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서울은 지금 맑음_2011 봄작가 겨울무대] 하지만 대부분 흐린 서울

구보씨 2011. 11. 12. 14:21

제목 : 2011 봄작가 겨울무대 - 서울은 지금 맑음

기간 : 2011년 11월 12일(토) ~ 11월 13일(일)

장소 :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출연 : 박준석, 허혜경, 김미진, 윤영균, 허 란, 이동욱 / 악사 - 양성훈, 이재근, 유리나

작가 : 배진아

연출 : 이용주

주최/주관 : 한국공연예술센터 


 

이용주 연출이 이끄는 극단 ‘벼랑끝날다’는 올 3월에 ‘피지컬 무브먼트와 마임, 다양한 악기연주, 노래, 아카펠라, 가면까지 접목된 새로운 버전’으로 오페라로 알려진 카르멘을 <책 읽어주는 죠바니의 카르멘(이하 카르멘)>을 올린 바 있다. 배우들은 각자 도맡은 악기 연주와 1인다역 연기로 인상이 깊었는데, 배우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아날로그 정서가 연극의 기본 원칙이라면 역으로 대학로에서 보기 드물게 충실한 공연이라고 봤다. 다만 악사 혹은 성악가 출신 배우 몇몇은 연기가 다소 아쉽기는 했다.

 

<서울은 지금 맑음>은 <카르멘>과 달리 음악을 주로 사용하는 작품이 아니지만 극단 ‘벼랑끝날다’는 자신들이 가진 특징을 잘 살렸다. 극장에 들어서면 무대 뒤쪽에 세운 단에 콘트라베이스, 드럼, 피아노 등을 연주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악사 셋이 눈에 들어온다. 등장하는 배우들을 포함해 악사들도 <카르멘> 당시 출연진이다. 외부 인원 충원없이 당시 하나로 뭉친 배우진이 그대로 연기와 연주로 나눠 무대에 고스란히 오른 셈이다. 극단 결속력이 좋은 하나의 예라고 봤다. 악사 배치는 극 전개와 별도로 연출의 선택으로 보이는데, 동대구역에서 서울역까지 KTX를 타고 상경하는 동안, 정차역에서 벌이는 퍼포먼스가 이야기와 잘 들어맞는 편이다.

 

대도구 없이 소도구로 의자만 배치해 무대가 단출하나 바퀴를 달아 자유로이 동선을 활용하는 연출 방식은 점점 빨라지는 세상에서 점점 메말라가는 관계를 일부분 보여준다. 열차 한 칸에 나눠 앉은 그들은 우연한 선택에 의하기는 하나 고민과 상처를 드러내고 공유하는 동안 공감대를 형성한다. 의자를 활용해 배우들이 벌이는 퍼포먼스는 합이 잘 맞고, 단순한 무대 구조를 활용하면서 환기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희곡과 연관성을 잘 맺고 있는지는 고민해볼 부분이다.

 

 

연습장면. 바퀴가 달린 의자를 활용해 단순한 무대를 다양하게 변주한다.

 

신인 작가의 작품임을 감안하지 않는다면, 다양한 군상에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좀 더 나올 법도 하나 무난한 수준에 머문 점은 아쉽다. 연인 관계인 듯 연인이 아닌 승객3과 4의 사연이 서울행 열차를 타야 하는이유를 충분히 설득력있게 풀어내지만 자매, 노인 커플의 이야기는 기차가 아닌 고속버스나 마을버스여도 큰 상관없을 정도로 전개나 구성이 좀 안일하다. 관객이 이제는 기차나 전철 등 특정 공간을 활용한 드라마 구성이 영화, 드라마, 연극 등으로 익숙하다고 보면 좀 더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극 마지막, 세 커플이 화해로 맺음 하는 방식은 삶에 빗대면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부러 교훈극이 아닌 이상 고민해야 한다. 문제 해결이 시간을 끈다고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동대구역에서 서울역까지 걸리는 실제 시간인 1시간 50분 정도에 해결이 될 만한 가벼운 고민이었는지도 역시 고민거리이다.

 

‘서울은 지금 맑음’이라는 제목이 상징하는 주제도 자매에게는 집으로 귀향일지 모르나, 다른 두 커플에게는 잠시 들르는 곳이기도 하거니와, 서울이라는 공간 주는 이미지가 ‘맑음’보다는 각박함, 냉정, 경쟁 등 ‘흐림’에 좀 더 가깝지 않나 싶기도 하다. 그렇다고 관습처럼 귀향을 위로나 화해의 동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투리 구사, 악기 연주 등도 좀 더 시간을 두고 연습을 한다면 좋겠다.*

 


한국 연극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작가들. 왼쪽에서 첫 번째가 배진아 작가이다.

 

사진출처 - 한국공연예술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