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콜라소녀
기간 : 2013/07/19 ~ 2013/09/08
장소 : 아트원씨어터 3관
출연 : 김용선, 남기애, 장용철, 박성준, 김남진, 정세라, 성노진, 황세원, 김승환, 박시영
희곡 : 김숙종
연출 : 최용훈
제작 : 극단 작은신화, 코르코르디움
주최 : 극단 작은신화, 코르코르디움, (주)이다엔터테인먼트
극단 작은신화의 <가정식백반 맛있게 먹는 법>은 2009년 제9회 2인극 페스티벌이 낳은 화제작이다. 이 작품을 두고 호평이 돌았고, 나는 2011년 6월이 되어서야 작은신화 25주년 기념작으로 봤다. 공연을 보기 전까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묘한 제목과 배우며, 연출이며 이런저런 소문에 기대가 컸다. 작품을 보고난 뒤, 실망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전개나 내용이 좀 오래된 패턴, 구식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작품이 중반부 이후 결론이 어느 정도 보이더란 말이다. 과하게 표현하면 다소 식상하다는 얘기일텐데, ‘가정식백반’을 맛있게 하는 맛집이라는 소문을 듣고 찾아갔으나 늘 언론에서 말하는 그 만큼은 아니었던 경우라고 할까.
가정식백반 맛있게 먹는 법
그러나 <가정식>은 자극적인 MSG를 들이부은 여타 작품과는 달랐다. 심심하고 특별하지는 않지만 좋은 재료에서 우러나오는 진한 감칠맛이 돌았다. 그리도 다시‘김숙종 작가와 최용훈 연출이 두 번째 만남!’으로 새로운 작품이 2012년에 나왔다. 역시 독특한 제목으로 당최 내용 짐작이 안 되는 <콜라소녀>다. 이 작품도 초연 이후 세 번째, 해를 지나 올해만 두 번째 공연이다. 이 작품은 작은신화가 모토가 그렇듯 소극장 창작극이라는 전통을 잇는 작품이다. 소극장에 창작극이라, 대극장에 유명 번역극을 올려도 적자를 면할지 모를 판에, 세상 흐름과 다른 흐름을 고수하는 방식은 어쩌면 망하는 지름길일 게다. 남들이 가지 않는 비좁은 비탈길을 애써 먼저 걸어가는 셈이다. 짐작하듯 극단 작은신화가 한국연극에 기여한 공헌은 여기에 있다.
극단 소개에 따르면 ‘20년간, 22명의 희극작가, 23편의 초연작’을 올렸고, 올해 하반기에도 두 편이 더 올라간단다. 대극장용 뮤지컬을 닮아가는 공연계 현실-이제는 뮤지컬 전용극장이 제법 들어서면서 포화상태라는 지적이 있다-에서 보면 참 구닥다리다. 그러나 그들이 20년 동안 해왔던 방식이 연극을 비롯해 공연문화를 이끄는 밑거름이라고 데에 이견은 없을 것이다. 또 작은신화의 의지는 당분간 변함이 없어 보인다.
사설이 길었다. 좋은 취지와 의도와 좋은 연출, 작가, 배우의 조합에도 내 개인적인 취향으로 보아 <콜라소녀>는 <가정식백반 맛있게 먹는 법>보다 더 아쉽다. ‘보석같은 배우들을 모아서 이런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구태의연한 얘기를 하다니!’ 작가가 되기까지 고생과 부침에도 끈기로 버텨온 이력을 얼핏 들어봤던 작가에게 박수를 보내야 하지만, 그래서 더 아쉬운 건지 모르겠다.
극단을 여직 끌고 오는 내내 좋은 기획력과 연출력을 갖췄다고 믿었던 최용훈 연출에게도 쪼금 실망이다. <가정식백반>은 이인극이라 지루함이나 군더더기가 덜해 볼 맛이 난다. <콜라소녀>는 그다지 많은 인물이 등장하지 않음에도 얼개가 약해 전개가 부산하다. 작가의 장점으로 봤던 참신한 캐릭터 대신 전형적인 캐릭터들이 전형적인 모습으로 등장해 전형적인 얘기를 하고 있었다.
순간순간 빛나는 배우들의 연기가 아니었다면,-반대로 캐릭터 분석을 배우에게 너무 많이 맡겨서일까, 라는 엉뚱한 생각이 들기도-작품을 어떻게 담보했을지 모를 일이다. 연극이야 매 회마다 층위가 다르기 때문에 단정 지어 얘기할 수는 없다. 회를 거듭할수록 수정보완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다만 이 작품이 배우들에게 더 이상 캐릭터가 나오기 어렵다고 보면, 희곡이나 연출 수정밖에 없으리라는 판단에서 과하게 얘기를 하고 말았다. (세 번째 올리는 작품이니, 캐릭터 분석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극장 밖으로 나오면 대학로 여느 극장에서 오르는 작품과 견주어 미치지 못한다고 말하기 힘들다. 누누이 말하지만 <콜라소녀>가 일정수준 이상에 올라온 작품이라는 건, 검증된 바이다. 또 내가 봤을 때 지루했던 부분이 다른 관객에게는 다른 식으로 받아들일 여지가 없지 않다. 작품 안으로 들어가자면 내가‘가족’‘희생’이라는 키워드를 그리 선호하지 않기도 하다.
실제로 극장은 만석이었고, 학교에서 단체 관람을 왔나 싶은데, 학생들은 대체로 만족한 모습이었다. 어쩌면 관객에게 익숙지 않은 창작극을, 그것도 말초신경을 건드리는 작품이 아닌 진중함을 담은 작품으로 어깨에 힘주어 어렵게 풀지 않고 관객 눈높이를 고려해 포옹하는 방식이 극단 작은신화가 추구하는 방식일 수도 있겠다.*
사진출처 - 극단 작은신화, 코르코르디움
'연극'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단자들] 어떤 관점에서 어떻게 봐야할 것인가 (0) | 2013.08.22 |
---|---|
[빠뺑자매는 왜?_장 주네 탄생 100주년 기념] 하녀들을 보는 시선, 해석 혹은 왜곡 (0) | 2013.07.19 |
[반격contraataque] 연극배우들은 어떻게 사는가, 혹은 견뎌왔는가 (0) | 2013.07.16 |
[여기가 집이다] 극장이 집이 되길 바라는 사람들 (0) | 2013.06.28 |
[오레스테스] 드라마 원류에 대한 재연 혹은 재현 (0) | 2013.06.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