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극

[닭들의 꿈, 날다] 창작판소리의 UFO, 그 힘찬 날개짓

구보씨 2010. 1. 28. 13:52

2013 앙코르 공연 <닭들의 꿈, 날다>가 며치러전에  막 끝났습니다. 이번 공연은 가보지 못했는데요. 3년 전에 봤던 기억이 납니다. 그 노랫가락이 아직도 생각이 날듯말듯 합니다. 술에 절어 기억력이 닭 수준(?)으로 감퇴한 제 몸뚱이를 생각하면 인상이 남긴 남았구나 싶습니다. 2010년 공연 당시 겨울이라, 건조하기도 하고, 감기도 걸리기 쉬울 터 배우들 목 상태가 썩 좋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당시 리뷰를 읽어보니 민망하게 그 얘기만 주구장창 써놨네요. 흠... 열심히 공연을 한 배우들에게 새삼 죄송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당시에도 연기에서 자부심이 느껴졌습니다만, 2013년 버전에는 더욱 보강을 했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이번 공연도 볼 기회가 있었는데... 늘 게으름이 문제입니다. 두루 좋은 작품인만큼 흥행은 물론이거니와 두루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합니다. [213.06.04]    




제목 : 닭들의 꿈, 날다

기간 : 2010년 1월 28일 ~ 2010년 2월 21일

장소 :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

출연 : 바닥소리(최용석, 유수곤, 고관우, 현미, 박은정, 신설희, 한혜선, 신정혜, 차수연)

기획 : 숨 엔터테인먼트

공동주최 : 문화행동 바람/설치극장 정미소



미확인비행물체를 통칭하는 유에프오(UFO). 꼭 우주선이 아니더라도 날아갈 리가 없다고 상식이라고 아는 것들-예를 들면 솥뚜껑, 칫솔 등등-이 날아가면 우리는 언제고 유에프오를 떠올린다. <닭들의 꿈, 날다>에서는 제목처럼 닭들이 난다. 하지만 닭이 나뭇가지를 타고 앉는 정도가 아니라 창공을 훨훨 날아오른다면? 우리는 닭의 형상을 한 무언가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니면 정말로 유에프오이거나, 닭의 형체를 띤 외계인이거나 말이다.

 

‘춤, 노래, 이야기가 어우러진 독특한 국악뮤지컬,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수용과 재창작’이라는 말처럼 <닭들의 꿈, 날다>는 ‘판소리 특유의 독창성과 해학, 상상’이 한데 어우러진 창작 판소리이다. 나이 제한 없이 가족이 같이 와서 들어도 좋고 봐도 좋은, 무공해 청정 악극이다.

 

야생에서 날개를 펼치고 세상을 날아다녔지만 언제부터인가, 인간이 주는 모이를 먹다가 몸이 무거워지고 날개가 퇴화되면서 비좁은 닭장에 갇혀 살만 찌우다가 죽을 신세에 이른 닭. 아파트처럼 층층이 쌓인 닭장에 갇힌 신세는 조류독감이 돌기라도 하면 모조리 생매장 당할 처지다.



 

닭무리 가운데 꿈을 꾸는 꼬비와 엉뚱하지만 상상력이 넘치는 꼬끼가 있다. 조류독감이 온다는 소식이 혼란이 일면서 기회다 싶게 닭장을 탈출해 새들의 천국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그 천국이라는 ‘비무장지대’ 역시 겉보기에만 그럴 듯 할뿐, 곳곳에 묻힌 지뢰에 위험하기는 매한가지다. 게다가 배고픈 독수리에 개까지 나타나 닭들을 노린다. 전라북도 남원에서 힘들게 동해 최북단 고성군 화진포까지 왔는데 ‘닭죽 쒀서 개줄 판’이다.

 

꼬비와 꼬끼가 조류독감에 걸린 척, 재치로 위기를 겨우 넘기고, 알고 보니 독수리나 개도 다쳤거나 버려진 처지가 얼추 비슷하다. 포식자와 피식자가 친구가 되는 기이한 경우지만 서로 도울 때 힘을 낼 수 있다고 그들은 말한다. 그렇게 이북에 쌍둥이 언니를 두고 온 할머니의 집에서 오순도순 사는데….

 


 

알기 쉬운 이야기를 각각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돌아가면서 판소리 형식으로 풀어낸다. 첫날 공연이라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연습을 너무 열심히 했는지, 목이 덜 풀렸는지 소리가 갈라져서 높은 음정에서 살짝 무리가 있고, 전반적으로 탁했다. 야외 공연장이 아닌 실내인 이상 바닥에서 일어나는 먼지 등 영향도 있을 것이다. 이런 부분은 합창을 부를 때나 창을 할 때 세세한 부분에서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아 집중이 아쉬웠다.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판소리 동화, ‘가족’을 일깨우는 웃음과 감동의 비행‘을 표방하는 만큼, 어른 듣기에 버겁다면 아이들 듣기에도 오롯이 전달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신 팸플릿에 대본이 노래와 함께 실려 있어 보충을 할 수는 있다. 그리고 판소리 형식이라 춤이나 율동이 크지 않아 다소 심심해 보이기도 한다. 소품으로 무대 중앙에 박스를 사용하여 재밌게 표현한 부분은 좋았지만, 삭막한 철책 혹은 닭장을 표현한 배경이 평범하고, 또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부분도 보강하면 좋겠다.



 

그러나마나 역시 전문 소리꾼들이라 목소리 상태가 다소 처지더라도 흥겨운 한 판을 펼치니 공연이 끝난 뒤에도 입에 척척 감긴다. 오히려 무대가 거추장스럽게도 보인다. 배우들이 등퇴장이 딱히 있는 것도 아니니, 봄이 오고 포근해지면 무대 밖으로 훨훨 날아올라 관객들을 만나도 좋겠다 싶다. 창작극에서 유에프오처럼 등장해 막 날아오르기 위한 발구름을 시작했다.*


사진출처- 판소리공장 바닥소리http://www.badaksor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