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내가 까마귀였을 때
기간 : 2011/03/29 ~ 2011/05/08
장소 : 산울림소극장
배우 : 서은경 , 윤영성 , 윤정욱 , 손봉숙 , 고인배 , 안성헌 , 이혜원
희곡 : 고연옥
연출 : 임영웅
산울림 소극장 무대는 반 타원형 구조라 측면 가장 안쪽 객석에 앉으면 자칫 배우 옆모습만 보다 나올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배우들도 정면 외에 좌우측 관객 시선을 고려해서 연기를 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동선이나 무대 배치 역시 마찬가지이다. 산울림 소극장 특성상 무대 좌우 안쪽으로 객석이 들어오는 식이라 배우들이 긴장하게 된다. 더욱이 무대 객석 거리도 없이 바로 코앞에서 빤히 관객이 바라보고 있으니 웬만한 내공이 없으면 버티어내기 힘들다. 거리를 바짝 좁힌 무대는 관객도 더불어 긴장하게 되어 달갑지는 않다.
그렇지만 얼굴 표정, 손짓, 시선, 숨소리 등 세밀한 연기 파장을 그대로 흡수할 수 있어 연극 몰입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대관 공연보다 노장 임영웅 연출작이 주로 올라가니 산울림소극장 공연은 특유의 성격이 있다. 묵직하달지, 우직하달지 극장과 연출이 하나로 묶이면서 주변 발 빠르게 변하는 홍대 문화와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인다. 하지만 한편으로 연극이란 게 늘 시대와 조응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느린 행보 혹은 다소 고루하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 해석 등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했다. 대표작인 ‘고도를 기다리며’는 작품 자체의 부조리함이 과거와 전혀 달라지지 않은 연출에도 시대를 관통하는 힘으로 작용했던 게 사실이다.
전에 몇 번 극장을 찾았을 때 작품 완성도와 상관없이 객석이 관객으로 북적이는 모습을 본 적이 드물었다. 한 달 반의 긴 공연 기간을 감안하면 어떨지 모르지만 적어도 <내가 까마귀였을 때>는 막을 연 지 일주일 남짓, 관객으로 가득 찼다. 요 사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고연옥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이 눈여겨볼 만 하지만 희곡 작가의 인지도가 연극 흥행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좀처럼 보지 못했으니 그 이유만은 아닐 것이다.
가족 문제를 다루면서도 긴장을 놓치지 않는 좋은 대본에 배우들 조련에 능숙한 연출이 신인급 젊은 배우들을 튀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주면서도 밀도 있게 해석을 풀어냈다. 작은 무대는 무대나 조명으로 큰 효과를 내기 힘드니, 정극이 그렇지만, 배우 연기가 특히 무척이나 중요하다. 공연을 막 올린 공연치고 배우들 연기가 안정되었다. 두루 연기 잘하는 배우들은 그렇다고 쳐도 신인인 윤정욱은 공연의 키를 쥐고 있는 셋째 아들 역을 기대 이상으로 소화한다. ‘까마귀’였던 시절의 정서를 잘 드러낸다. 그의 연기는 ‘내가 까마귀였을 때’의 주체를 가족들에게 되묻게 하면서 고해와 화해를 끌어낸다.
긴장감으로 소극장을 한껏 밀어 올리는 전개에 비해 어느 정도 예상가능한 결말은 좀 아쉽다. 극에서 말하는 가족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이나 다가가는 방식이 냉정하게 동의할 수 있는 부분만 있지는 않다. 연극의 역할이 처방전이 아니고 문제 인식이자 질문이라고 한다면 구조가 좀 아쉽지만 가족 구성원마다 잘 살린 캐릭터로 충분히 녹여냈다. 입소문이 돌면 확실히 좋은 성적을 거둘만한 작품이다.*
사진출처 - 소극장 산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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