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극

[올댓재즈All that Jazz] 진화한 무대를 기대하며

구보씨 2010. 1. 23. 13:58

- 2009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최다 관객 동원 초청작

- 2010년 제 16회 한국뮤지컬대상 4개 부문 노미네이트(최우수작품상,연출상, 작곡상, 안무상)  

- 2010년 한국뮤지컬대상 안무상 수상

 

뮤지컬 시상(더뮤지컬어워즈, 한국뮤지컬대상 등)을 보면 공정성을 따지기보다는 축제 성격이 강한 편입니다. 그간 한국 뮤지컬계가 몇몇 대형뮤지컬이 주도하고, 또 매년 재공연을 올리는 구조에서 애초 무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허나 뮤지컬 자체가 축제와 잘 어울리고, 뮤지컬 공연장 확충 등 기반이 넓어지는 만큼 앞으로는 더욱 나아지리라고 봅니다. 새삼 다 아는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2010년 <올댓재즈> 초연을 봤을 때, 4개 부분 노미네이트을 이해하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안무상 시상도 냉정히 보자면 앙상블 4명을 꾸리다보니 작품 자체 한계가 있었으므로 네임벨류에 따른 나누기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구요. 

다시 말해, 음악가, 안무가, 배우까지 실력있는 조합으로 기대를 한 데에 비해 실망스러웠던 작품입니다. 그러나  이후 꾸준히 공연을 펼치더니 6월23일까지 두 달 넘게 공연 중입니다. 올해 서병구 연출 대신 연출/각색을 새롭게 세운 점이 눈에 들어옵니다. 제작사를 바꾸고, 한계였던 무대가 중극장 역시 넓어졌네요. 무대에 맞게 앙상블을 보강해 작품 의도를 이제야 구현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야기 구조가 여전히 아쉽지만 장르 특성을 잘 살린다면 제2의 <사랑한다면 춤을 춰라>를 기대해봐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2013.06.04] 

  

제목 : 올 댓 재즈 Musical - All That Jazz

기간 : 2010/01/23 ~ 2010/04/25

장소 :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출연 : 유태만 역(문종원, 최대철), 서유리 역(전수미, 김효정), 데이비드 역(윤 길, 문예신), 병국 역(이장훈, 심재현), 올댓보이 역(이재홍, 박성룡), 올댓걸 역(임 유, 서승원)

대본 : 서윤미, 이미라

연출/안무 : 서병구

작/편곡 : 지나

제작 : Park’s Culture

주최 : 중구문화재단 충무아트홀, 국민일보 



재즈 피아니스트 지나가 작곡 겸 편곡으로 참여했고, 뮤지컬 100여 편에서 안무를 맡았던 서병구가 연출로 첫 발을 뗀 '올 댓 재즈'. 재즈를 중심에 두고 춤과 음악과 이야기를 아우르는 구성은 익숙한 듯하나 뮤지컬에서 볼 수 없었던 구성이라 기대가 컸다. 하지만 보고난 뒤 ‘이 작품이 재즈의 진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작품인가’ 고개를 좀 갸웃거리게 된다.

 

극에서 주요 키워드인 ‘재즈’는 5년 동안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 연인을 이어주는 도구이다. 즉 '올댓재즈‘라고 이름붙인 공연 이름이고, 둘 사이 오랫동안 헤어졌던 애잔함이 그 안에 녹아 있다는 설정이다.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재즈를 차용했을 뿐, 제목처럼 재즈를 즐길 수 있는 공연은 아니다.

 


 

재즈의 묘미를 살렸다고는 하나 들어본 듯 이지리스닝(Easy Listening)으로 잡은 작편곡도 내 취향에 맞지 않는다. 소극장 한계에 부딪혀 라이브로 들어야 할 재즈를 녹음으로 들을 수밖에 없으니 핸드드립 커피를 기대했다가 티백커피를 마신 기분이다. 오글거리는 내용은 소극장 뮤지컬 경향도 그러하고, 콘셉트에 따른 관객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다.

 

서병구 연출이 심혈을 기울인 분야가 안무일텐데, 무대가 작다 보니 날개를 활짝 펴기가 힘들어 전체적으로 답답하다. 무대 한계로 앙상블(올댓보이, 올댓걸)을 각각 2명 정도밖에 활용을 못하니 전체 구성이 빈약해 보인다. 그러나 역시 배우들의 춤 실력은 작품이 가진 가능성을 충분히 가늠케 한다. 좁은 극장을 상쇄하는 장치는 단연 거울 4장을 활용한 안무이다. 거울의 특성상 공간 확장 효과를 주면서도, 양면 거울이 조명에 따라 다양한 장치로 쓰인다.

 


 

안무가 출신의 감각이 돋보이는 연출이다. 사랑하는 연인이 다시 만나 사랑을 확인하는 이야기 구조가 다소 단순한 감이 있고, 코믹 캐릭터, 앙상블 역할 등 어느 정도 예상되는 지점이 있지만 소극장 뮤지컬로 가능성을 갖춘 작품이다.

 

이 작품을 보는 내내, 양파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중극장 이상의 무대에서 보다 다양한 캐릭터와 무대와 이야기 구조를 보강한다면 오히려 더 나은 작품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대부분 소극장 뮤지컬이 규모에 맞게 완성도를 채운다면 무대가 소극장이라서 아쉬웠던 작품은 간만이다. 잠재력이 밖으로 분출할 수 있는 제작여건이 마련되길 바란다. 배우나 연출을 당해내기에는 역시 무대가 좁다.*

 


 

사진출처 - http://club.cyworld.com/pcallthatjaz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