객 입장에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우선 낸 입장료가 아깝지 않은 공연인가에만 포커스를 맞추기 마련이다. 대중과의 호흡을 맞추는 방식이 자극적인 눈요기 거리를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또 <드럼캣>도 지속적으로 고민하는 지점일 것이다. <사춤>처럼 스토리텔링 도입이 드럼 연주에서 가능할까 싶기도 하고, 또 이미 기존 방식으로 따라가는 것 역시 정답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공연을 하나로 묶는 큰 틀거리 찾기는 필요하다. 큰 틀을 잡고 나면 공연의 강약조절이나 곡 전환시 조절 문제는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이제 전용관에 터를 잡은 지 두 달이 채 안된 상황이니 기존 방식을 급작스레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음악과 퍼포먼스가 조화롭지 못한 점은 좀 더 다양하고 세련되게 가다듬을 필요는 분명하다. 또 현악기 협연처럼 꼭 드럼만 고집할 필요 없이 열린 가능성으로 봐도 좋을 것이다.

이날 관람은 <드럼캣>만의 장점을 분명히 확인한 자리였다. 무엇보다 아쉬운 점이 보인 대신 그만큼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했다. 전용관을 기반으로 앞으로 계속 발전하는 모습으로 오랫동안 스테디셀러 공연으로, 한류 문화 상품으로 꼭 자리잡기를 희망하는 마음이다.  
특히, 한국에서 여성만으로 구성한 <드럼캣>은 존재 자체로 공연 가치가 있다.*


사진출처 - 드럼캣 공식 홈페이지(www.drumca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