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극

[두드림러브 시즌2.5_Do Dream Love Season 2.5] 시즌3.0이 기대되는 뮤지컬

구보씨 2010. 1. 24. 12:36

제목 : 두드림러브 시즌2.5 _ Do Dream Love Season 2.5

장소 :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

일시 : 2010년 1월 24일(일) 늦은 2시

출연 : 명훈 -배진성 / 수희 - 김신애 / 영화관 주인 - 김도원 / 멀티걸 -이나영 / 멀티보이 - 엄태형 / 앙상블 - 이두석, 이수나

작/연출 : 최창열

기획 : ㈜스컹크웍스

주최 : 대학로 예술극장, ㈜스컹크웍스, ㈜꿈그리고미디어

 

 

 

로맨틱 코미디 소극장 뮤지컬

국내 창작 뮤지컬은 크게 대극장/소극장으로 나뉘어 발전과 명맥을 이어왔다.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을 비롯한 대형 뮤지컬은 비싼 관람비가 가십이 되기도 했지만 뮤지컬이 문화 장르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는 커다란 원동력이다. 소극장 위주의 대학로 공연장을 기반으로 삼은 소극장 뮤지컬은 뮤지컬 배우들을 낳는 산실 역할로 뮤지컬계를 떠받치는 밑거름인 동시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아기자기한 구성으로 영화로 몰린 젊은 관객층을 불러 모으는 대중성 확보에 일임을 톡톡히 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현재 공연 중인 소극장 뮤지컬이 대부분 로맨틱 코미디에 몰려 있다는 점이다. 관객 취향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그에 앞서 뮤지컬 역시 영화처럼 몇몇 대형 작품으로 자본이 몰리는 현실과 영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제작 여건이 먼저 눈에 띈다. 그러다보니 무대, 소품 등 제작 부담을 덜면서 대중 취향에 맞춘 로맨틱 코미디 현대물 일색은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뮤지컬 <모차르트>는 교체 의상만 500여 벌에 달한다.)


하지만 한 때 극장가를 휩쓸었던 조폭 코미디들이 식상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자취를 감춘 상황을 비춰보면 분명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다. 조폭 코미디가 그랬듯이, 로맨틱 코미디 역시 주연 남/여, 조연급 남/여, 멀티를 포함 5~6명 내외, 엇비슷한 역할 분담, 해피엔딩, 눈에 보이는 전개 등 몇 가지 전형적인 공식을 따라간다.

 

 

 

두드림러브 시즌 2.5

2008년에 소극장 초연을 시작으로 햇수로 3년째를 맞이해 <두드림러브 시즌 2.5(이하 시즌 2.5)> 버전으로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소극장 뮤지컬에서 3년 간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을 하고 2010년부터 중극장으로 옮겼다는 자체만으로도 이 작품이 가진 경쟁력을 짐작할 수 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자본을 갖춘 공연 기획사들이 중극장 연극/뮤지컬 제작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시즌 2.5 등 익숙한 공연의 중극장 도약은 관객들의 눈높이를 소극장에서 끌어 올려서 소극장 뮤지컬과는 다른 변별점을 보이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아직은 소극장 공연과 큰 차이가 없다거나 소극장 공연이 낫다는 관객 후기가 보이는데, 이는 기획사가 시즌 3이 아닌 시즌 2.5로 붙인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니까 제대로 된 중극장 뮤지컬로 거듭나는 시기는 시즌 3이 시작되는 시기가 아닐까 싶다.

 

 

달라진, 달라지지 않은 두드림러브

‘보다 넓은 무대에서 로맨틱함은 물론 코믹적인 요서를 배가시킬 이번 공연은 그 동안 작은 소극장 무대에서 구현하기 힘들었던 무대, 조명, 음향 등을 중극장 무대에서 업그레이드시켜 극중 가장 주요 공간인 영화관을 보다 더 신비롭고 환상적인 곳으로 연출하였다.’


연극도 마찬가지겠으나, 뮤지컬은 특히 제대로 된 음향 시설, 동선을 충분히 확보한 넓은 무대, 빠른 동선을 따라잡는 조명 등 하드웨어가 탄탄할 때 소프트웨어인 노래, 춤, 연기가 제대로 빛을 발할 수 있다. 대학로예술극장이 뮤지컬 전용극장은 아니지만 대학로에서 손에 꼽히는 시설을 갖춘 극장이고 보면, 하드웨어 개선을 주요 변별점으로 꼽은 기사(기획사 보도 자료)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룹 Y2K 고재근, 주인공 명훈 역 발탁, 개그맨 김기수 다시 무대 복귀 소식에 이어, 1월 26일 자로 ‘선덕여왕 꽃화랑 고윤후, 주인공 캐스팅 기사가 올라왔다. 공연 앙코르 → 고재근, 김기수 참여 → 고윤후 발탁 까지 새로운 이슈를 꾸준하게 내놓으면서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기사 외에 홈페이지(www.dodreamlove.com/)는 1월 27일 현재, 시즌 2 이후 업데이트가 되지 않았고, (공연장 직원 말에 따르면) 팸플릿은 2월에 나올 예정이다. 짐작하자면 고윤후 참여 확정이 지연되면서 생긴 차질로 보이는데, 이런 부분은 시즌2.5를 찾은 관객들을 비롯해서 기존 충성도 높은 관객들에게는 아무래도 아쉬운 점이다.  

 

  

무대를 넓힌 두드림러브

시즌1, 2 공연을 보지 않아 소극장 공연 때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시즌 2.5는 중극장 무대를 무난하게 소화했다. 영화관 주인, 친구 충식 등 1인 다역으로 주축을 잡는 김도훈 외에 2명에서 4명으로 늘어났다는 앙상블은 무대를 골고루 사용하고, 위 아래로 움직이는 다양한 배경 세트는 소극장이라면 구현하기 힘든 부분이다.


중극장 무대가 돋보인 장면은 멀티 배우들의 화려한 의상과 멋진 춤이 잘 어우러진 게이 클럽 폭스클럽 공연이다. 폭스클럽 회상 장면은 나름의 볼거리도 화려하지만, 실제 현실에서 꿈도 의지도 점점 잃어가는 38세 가라오케 밴드 마스터로 근근이 연명하는 무명 뮤지션 명훈이 한창 꿈과 희망에 부푼 21세 뮤지션이었던 시절이다.


이른 바, 살아온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이고, 극 마지막에 수희와 새로운 인연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는, 운명적인 사랑을 다시 만나게 해주는 '인디언 스톤' 목걸이를 수희에게 걸어주는 사랑의 운명이 결정되는 순간이다. 역으로 다른 장면에서 부분 조명으로 무대를 좁히거나 나누는 방식은 무대 집중도를 높이는 효과를 불러오지만 중극장 무대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소극장 뮤지컬의 정석, 두드림러브

대학로에서 롱런 중인 소극장 뮤지컬 몇 편과 이를 뒤따르는 뮤지컬에서 몇 가지 전형적인 공식이 보인다고 했다. 시즌 2.5도 구성 면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배우 교체 등 안전하고 무난한 소프트웨어 개선 대신 하드웨어를 통째로 바꾸는 시도는 신선하다.

이런 방식은 ‘전형’이라기보다 새로운 시도 이후 ‘정석’으로 이해할 만하다.


같은 맥락에서 볼 때, 비슷한 구성과 전개에도 38세 동갑내기 중년(?)의 이혼과 새로운 첫 만남을 다루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서로 사랑했던 추억을 지우는 '영원한 망각' 대신 명훈은 수희와 새로운 만남을 선택한다. 하지만 전혀 모르는 사이에서 새롭게 출발하는 명훈과 수희를 마냥 축하할 수 없는 건 한편으로 이혼에 이른 견해차, 습관, 입장 등 안 좋은 기억을 동시에 잃어버리는 셈이라, 사랑, 다툼, 이혼의 답습이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그러나 이제 18살이 아닌 20년 후 38살에 새롭게 시작하는 사랑은 열정과 꿈이 줄어든 대신 좀 더 조심스럽고 부드러울 것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다. 그러니까 시즌 2.5가 크게 두드러지지 않지만 중년의 권태, 이혼, 재혼을 상징적으로 다루면서 기존 로맨틱 코미디와 다르게 보다 넓은 스펙트럼에서 다루고 있다.


명훈은 여전히 별 볼일 없는 뮤지션 노총각이고, 수희는 고아 출신에 부하직원을 괴롭히는 괄괄한 노처녀로 다른 뮤지컬에서는 보통 희화하기 위해 등장하는 인물들이다. 물론 앞서 얘기했듯 다루는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말이다.

 

 

  

시즌 3.0을 위해

명훈과 수희가 나란히 앉아 피아노를 치거나, 명훈이 기타를 치는 장면에서 실제 연주 대신 녹음으로 대신했는데, 가늠을 한다고 해도 호흡이 잘 안 맞는다. 그래서 밴드 출신 고재근이 명훈 역으로 나서는 공연에서 실제 연주를 보일까 궁금하지만, 주인공으로 발탁한 고윤후가 실제 연주가 가능한지 의문이다. 아마도 시즌 2.5는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리라고 본다.


<피크를 던져라>, <마법사들> 등 실제 라이브 공연을 펼치는 소극장 뮤지컬이 점점 느는 추세이고 보면 시즌 3.0에서는 보강할 부분이다. 이는 단순히 명훈과 수희 역의 배우 개인 차원보다는, 명훈이 중심으로 이끄는 극치고 뮤지션으로 부각되는 모습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체적으로 음악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멀티 역의 김도원의 능청스러운 연기를 비롯해 바쁘게 무대를 종횡무진 활약하면서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한 앙상블 이나영, 엄태형, 이두석, 이수나에게 박수를 보낸다.*

 

사진출처 - 두드림러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