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극

[스팸어랏SPAMALOT_2010 대극장ver] 이나중 탁구부 출신 20세기 소년 앞에 성스러운 소주잔 & 스팸 안주

구보씨 2010. 10. 15. 16:42

제목 : 스팸어랏 - 아더 왕의 성배원정대

기간 : 2010101~ 201112

장소 : 한전아트센터

출연 : 아더 왕 역 - 박영규, 정성화 / 호수의 여인 역 - 신영숙, 구원영 / 란셀롯 경 역 - 정상훈 / 로빈 경 역 - 김재범 / 베데베르 경 역 - 김대종 / 갈라후드 경 역 - 박인배, 예성 / 팻시 역 - 김 호 / 잭 역 - 김남호 / 그 외 항상 신나게 춤추고 노래하는 멋진 앙상블!

연출 : 데이비드 스완

제작 : 오디뮤지컬컴퍼니, CJ엔터테인먼트

후원 : SPAM®

  


아웃사이더들의 성배몬티 파이튼의 성배

<스팸어랏>을 보고 한전아트센터 대문을 열고 나서니나와 헤어질 때 촉촉해진 그녀의 눈가인양-슬픔 때문인 줄 알았으나기뻐서라고 실토해 나를 두 번 울린-나리는 비에 나의 멘토 노자(老子할배(우리말로 풀면 할배 할배왠지 친근하다)가 쓴 도덕경 8장의한자로 쓰기도 쉽고 외우기도 쉬운 상선약수(上善若水)가 떠오른다커튼콜 "인생 뭐 있나요웃어봐요~." 떼창 여운이 귓가 감도니그렇지웃는 게 최고지 인생 별거 있나사부작 내 지난날을 되감기하면 얼추 내 의지대로 살았나 싶다가도지금 이 나이에 이 모양 이 꼴로 살게 될지는 어렸을 적 난 정말정말 꿈에도 꾸지 못했지용케 굶어죽지 않고 살았으니 그만즐거우니 그만그래언제 어디에서 빗방울이 되어 떨어질지 물이 어찌 알았겠냐 말이지.

 

1975년 영국에서 발원한 한줄기 코미디 샘물은 오랜 시간 개무시를 당하면서도 유럽을 각개격파하고짠 바닷물이 되었다가 구름이 되어 미국의 한적한 시골마을 <트윈 픽스 Twin Peaks> (컬트계의 대물이셨다가 주류로 살짝 갈아타기를 하신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한 티비 시리즈(90) & 영화(92))와 <사우스파크 South Park> (미국인이 뽑은 역대 미국 코미디 베스트 10에 드는 19금 애니메이션 시트콤)를 거쳐 대도시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로 환골탈태를 해서는다시 북태평양고기압을 타고 서쪽으로 날고 또 날아와기어코 35년 만에불법 다운로드 영화가 아닌 대극장에 장엄하게 입성하였다기어코 한국에 도착한 몬티 파이튼(Monty Python) 6인조 그룹의 B급 아우라에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사우스 파크 출신 뚱땡이 악동 에릭 카트만 군은 <스팸어랏연출 데이비드 스완 씨를 꽤 많이 닮았다.


그리하여 <스팸어랏>이 영화 <몬티 파이튼의 성배 Monty Python And The Holy Grail, 1975>(이하 <몬티 파이튼>)의 순도 24K 풍성한 키치 취지를 손상시키지 않고 한국식으로 제법 잘 녹여냈다고 여기므로이에 대한 예의를 다하고자나 역시 괜히 무게 잡는 취지의 리뷰 따위는 아더의 손을 빌어 엑스칼리버로 난도질내기로 한다.

 

그리고 이제 언더그라운드 세상을 지배한 풍자 컬트 키치 코미디의 오버그라운드 진출을 기리며 마이너리그와 루저리그 출신들을 본인이 감히 대표해, 20세기 중반 이후 정치사회철학을 한 손에 쥐고 흔들며 조롱한 문화계의 진정한 심토머(symptomer, 한 마디로 정의 불가능한 돌연변이몬티 파이튼 노구들께구글 번역기의 협찬으로 리뷰를 바치나이다.

 

그리고 영화를 보신 소수의 마니아들을 아시겠으나한도 끝도 없이 지들 꼴리는 대로 달리고 달리는그리하여 분석 및 해체 및 재구성의 엄두가 나지 않는 영화에 바치는 글인 이상영화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 리뷰 역시 달릴 수 있는 한 힘껏 산과 바다로 달릴 참이다그러니 뮤지컬 관련 정보 따위는 검색 엔진에서나 찾으시라는 <스팸어랏초연을 보고 갈겨쓴 글씨가 알아보기 힘들어 거의 새로 쓴 내 수첩(2010.09.29)에서 발췌한 글을 서두로 삼고자 한다.

 

[몰라도 그만 알아도 그만 TIP. 1] 뮤지컬 전문 리뷰어들 사이 시설, 음향, 위치 등 한전아트센터에 관한 평가가 박한 편이다. 그들은 입을 모아 이곳에서 흥행에 성공한 뮤지컬이 드물다고도 했는데, 왠지 B급 정서로 가득한 <스팸어랏>이 이 징크스를 깰 수 있을 것인지, 말 것인지 자못 기대가 된다. 호기롭게 몬티 파이튼 그룹을 들먹였지만, 사실 원탁의 기사단 갈라하드 경의 어깨가, 박인배도 그러하나, 더블캐스팅인 팬클럽이 보낸 쌀 화환의 무게를 짊어진 슈퍼주니어 멤버 예성의 어깨가 무겁다.

 

몬티 파이튼 그룹. <미래소년 코난포비를 닮은 분홍색 땡땡이 셔츠가 흥행과 상관없이 명감독의 반열에 오른 테리 길리엄이다.


K부장이 국물 한 방울 안 남기고 처먹은 한방삼계탕

MBC시사프로그램 <불만제로> ‘한방 삼계탕의 숨겨진 비밀(2010.06.16) - 재료 재활용’ 편을 기억하시는가그냥 삼계탕도 아니고 왠지 로또라도 그냥 한방터트려줄 듯싶었던 그 한방 삼계탕옆자리 이목 때문에 차마 씹지는 못하고또 씹어 먹어는 내용물이 아닌 듯도 하여 쪽쪽 빨기만 했던 녹각엄나무 등등 화려한 스펙이알고 보니그러니까 요 피가 되고 살이 되리라 믿었던 알토란같은 욘석들이벽돌로 뒤통수를 찍고 요즘 유행하는 필리핀 행 도피를 할 것인가얌전히 사표를 내고 다시 백수로 돌아갈 것인가양단의 갈림길에서 오로지 두 달만 더 참으면 실업급여 한 달 치가 더 나온다는 이유로 우루사와 겔포스를 장복하게 해주신 그분의그러니까 전생에 동학도인 내 어설픈 낫질에 등짝이 찍혀 재수 없게 죽은 일본순사 앞잡이가 틀림없는 K부장의 오랄 서비스를 실컷 받은 혐의가 있을 수도 있다는다시 말해 대략 120년 전전생의 어느 가을날로 커트해서 넘어가면 일본순사 앞잡이와 오붓하게 마주앉아 된장찌개를 앞 접시도 없이 숟가락을 푹푹 담가 사이좋게 퍼먹는 천인공노할 친일 행적과 맞먹는 짓을 해버리고 말았을 수도 있다는 경우의 수를 파격적으로 늘려준 한방 삼계탕을 기억하시느냐 말이다.

 

다시 한 번 불만제로 필수 멘트를 빌어 말하지만 "모든 삼계탕 집이 다 그렇다는 건 아니고".


어느덧 추풍이 선선하여따끈한 차 한 잔 생각에 고용지원센터 커피 자판기 앞에서 서성이다 보니 오호라다 지난 일이로고앞으로 한방삼계탕 사먹을 돈 따위아니 사먹을 일 따윈 없을 듯도 한데, K부장 따위는 서울을 끼고 서로 (다행히반대편에 사니 만날 일도 거의 없을 터인데난 그때 왜 그리 흥분을 했을꼬헛웃음 비실 배어나온다.

 

그러니 K부장 서랍에 붉은 벽돌을 넣어둘 게 아니라 붉은 단풍이나 한 잎 사뿐히 얹어 놓고 올 것을부끄러움에 뺨에도 살짝 단풍든다물론 낙엽을 놓고 오는 의미는 너도 곧 낙엽처럼 떨어져서 붉은 피눈물 흘릴 거다자슥아로 벽돌과 의미는 얼추 비슷하지만한결 품위가 있단 말이지흥분하지 않아도 봄여름가을 지나 겨울이 오는 게 당연한 이치거늘역시 최상의 은 물과 같으니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 다투지 않느니라상선약수!

 

[몰라도 그만 알아도 그만 TIP. 2] 프랑스 군대가 주둔한 성을 깨고 성배를 차지하기 위해 대규모 엑스트라를 동원한 원탁의 기사단을, 데모대 취급하며 경찰특공대들이 들이닥쳐 잡아가는 원작의 허무맹랑한 결말은 자유로운 상상력을 가로막는 공권력 풍자 성배 찾기가 실은 십자군 전쟁처럼 신의 계시가 아닌 탐욕스런 범죄임을 직설적으로 표현 뮤지컬에도 등장하는, 작품 해설자를 영화상이지만 죽이는 맛 간 오타쿠들을 향한 경고 등등으로 다양하게 읽을 수 있다. 이런 결말은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바뀌면서, 뮤지컬을 좌지우지 하는 유태인 자본에 대한 풍자로 풀었고, 한국으로 오면서 흥행의 성패가 연예인 스타 섭외로 판가름 나는 세태를 풍자한다. 그럼에도 예성을 캐스팅했는데, 암튼 예성의 어깨가 무겁다.

 

위 한방삼계탕 고발 사진을 보고 놀란 코코넛 기사들, (왼쪽부터) 로빈, 란셀롯, 아더, 팻시(눈만 보임), 베데베르, 갈라하드


한방삼계탕과 무비컬 사이 상관관계 고찰

그러므로 각설하고 난데없는 한방삼계탕 타령을 늘어놓은 이유는 이러하다난 무비컬도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특히 무비컬이라는 신조어를 정말 싫어한다창작 뮤지컬이 최고라고 고상을 떨자는 건 아니고창작이란 게 결국 재구성이고 편집인지라 드라마만화영화 뭐든 뮤지컬이 될 수 있으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나 애니컬’ ‘드라마컬은 없는데, ‘무비컬이라고 하니 왠지 특혜를 받는 듯해서 말이다. (알고 보니 드라마뮤지컬을 드라컬이라고 부른단다거지같은 신조어들.)


그러니까 일본 특촬물 괴수대백과에나 나올 법한 괴상망측한 무비컬드라컬 등등 준말은대상의 본질을 불가피하게 왜곡하고 편의성과 속도 관점에서만 그것들을 대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하는 언어철학적 난점이 있으나준말을 입 밖으로 내뱉을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의 양과 적을 때 종이와 잉크를 아낄 수 있다는 환경생태학적 이점과 긴손바닥근얕은손가락굽힘근깊은손가락굽힘근긴엄지굽힘근 등 필기 시 근육 사용을 절제하여 근육통을 예방할 수 있다는 운동생리학적 관점까지 더하면, 12니 준말이라고 무조건 싫다는 건 아니다.

 


무비컬과 드라컬의 아찔한 한판 대결을 보는 듯 긴장감이 넘친다. 고지라를 용가리로 둔갑시킨 해적판 출판물


그래도 퇴기가 안방 차지하고 들어온 양 왠지 뻔뻔해 보여서 싫다는 게다. (뮤지컬로 영화를 만들면 뮤비인가왠지 기시감으로 오륀지가 떠오른다.) 다시 말해 삶은 가지 같은 영감쟁이 죽는 날만 기다리며유독 머슴 중에 돌쇠에게만 쌀밥을 주는 젊은 안방마님의 심사가 그렇듯이 영화 흥행만 보고 들어와 숟가락 얹고 가겠다는 심사인데날름 뮤지컬 한 장르인양 당당히 한 자리 꿰차고 들지 않았냐 말이다. (이를 공식 인정하듯이 무비컬을 퍼 나르는 언론의 무책임함이란!)


그래서 난 무비컬 운운을 들을 때마다 불만제로 몰래카메라에 찍힌 삼계탕집 주방 빨간 플라스틱 바구니가 떠오른다우릴 대로 우렸으나 모양은 그럴듯한 한약 재료들 말이다. ‘원 소스 멀티유즈란 게 함경도 방언으로 풀자면 울궈먹기란 걸 텐데창작뮤지컬 발굴 소홀 어쩌고기존 콘텐츠에 기댄 쉬운 제작 풍토 저쩌고 떠나서난 영 시큰둥하다.


[몰라도 그만 알아도 그만 TIP. 3] 문장 서두마다 종종 튀어나오는 그리고’ ‘그래서 등등은 접속 부사 외에도 동사 그리다의 변형으로 그리고(, 그리워할 연), 그리고(, 그릴 묘)의 의미로 썼음을 알린다. 그 대상은 물론 몬티 할배들이다.

 


누가 봐도 티가 나는 요런 특수 효과는 뮤지컬도 얼마든지 가능하다요 장면은 아쉽게도 영화로만 볼 수 있다그립다.


한방삼계탕과 무비컬과 장가 두 번 간 친구 사이 상관관계 고찰

아무튼 돈줄을 빨고 자란 대중 장르의 양대 선남선녀끼리 눈이 맞는 남녀상열지사를 어찌 막겠냐만 그 심보가 여기저기 붙어먹는 꼴이 결혼식을 올린 적은 있으나 혼인신고서는 안 했으니 깨끗하다는 식이다개인 과거사로 돌아가서 어찌어찌 연애질을 하다 보면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도 있어서 무비컬 공연장 매표소 앞에 설 때가 있는데그때마다 기분이친구 놈이 쌍둥이 아닌데 축의금을 두 번 낼 때(심지어 +α의 조짐마저 보이는)처럼 에이여자 주인공(?)만 다른 건데두 번이나봐야 하나’ 싶은 심정마냥 찜찜하더란 말이다물론 리허설(?) 결혼식과 다르게 출장 요리사의 라이브 손맛 요리를 준비한 친구의 속내처럼무대극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하기는 하지만.


, <불만제로> ‘한방 삼계탕의 숨겨진 비밀’ 가운데 빼먹은 게 있는데재활용 한약 외에도 중국산 중금속 한약에 닭살 재활용도 추가 사양으로 소개했더랬다무비컬이 아무래도 영화 흥행에 기댄 선택이라면영양(작품성)은 둘째 치고 맛(재미)이라도 좋아야 하는데오리지널 삼계탕에다 오리탕까지 죽을 쑤게 만들듯 영화에 민폐만 끼친 작품들을 (하필 여럿봤단 말이다물론 이는 전적으로다가 한때 끈끈한 사이였던 회사동료 K대학후배 B양의 취향에 따른 결정으로무비컬을 보고난 뒤 당분간 그녀들의 히스테리가 잠잠해졌던 바밑지는 장사는 아니었다고 여기나헤어지고 난 지금 그게 뭔 상관이란 말인가!) 그렇다고 가격이나 저렴한가한방이라고 2000원씩이나 더 주고는 인근 주민들 아밀라아제 성분에 중국산 중금속 농약 삼계탕을 먹은 기분이다.


그렇지만 먹고 나면 늘 본전 생각이 나는 게 결혼식장 요리이듯 괜찮다 싶은 작품도 같은 가격이면 다른 식당다른 메뉴를 먹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드라마나 영화에서 신물 나게 본 고만고만한 삼각관계애정 다툼을 다루는 대신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처럼 무대화로 옮겼을 때영화 편집이나 CG가 주지 못하는 어린 발레리노의 놀라운 몸짓을 주는 작품이 없는 건 아니다불만제로 코너 클로징 멘트로 대신하면 모든 삼계탕 집이 다 그런 것은 아니고허나 한국 무비컬 대부분은 흥행에 실패했다.


아무려나 무비컬을 선호하는 편은 아니다라고 딱히 누구 한 명 1g도 신경 쓰지 않는그래서 남들에게 폐를 안 끼치는(?) 고집이 있었는데그만 <스팸어랏>을 보고역시 누구 한 명 뭐라 말 한 마디 거들지 않았는데냉큼 생각을 고쳐먹고 말았다그래서 위로 세 번째 단락 다섯 번째 줄 찜찜과 그 아래 단락 네 번째 문장 줄 민폐에 대해 요새 정치권에서 유행하는 배꼽인사로 머리 숙여 사과한다.

 

배꼽 인사하는 A가 소갈머리 없는 경우, 카메라 후레쉬를 생각 없이 터트리면 앞쪽 BCDE 등이 실명 위기가 올 수도 있다.


[몰라도 그만 알아도 그만 TIP. 4] 1990년대,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우드에서 강하게 불기 시작한 무비컬 열풍은 2000년 대 후반, 국내에도 제작 붐으로 일어났다. 한국의 경우, 거대한 영화 시장의 브랜드 파워를 활용하려는 뮤지컬 기획사와 갑작스런 영화 시장의 불황으로 제작 초기 단계부터 뮤지컬 등 콘텐츠 활용을 기획하는 영화 제작사 사이 이해관계가 맞은 경우이다. 국내 최초의 무비컬은? 2004 1 31일 초연을 올린 <와이키키 브라더스>.

 

  

한국 뮤지컬 역사가 길지도 않지만이게 바로 대한민국 진짜 무비컬

그리고 드디어 진짜 무비컬이 왔다표현 방식에서 제약이 많은 뮤지컬이 늘 영화 장면을 세트로 표현하면서 어쩔 수 없이 한 수 접고 들어갔다면, <스팸어랏>은 청계천 불법DVD 창고에 파묻혀 있을 법한 <몬티 파이튼의 성배>를 재조명하고 발굴한 그 공로가 지대하다먼지투성이 영화에 뼈와 살이 타고 피가 튀고 침이 튀는 몸을 부여한 것이다! <스팸어랏>이 2005년 브로드웨이에서 대성공을 거뒀다고 해도미쿡식 B급 유머와 조롱이 한국에서 통한다는 보장이 없다미국 빌보드 차트 순위가 한국 길보드 차트에 별루 영향을 주지 않은 상황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스팸어랏>은 일부’ 한방 삼계탕이 그렇듯이 일부’ 무비컬마냥 영화의 명성에 기대고 있을까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몬티 파이튼 그룹을 아는 신세대가 과연 몇이나 될 것이며(만렙 토끼나 좀 알까), 또 20세기 소년들 중에서도 화염병 들기 바빴던 군사 정권 당시에 이 영화를 몇이나 봤을까 말이다바로 옆 동 연극영화학과와 하등 관계없는 과내 영화 동아리에서 화면이 종종 끊기는화면만 큰 중고 티비를 산 탓인지 색감도 흐릿한, VHS 방식으로 우연히 보고 감동을 먹은 나 같은 경우를 제외하고 말이다.


 

아무튼 <몬티 파이튼네이버 영화 관람후기 평에 10점 만점원수(별 5)를 준 네티즌 topofpen님은 미지왕 같은 영화 어디 더 없나 했는데 미지왕에 21년 앞서 이 영화가 있었다.’휴지를 말아 쥔 손이 무색할 정도로 닦을 게 1g도 남지 않은 흔치 않은 즐거운 화장실 아침처럼 간결하고 명쾌하게 정리해주셨다.

 

그러나 [''친놈 ''가 무슨 '왕자'인 줄 알아]의 준말이 제목인 우리 영화 <미지왕 Ambiguous Man, 1996> 역시 우연히 케이블에서나 가뭄에 콩나듯 틀어줄까아니면 드라마 삼순이 대사로나 들었을까보기도 드물고 구하기도 힘든 작품이니 일반 대중에게는 요런 알토란같은 평이 선문답이라산은 산이요물은 물이겠다이해를 돕고자 <미지왕관련 최근 기사로 2006년에 주연 배우 조상기를 다룬 스포츠신문을 보면 이러하다.

 

그러나 시대를 너무 앞서 갔던 것일까영화가 만들어낸 화제성에 비해 흥행은 참담했다지금은 일부 컬트팬 사이에 재평가되고 있지만주인공 조상기는 한동안 영화 대신 다른 길을 걸었다. “당시 미지왕과 경쟁한 작품이 할리우드 영화 ‘101마리 달마시안이나 마이크로 코스모스였어요그런 까닭에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면서 동물한테도 지는 영화냐라는 혹평을 들은 기억도 나요하지만 제게는 연기를 배우게 된 잊을 수 없는 영화입니다지금도 집에서 미지왕’ 비디오테이프를 틀어보며 10년 전 대사를 복기한답니다.”

-조상기 “10년 전 미지왕을 아시나요?” (스포츠칸, 2006-02-13)


그리하여 작품 이해를 위해 필수/교양 항목으로 든 <몬티 파이튼>, <미지왕두 편을 합친 관객수(한국 집계 기준, <몬티 파이튼한국 상영 여부는 확인이 안 되나 설마)를 대박 여부에 그다지 상관없이 이길 게 뻔한 뮤지컬이라니! <스팸어랏>은 그간 늘 영화에 얻어먹기 만한 무비컬의 암묵적 함의에 역류성 식도염을 일으키는 통렬한 작품이 아닐 수 없닷!


[몰라도 그만 알아도 그만 TIP. 5] <몬티 파이튼> <미지왕>을 구하기 힘들거나 작은 화면 등 부가적인 상황이 영 마뜩치 않을 때, 막 개봉해서 따끈따끈한 우리 영화 <불청객 The Uninvited, 2010>을 권한다. ‘2천만 원으로 뚝딱 만든 가내 수공업 특수효과마저 영화적 재미로 치환하는 재능이 돋보이는 88만원 세대를 위한 SF어드벤처'란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공식 사이트 http://blog.naver.com/bulchunggaek)


 

  

올레올레한국에서 꽃 피우다!

여까지 실컷 달리고 보니 "<스팸어랏>을 무비컬보다는 외국 라이선스 공연으로 봐야하지 않겠니?" 라는 태클을 내 안의 다중 인격이 걸고 들어온다그러고 보니 관람 당시 등장하는 각종 뮤지컬 패러디 코스튬 플레이를 보면서박장대소를 하는 와중에도 저거 저리 따라 해도 되나저작권이 깐깐하다던데?’라는 염려가 슬쩍 들었었다그러나 곧 어차피 라이선스 뮤지컬이니 브로드웨이 사는 애들이 알아서 해결했을 텐데내가 뭔 미친년 오지랖이라고 별 그지 같은 걱정을 다 하는구나.’ 어이가 없어서 남들 다 웃은 다음에 피식하고 한 번 더 웃었더란 말이다.

 

그리하여 다시 말해미국판 무비컬을 옮겨 오는 제작 과정에서 옷에 달린 레이스 문양까지 그대로 달아야 하는 깨알 같은 그대로’ 조항들을 생각하면말 그대로 라이선스 뮤지컬 판권을 사온 셈인데괜히 쪽팔리게 그만둔 회사 근처 삼계탕집 한방 삼계탕에 정자왕 친구를 후루룩 말아먹는 무비컬 설레발을 쳤구나하는 후회가 한글2005 기준 7쪽 1단까지 쓰고 나서야 뒤늦게 몰려온다.

 

그러하나변명을 하자면 미국 제작진이 참여하는 ‘First Class Production’으로 미쿡식 B급 정서를 그대로 들여왔다가는 스 라인 재무 이사 망치 활극이 남 일이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닐 수 있으니(연출가 바욕 리Baayork Lee 여사 이름부터 어감이 좀 그렇더라니말이다타산지석이랄까, <스팸어랏>은 미쿡식을 한국식으로 지대로 풀었다글로벌 시대에 세계만방 영화관 공연장에서 상영 중인 흥행대작 <록키 호러 픽쳐쇼>를 컬트라고 부르기가 이제는 좀 께적지근하듯이리뷰 쓰자마자 뜬금없이 사자성어와 기후변화를 들먹이게 한 몬티 파이튼의 35년 묵은지 같은 유머 코드는 케이블티비의 힘이랄까익히 아주 생판 뒤집지 않아도 제법 우리에게 그럭저럭 익숙한 편이다.


<스 라인>은 원작 고수 방식 외에도 캐스팅을 두고도 관객들 불만이 있었는데, <스팸어랏>은 이런 우려를 시원하게 해결했다자꾸 <스 라인>을 들먹여 미안하다. <몬티 파이튼>과 75년 동갑내기인 <스 라인>이 하필 올해 같이 들어왔던 바뮤지컬 기획사에서 망치가 소품부서가 아닌 재무부서에서 필요한 이유로여전히 화제가 되고 있어 그렇다. (<스 라인>의 화려한 재기를 정말 기대한다.)


[몰라도 그만 알아도 그만 TIP. 6] 영화 <몬티 파이튼>에는 기사 셋을 무찌르는 이른바, '전설의 만렙 토끼'가 등장한다. 영화와 상관없이 출처 불명 편집본으로 유투브에서 유명한 이 대목을 뮤지컬도 그대로 재현하는데, 영화처럼 멋모르고 덤빈 기사의 목이 떨어지는 대목을 보면 75년 영화 촬영 당시 어설픈 특수 분장을 보는 듯 감개가 무량하다. 허나 '아더 왕 VS 흑기사 11 매치-사지절단 편'도 그렇고, 원작의 하드코어 유머를 살린 부분은 그간 고상한 뮤지컬에 길들여진 팬들에게 웃고 있지만 살짝 놀라는 상황을 연출한다. 


그래서 <스팸어랏>이 가족 뮤지컬로는 어림도 없고, 예성 팬들이 10대 위주라 한라면 한다면 흠, 그리고 하필 걔네 중에 삼촌인 내 말을 지독하게 안 듣는 되바라진 조카 얼굴이라도 본다면 흠, 중고딩을 무시하려는 처사는 아니나, 아무튼 그 의미가 단순 죽고 죽이는 상황은 아니라는 걸 얘기하고 싶다. 그러니까 아더 왕 전설 자체가 픽션이지만 성배 찾기라는 테마 자체가 거룩하거나 합리적인 여정이라기보다 어차피 땅따먹기 싸움이랄까, , 난센스라는, , 이런 얘기. 그러니까 제발 학교에서 싸우지 좀 말라는 그런 의도. 아무튼 원작 영화는 75년생이라 십이지로 토끼띠다! 토끼가 최강 괴물로 등장하는 이유에 이런 깊은 뜻이 있을지도! (꿰맞추려니 딱딱 맞는다. 왠지 무섭다.)

 

  

캐스팅을 통해서 본 스팸어랏의 싱크로율 비교

우선 <스팸어랏>은 한국에서 웃기기로는 최고인 뮤지컬 배우들을 죄다 쓸어 모았다몇 명은 진흙속의 보석이랄까기대하지 않았다가 놀랍게 웃긴다조광래 감독이 코미디 뮤지컬 감독이었다면 한결 속이 편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주인공 아더 왕의 정성화는 매년 뮤지컬 시상식마다 수상 소감을 품고 나왔을 만큼 코믹한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쳐왔고작년 제4회 뮤지컬 어워즈에서 다른 작품도 아닌 묵직한 역사극 <영웅>으로 확실히 공식 인정받은 한국 뮤지컬의 대들보다그러나 역시 타고난 개그맨이라, <스팸어랏>과 정성화의 조우는 아더 왕이 호수의 여인을 만난 격이다이번 작품으로 그는 돈키호테를 사이에 두고 좌우로 안중근과 아더 왕까지 광범위한 연기 스펙트럼 이력을 쌓게 되었다그 너른 길이만큼은 대한민국 최고의 반열에 올랐다고 본다.


그리고 아더 왕 역이 "지금 이 시점에서 만나야 할 운명의 배역으로 다가왔다"는 노래하는 영원한 미달 아빠 박영규는지금도 변두리 노래방 애창곡인 1989년 첫 앨범 타이틀곡 카멜레온으로 당시 장동건 인기를 누린 바 있는 만능 재주꾼이다특히 한때 하루 업소 12군데’ 다닌 이력이 눈에 들어오는데뿌연 담배 연기와 술 취한 주정뱅이와 야릇한 눈빛을 보내는 아주머니들을 무대 1m 앞 스테이지에 두고 술병과 과일 안주와 아줌마의 쇠갈퀴 같은 손모가지 테러 위험이 극에 달한 긴장감 속에서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는 상황은 그가 뮤지컬에 강할 수밖에 없는 당연한 이유를 설명해준다.

 

 

란셀롯 경에서 국적을 넘어 프랑스인 병정까지 1인 다역을 훌륭하게 소화하는 정성훈도 코믹한 연기야 이전부터 발군이었다참고로 중세시대 영국과 프랑스의 관계는 임진왜란 당시 조선과 일본 관계와 얼추 유사하다고 보면 되는데한 작품에서 이순신 장군과 왜장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동시에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몇이나 되겠냐 말이다게다가 작품에서는 이성애와 동성애까지 넘나든다국적 혼란에 성정체성 혼란까지 가뿐히 소화하는 역시 정성훈이다. (<스팸어랏>을 아직 보지 않은 분들께 노파심에 보충하자면 정성훈 역할 비중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적어도 그런 내적 갈등이 다분히 있을 수 있는 역할이라는 것이다.)


 


아더 왕호수의 여인 외 드문 11역 팻시의 김 호는 단연 영화 복제판이다말발굽소리 100%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코코넛 껍질 연주의 달인이자 묵묵하게 아더 왕을 따르는 심복으로 종종 촌철살인 유머를 구사하는데영화에서나 뮤지컬에서나 개인적으로 격하게 아끼는 캐릭터다. <맨 오브 라만차>에서 산초 역의 이훈진이 워낙 뛰어나기는 했으나당시 이발사 역 김 호가 이번에는 시종으로 한몫 제대로 한다지금도 <맨 오브 라만차>의 기사 작위 장면을 보면 배꼽 빠지는데, <스팸어랏>에서 이 장면을 아주 상큼하게 살렸다.

갈라하드 경의 박인배는 예성과 캐스팅이 겹치면서 역할 자체를 줄였을까가진 재능을 펼칠 기회가 다른 원탁의 기사들보다 줄어든 듯하다. (원래는 다른 기사들처럼 1인 다역 캐릭터가 아닐까 싶은데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못 봤으니 뭐확인한 건 아니다.) 


영화에서는 갈라하드 경 관련 16~19세 소녀들로 가득 찬 영국판 아방궁 에피소드가 제법인데 아쉽게도 뮤지컬에서는 빠졌다박인배 관련 기사로 예성과 붕어빵처럼 닮았죠?’가 떴는데사실 2층 객석은 당연하고, 1층도 10열 정도 뒤에서 보면 별 차이 없지 싶다예성 팬들에게 한마디 조언을 하자면 캐스팅 확인을 하지 않고 가서 그냥 예성을 본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게다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뮤지컬 실력을 갖췄으니예성 팬들은 더욱 참고하시라

 

 

빨지도 못하는 갑옷에 찔끔 지리고 도망치기의 달인, 요실금 로빈 경 역은 김재범이다. 과연 <쓰릴미> ‘나’ 역의 그가 맞는가? 라는 화제를 모으면서 ‘갸갸갸갸?’(저 배우가 정말 쓰릴미 그 배우란 말인가요?)로 모 통신사 협찬을 의심케 하는 ‘니니니니’ 못지않은 외자 반복 붐을 불러왔다. 김재범의 로빈은 정말 제대로 찌질이다. 그가 똥오줌을 지릴 때마다 왠지 코를 막게 되면서도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다. 똑똑한 방귀쟁이 베데베르 경 김대종은 뮤지컬에서 가장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는데, 웰메이드 소극장 뮤지컬 <영웅을 기다리며> 생뚱맞은 이순신 때부터 그의 천연덕스런 연기를 점찍어 놓은 바 있다. 그가 영화로 진출한다면 단연 유해진을 위협하는 ‘미친 존재감’ 후보 1순위로 꼽겠다.

 

 

<스팸어랏>의 홍일점이자 영화에서는 등장하지 않는 호수의 여인 역신영숙은 놀라운 가창력으로 극중 적은 비중을 뛰어넘는 포스를 보여준다뭐랄까뭔가 호수의 요정여신이라기보다는 밀당의 대가남자를 가지고 노는 골드미스 분위기랄까결국 개고생한 아더 왕이 찾아온 성배를 쟁취하는 건 바로 결혼식을 올린 호수의 여인이다솔직히 초혼 분위기는 아니고 돌아온 싱글 같은데아더 왕이라고 그 늙수그레한 나이에 초혼일리 없으니 서로 과거는 묻지 않고 사는 게 가정의 평화를 유지하는 길이다


결국 호수의 여인은 아더 왕한테 줬던 엑스칼리버까지 공동 소유하는 셈이라아더 왕에게 충고를 하자면 엑스칼리버에 이니셜을 새기라는 하고 싶다호수의 여인이 두 번 다시 딴 놈에게 써먹지 못하도록 말이다. <스팸어랏>은 결국 그녀의 손바닥 안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거다딱 신영숙이 적격이다.



사진을 구하다보니박영규/구원영 커플을암튼 승자는 호수의 여인이다웃는지 우는지 멜랑콜리한 아더 왕 표정이 왠지 씁쓸하다.


[몰라도 그만 알아도 그만 TIP. 7] 스팸(spam)은 Spiced Pork and Ham의 약어로 대표적인 햄 상표이다영국의 전설적인 코미디 그룹인 Monty Python은 이 스팸을 이용한 코미디를 선보인 적이 있었다식당에 들어 온 손님이 메뉴를 묻자종업원이 스팸을 기본으로 한 음식을 줄줄이 댄다손님이 스팸 안 들어간 음식을 달라고 해도종업원은 끝까지 스팸이 들어간 음식만을 집요하게 소개한다결국 손님에게는 스팸이 진절머리 날만한 것으로 여겨지게 된다인터넷 붐이 일어나면서 광고 메일이 많아지자인터넷 전문가들은 메일로 온 광고들이 마치 몬티 파이튼 코미디의 스팸과 유사하다고 해서 스팸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스팸을 딛고 만렙 토끼를 안은 용감한 란셀롯빼놓기 뭐해 넣은 호수의 여인 신영숙왠지 호수보다는 닭장이 어울릴 듯하다.


양의 방광이 지진을 어떻게 막는지 다시 한 번 더 설명해보게

그렇게 왼쪽 객석에 앉은 파릇파릇한 대학생들 미친 듯이 깔깔 대고오른쪽 객석에 앉은 아주머니들 당최 왜 웃는지 몰라 어리둥절해하고 있을 때난 아랫입술 꽉 깨물고 눈물 한 방울 찔끔 떨궈야 했다. 60년대 영국 4인조 그룹 비틀즈가 출연하여 전 세계 팝 음악을 뒤흔들었다면, 70년대에는 영국의 천재 코미디언 그룹 몬티 파이튼이 돌연 나타나 전 세계 코미디 계보를 이전과 이후로 갈라놨다.

 

그리하여 현철과 벌떼들’, ‘서태지와 아이들처럼 영화마다 그룹명을 제목으로 당당히 집어넣은그래서 일찌감치 기존 식상하고 고상한 작품들과 확실히 경계를 긋고서 커밍아웃한 몬티 파이튼 영화 시리즈를 내놓는다그렇게 이들의 코미디는무르팍 도사와 포맷은 확실히 다르지만미국 유명 연예인이면 꼭 거친다는 시트콤 SNL(Saturday Night Live)에서 활짝 꽃을 피웠다.


 

뭐니 뭐니 해도 몬티 파이튼의 진정한 후계자는 역시 사우스파크(South Park)’ 제작자 트레이 파커와 맷 스톤이다이들은 이슬람과격단체 사우스파크 제작사 협박‘ ’이슬람 위협받은 만화가, FBI 권고로 은신‘ ’EA, 타이거 우즈 풍자 애니 사우스파크’ 제작자 고소할 예정‘ 등등 아프리카 제비가 부지런히 나르는 코코넛 껍질처럼 미국발 기사거리를 멀리 한국 PC방까지 제대로 전달 중이다.

 

그렇다갈아버려서 네모난 깡통에 우겨 넣은 싸구려 음식이지만 먹어 보면 풍미 제대로인 돼지고기 스팸처럼또 각종 대출야동도박 정보로 늘 함께하는 스팸 메일처럼 몬티 파이튼의 성배를 위시한 몬티 파이튼 정신은 우리 주변에 이미 깊숙이 파고들었고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스팸어랏초반부에 아더 왕란셀롯로빈베데베르갈라후드팻시 그리고 카메오 돈키호테까지 원탁의 기사들이 나란히 서는 결의를 다지는 장면이 등장한다딱 고만고만한 남정네들로 팀을 이룬 <무한도전>, <12포맷이다각자 개성이 뛰어난 점도 그렇고가끔 12일에서 박찬호가 카메오로 등장하는 포맷도 그렇고 방식이 무지 익숙하다내용 역시 얼추 다르지 않아서 결과물이랄 게 없이 과정 내내 해프닝으로 웃기는 방식도 인생 뭐 있나요웃어봐요인생 별거 없죠웃어봐요.” 주장하는 뮤지컬과 비슷하다.


 

미국산 무한도전 멤버들(?). 보면 알겠지만 얘네 보다 바로 위 우리나라 기사단이 훨씬 자~알 낫다.

 

그렇게 <스팸어랏>은 원조의 아우라를 베데베르 경의 항문을 통해 풍기며 한국으로 돌아왔다우리 감수성과 상황에 맞게 치밀하게 짠 언어유희는 남녀노소 누가 보더라도-벌써 담배 냄새를 풍기는 중딩 조카 제외-정신없이 웃을 수 있을 만한 한국식 만찬이다그러니까 허영만의 요리 만화 <식객>에서 이제 50년 세월이 지났으면 한국 음식으로 쳐도 된다는 부대찌개처럼 스팸과 묵은지의 조화가 아주 감칠맛난다.

 

그래서 원작으로의 회귀꼬리를 물고 둥글게 둥글게 돌고 도는 놀이는 정말 즐겁다브로드웨이 뮤지컬 제작사 의도가 뭐든 상관없이마치 75년 컷을 외치는 영화 촬영 세트장에 온 듯한 환영을 불러일으키는실제로 당시 영화 촬영장이 이렇지 않을까 싶은 장면들영화에서는 만화로 대체하지만 신이 아랫도리로만 등장하는 장면젖소를 성 밖으로 던지는 장면 등은 진정한 오마주 뮤지컬이 뭔지 보여준다그리하여 심금을 울리고 폐부를 꿰뚫는다그러니 놓치지 마시길 바란다운 좋으면 스팸 한 상자까지 얻어갈 수 있다.*

 

아더 왕을 호위한 베데베르 경과 란셋롯 경이 파동포를 쏘고 있다무한도전에서 익히 봤던 패턴이다.


[리뷰를 이해하기 위한 TIP. 1]

1) 질이 아닌 양으로 따지면 리뷰계의 대작 뮤지컬이랄 수 있는 이 스펙터클 리뷰는 일부러 유치하고 천박한 방법을 동원함으로써 기성 예술의 엄숙주의를 조롱하고 야유하는 예술의 한 형식을 가리키는 용어로 이제는 쓰이는 키치(Kitsch)’를 핵심으로 잡고 그 역사적 의미세계 증권시장 추이대한민국 4대강 사업의 실태열대 우림 파괴 등 다양한 시각에서 고찰해보려는 의도였으나 결국 관련하여 한 마디도 쓰지 못했음을 알린다.


2) 마지막 소제목으로 쓴 양의 방광이 지진을 어떻게 막는지 다시 한 번 더 설명해보게.”는 뮤지컬에서 베데베르 경이 지저분하고 멍청하게만 등장하는 게 아쉬워아더 왕이 베데베르 경의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박식한 지진 예방책을 듣고 놀라서 되묻는 영화 속 대화를 차용했음을 알린다.


3) 혹시나 캐스팅을 통해서 본 스팸어랏의 싱크로율 비교에서 호수의 여인 동반 섭외 구원영 씨와 김종운 씨(예명 예성)에 대한 평가는 왜 없을까궁금해 하실까 하는 말인데정성화신영숙박인배 캐스팅만 봐서 그렇다구원영 씨김종운(예성의 본명씨에 대해서는 말을 삼갈 수밖에 없는 현실적 한계가 이 리뷰의 유일한 옥에 티다신영숙 씨가 호수의 여인으로 워낙 낭중지추(囊中之錐)구원영 씨가 연기하는 호수의 여인이 궁금한 참인데장장 원고지 120쪽에 달하는 이 리뷰에기획사 마케팅 부서에서 감동을 받아 박영규구원영김종운 캐스팅을 보여준다면 기꺼이 그들에 대한 코멘트를 집어넣어 200쪽을 채울 용의가 있음을 알려드린다.

 

4) 기어이 한글2005로 12쪽을 채우고 말겠다는 의지인 동시에 왜 제목이 <스팸어랏>인지 알려주는 주옥같은 영화OST ‘Camelot Song’ 가사를 [몰라도 그만 알아도 그만 TIP. 8]로 싣는다. 10월 1816회 한국뮤지컬대상 시상식 때 <스팸어랏팀이 축하공연으로 선보였다예매 유도용 후크송으로 기가 막힌다뮤지컬 넘버도 훌륭하지만 여기에서는 개작을 거치지 않은 원작 노래 가사를 싣는다번역 가사를 보면 뭔 소린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지만 영어 가사를 보면 각운이 장난이 아니다참고로 영화에서는 성 안에서 엑스트라 기사들이 부르는 호쾌한 남성 떼창이 끝나면바로 성 앞에 멈춰선 원탁의 기사단 일행을 보여준다그리고 왈, “아니다시 생각해보니 카멜롯엔 안 가는 게 좋겠어바보 같은 곳이야.”(아더 왕) “알겠습니다.”(일동), 라고 한다깨알 같은 웃음이 터지는 대목이다.

 

5) 큰 제목 소개 후루야 미노루의 '이나중 탁구부'는 아스트랄 유머의 정점을 찍은 만화이고우라사와 나오키의 '20세기 소년'은 20세기 중년 소년들의 추억을 담은 역시 만화이다두 작품은 서로 극과 극의 평을 받으나극과 극은 만난다는 진리를 보여준다만화를 사랑하는 팬이라면 꼭 봐야할 명작들이다.


[몰라도 그만 알아도 그만 마지막 TIP. 8]


Camelot Song 카멜롯 노래

Artist : Monty Python (Buy Monty Python CDs) 만든 이 몬티 파이튼

Album : Holy Grail 앨범 성배


We're Knights of the Round Table. 우리는 원탁의 기사단.

We dance whene'er we're able. 기회 있을 때마다 춤을 추지.

We do routines and chorus scenes

With footwork impeccable. 우리는 춤합창 장면에서 나무랄 데 없는 발동작을 구사해.

We dine well here in Camelot. 우리는 카멜롯에서 아주 잘 먹는다네.

We eat ham and jam and spam a lot햄과 잼과 스팸을 많이 먹지.

 

We're Knights of the Round Table. 우리는 원탁의 기사단.

Our shows are formidable, 우리의 쇼는 대단하지,

But many times we're given rhymes

That are quite unsingable. 하지만 도저히 따라 부를 수 없는 운문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

We're opera mad in Camelot. 우리는 오페라에 환장했다네.

We sing from the diaphragm a lot. 횡격막을 울려 노래를 많이 부른다네.

In war we're tough and able, 전쟁에서 우린 강인하고 뛰어나지.

Quite indefatigable. 결코 지는 법이 없어.

Between our quests we sequin vests and impersonate Clark Gable. 우리 중에 반짝이를 입고 클락 케이블 흉내를 내는 사람도 있다네.

It's a busy life in Camelot. 카멜롯의 생활은 이렇게 바쁘다네.

I have to push the pram a lot. 난 유모차를 많이 몰아야 해.


 - 가사 번역 부두구천’ 

 

 

사진출처 스팸어랏 공식 카페구글 검색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