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김지훈 3부작 - 길바닥에 나 앉다
기간 : 2011.10.23 ~ 2011.10.30
장소 : 대학로 게릴라극장
출연 : 윤정섭, 이승헌, 김미숙, 윤종식, 노심동, 오동석, 김해선
작가 : 김지훈
연출 : 오동식
제작 : 연희단거리패
기획 : 게릴라극장
연희단거리패 25주년 공연 기획 ‘김지훈 우상파괴 3부작’ 두 번째 작품 <길바닥에 나 앉다>는 2010년 초연 출연진 가운데 뚤레(멧돼지) 역 노심동 외에 모두 바뀌었다. 당시 신인급 멤버들이 야심차게 참여했던 작품에 비해 대본이나 구성이 바뀐 부분이 눈에 띈다. 또 '손 보고 바꿨다'는 바뀌었다는 얘기를 듣고 호기심에 찾아간 길이기도 했다. 연희단거리패의 쟁쟁한 배우들 중에 노심동은 시원시원한 외모에 연기에서 성실함이 느껴지지만 좀 더 가다듬을 필요가 있어 다소 아쉬움이 들곤 했다. 어쨌거나 그는 3부작 가운데 <방바닥 긁는 남자>에 이어 다시 등장한다. 첫 번째 작품에서 비중이 작았지만 이번 작에는 비중이 높다. 힘을 쓰는 뚤레 역에 그만한 배우가 없기도 하다. 연기는 몇몇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쯤 연극에서는 확실히 알 수 있으나 새삼 그를 보면서 다시 드는 생각이다. 초연 배우들이 등장하지 않는 구성은 사실 좀 아쉽기도 하다. 배우 홍민수의 경우 <방바닥 긁는 남자>로 확실히 자리매김을 했고, 그의 대표작이고 보면 더 그렇다.
2010
연희단거리패 대표 배우들이 반갑지 않은 건 아니다. 이승헌이 노루로, 윤정섭이 기린으로 등장해 극을 끌어가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색다르다. 그 둘은 극단의 대표작 <햄릿>에서 주인공 연기한 선후배로, 둘 사이 연기가 팽팽한 지라 극에 한층 긴장감을 부여하는 장점이 있다. 이번 3부작에는 작년 연기상을 수상한 배보람이 출연하지 않는데, 김지훈 작가의 작품이 주로 남성이 주인공이고 끌고 가는 작품이라 그렇다. 두 작품만 놓고 보면 여자배우는 다방 레지, 조왕신(이상 방바닥 긁은 남자)이나 나목, 광녀, 비밀요원 등 단편적인 역할에 그친다. 여자 배역을 남자 배역 만큼 밀도있게 끌어올릴 준비가 안 되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 만큼 가장 잘 알고 할 수 있는 작품으로 치열한 현실의식을 드러내기 때문으로 볼 수도 있다. 3부작 마지막 작품 <판 엎고 퉤!>에서 비로소 주연급으로 여자 역할이 등장하는데, 극중 배우로 등장한다. 즉, 자신이 파악하고 분석가능한 한도 내에서 이야기를 펼친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 역할에는 연희단거리패 대표이자 대표 배우인 김소희가 맡는다.
2010
초연에 비해 많이 바뀐 부분은 기린의 독백이다. 현실 사회 비판은 지금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회 문제(4대강 사업 등)을 짚기도 하고, 보다 구체적으로 정리해서 풀어내면서 작품을 이해하기 수월해진 부분이 있다. 다만 그의 얘기가 장황설이다보니, 극중 상황에서 풀지 못하고 다소 지루하게 맴도는 인상을 받는다. 기린이 독백을 하는 사이, 나머지 배우들의 동선이 어중간해지기도 하고, 비중이 적은 역할은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과장하는 모습이 보인다. 권력의 의도대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비밀요원이라 착각한 찐빵사내의 독백이 그렇다. 풍자는 잘 들어맞지만 우화극인데 비해서 직설이 강하다.
<방바닥을 긁는 남자>에서 조왕신이 그랬듯이 광녀 삼세기의 등장도 극 전개와 상관이 없어 뜬금없다. 그녀들의 역할은 소외된 전통 혹은 소외된 여성상으로 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법, 상식, 관습, 통념 등 사회기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인물들이 그나마 가치를 존재하면서 사회 버팀목 역할을 한다고 볼 수도 있다. 삼세기가 의도한 바는 아니나, 찐빵사내들 옷을 벗겨 속살을 드러내자, 속내를 토로하는 방식이 그렇다. 이런 구조는 아스팔트를 벗겨내려는 동물들의 이야기와 맞아떨어진다. 조왕신 역시 무너지는 집을 떠나면서 다시 사내들과 만날 일말의 여지를 남겨뒀다. 팬티까지 벗길 심사로 덤비는 삼세기는 초연에서 볼 수 없었던 과격함이다. <방바닥 긁은 남자>의 팬티 갈아입는 대목이 떠오르는 한편, 1년 사이 좀 더 과격해져야만 하는 사회에 대한 대응 방식으로도 볼 수 있다.
2011
노련한 배우 이승헌의 참여는 확실히 작품에 힘을 실었다. 윤정섭은 연기를 잘 하는 배우이나, 전작들에서 본 패턴이 비슷하게 눈에 들어온다. 배우들의 강한 개성은 연출이 누구인지 그리 구분이 되지 않는다는 약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희화적인 캐릭터, 집을 무너트리거나 바닥을 뜯는 무대 등 3부작 첫 번째, 두 번째 작품은 확실히 비슷하다. 한 작가가 썼고, 또 연작이라고 밝힌 데에도 이유가 있겠지만, 뭔가 다른 방식 구현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초연 배우들이나 신인 배우들의 등장 혹은 외부 연출이 하나의 해법이 되리라 본다.*
사진출처 - 연희단거리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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