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크리스마스 추억을 떠올리려니, 참... 기분이 묘하네요. 이날 특별한 일이 있지는 않았지만, 일도 그렇고, 이런저런 일이 많았던 한 해였습니다. 말로와 전제덕 조합은 참, 뭐랄까요. 커피 명인이 이름을 걸고 만든 블랜딩 커피에 비유할 만합니다. 무척 추웠던 날씨만큼 허전했던 마음을 달래준 공연이었습니다. 공연에 앞서 멋지게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본다는 자체만으로도 힘이 되었던 공연입니다.
제목 : 말로 & 전제덕 크리스마스 재즈 콘서트(Jazz on Christmas)
일시 : 2010년 12월 24일(금) 오후 8시
장소 : AX-korea(구 멜론악스홀)
출연 : 말로&전제덕 그리고 재즈밴드
올해 성탄절은 춥기도 하고 캐럴이 잘 들리지도 않는다. 광나루역을 나서자 한강 매서운 바람이 몰아친다. 추운 날씨, 거리는 어둑어둑하고 인적이 드물다. 다만 줄을 이어 걸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말로&전제덕 크리스마스 재즈 콘서트’를 즐기기 위해 AX-korea로 가는 행렬이다. 말로와 전제덕 조합이라면 추위쯤 거뜬하게 이겨내겠다는 듯 사람들 발걸음이 종종걸음이지만 활기차다. 하루 전날까지 다른 공연이 있던 자리이니만큼 얼마나 리허설을 했을지 살짝 염려가 된다. 크리스마스이브라 분위기도 분위기인데다(뒷줄에 앉은 커플은 공연이 시작하기 전부터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뮤지션에 대한 기대가 워낙 크다 보니 어지간한 공연으로는 기대치를 채우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이날 공연을 본 관객들이 같은 심정이라고 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전제덕이나 말로가 괜히 유명세를 타는 건 아님을 증명했다. 쉬운 예로 공연 전에는 한가롭다 못해 권태로워 보였던 간이 앨범판매대가 공연 후에는 왁자지껄했으니 말이다. 라이브 콘서트가 그렇지만 재즈 공연이라는 게 실력이 아니면 사람들과 호흡하기란 더욱이 추운 날씨에 말로의 얘기처럼 "분위기도 뒤숭숭한 요즘"이고 보면 얼마나 어려울지는 뻔하다.
시력이 안 좋은 전제덕은 오로지 박수와 환호로만 그 넓은 공간을 호흡해야 했느니 말이다. 전제덕 하모니까는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들어도 일품이다. 재즈와 라틴과 블루스를 오가는 그의 연주는 사람들의 가슴을 데우는 데 최고의 감흥을 선사한다. 재즈의 매력이 즉흥성에 있다고 한다면 익히 어느 정도 패턴을 짰겠지만 수준 높은 세션들과의 호흡과 주고받는 잼 연주는 보고 또 봐도 감탄이 나온다. 말로도 음반도 좋으나, 역시 실제로 공연장에서 만나야 한다. 그녀가 우리나라 최고의 여성 재즈보컬인가 하는 데에는 다소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그녀가 무대를 장악하고 즐기는 모습은 진솔하면서도 소통을 하려고 노력하는 자세만으로도 박수가 나온다. 몸으로 연주를 한다고 해야 할까, 자유롭고 적극적이면서도 세션 별로 배려하는 모습도 인상이 깊다.
크리스마스 캐럴은 딱 요 즈음이 아니면 연주할 일이 드문 만큼 이날 공연은 전제덕과 말로의 멋진 협연에 더해, 앨범으로는 들을 수 없는 레퍼토리를 만끽한 무대였다. 특히 전제덕이 기타 등 다른 악기에서 조예가 깊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노래를 또 그리 잘할 줄은 몰랐단 말이지. 박자 감각이 뛰어나고 입으로 하모니카를 폭풍처럼 연주하는 그가 노래를 못할 리가 없긴 하다. 꽉 찬 공연이었다. 맞는 비유인지는 모르겠는데, 공사장에서 벌벌 떨며 고되게 일을 하다가 잠시 쉬는 시간 열기가 달아오른 드럼통 난로에서 담배 한 개비를 피우면서 불을 쬔 기분이다. 성탄 전야의 추억으로 이만한 게 없다.*
사진출처 - 연합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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