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기업가의 방문_제17회 서울변방연극제 공식초청작] 투쟁가의 방문, 개막작인 이유

구보씨 2015. 7. 21. 21:27

제17회 서울변방연극제 공식초청작

※제17회 서울변방연극제 개막 프로그램

새연극학교 강연 X 토론 : 기업가의 방문 ㅣ 노영수

2015/07/21(화) 오후 8시 @미아리고개예술극장

 


[작품소개] 등록금 마련을 위해 쌍끌이 어선을 탔던 경험으로부터, 대기업으로 학교의 주인이 바뀐 이후에 벌어졌던 구조적인 문제들에 저항하고 '퇴학' 처분과 '퇴학처분'은 부당하는 판결까지, 결국 순수한 학문의 전당마저 자본에 포획된 괴물로 변해가는 과정을 담당히 기록한 <기업가의 방문>의 경험을 관객들과 나눈다. 뒤렌마트 작 <노부인의 방문> 낭독공연과 강연과 토크형식으로 진행된다. @사진(프레시안-선명수 기자)

 

[아티스트 소개] 노영수 l <기업가의 방문> 저자, 중앙대학교 재학 당시 두산의 대학 인수 후 구조 조정에 저항하다가 퇴학, 손해 배상액만 해도 2천5백만 원에 이르는 전과 4범의 대학생이 되어 있었다. 징계 철회를 위한 55킬로미터 삼보 일배 대장정과 지난한 법정 투쟁 끝에 승소했고, 2014년, 11년간의 대학 생활에 마침표를 찍으며 책을 펴냈다. 그는 졸업했지만, 그가 다녔던 대학의 기업화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

 

책을 읽지 않았으나, 관련 내용은 들어 대충 알고 있었다. 변방연극제 개막작으로 강연이 열린다고 해서 찾아갔다. 연극제 개막작이 왜 강연인가... 혹은 형식에서 뭔가 일반 강연과 다른 무언가 변주가 있는가 궁금했다. 알기로 17회를 이어오는 내내 주류가 아닌 이야기를 하는 변방연극제는 올해 정부 지원 거부(혹은 검열으로부터 자유 선택), 제작비, 완성도 등 몇 가지 난제를 겪고 있지만 슬기롭게 잘 극복하고 있다. 21일 개막작은 열대야가 이어지는 무더위와 높은 습도에 불쾌감이 높은 시기 변방연극제가 잘 올라갈 수 있을지 내심 확인하고 싶은 자리이기도 했다.

 

독문학과를 다닌 저자가 책 제목에 풍자로 빗댄 희곡 '노부인의 방문'은 수업 중에 공부한 스위스 작가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의 작품이다. 짐작하듯 돈 앞에 짐짓 강한 척을 해보았으나 한없이 작아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책 소개를 빌자면 경제적 풍요의 욕망 앞에 무력한 인간들의 모습을 통하여 공동체와 개인, 죄와 속죄, 복수와 희생 등의 문제를 희비극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강연에서도 시간을 두고 언급하고, 희곡 일부를 낭동하기도 한 바 기업가의 방문과 노부인의 방문 사이 연결점이 있지만, 원작 희곡의 섬세한 결을 덜어내면 한국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권력비리 앞에 나약한 모두를 대입할 수 있다. 결이란 원작에서 노부인이 매춘부로 살다가 운좋게 백만장자의 미망인 되어 금의환향을 하기 전까지, 자신의 아이를 가진 17살짜리 소녀에게 누명을 씌워 마을에서 쫓아낸 당시 소년을 향한 사무친 원한이 그럴 여지를 준다는 데에 있다. 

 

그래서 강연은 애초 촘촘하다는 인상을 주지는 않았다. 다만 노영수 작가를 직접 만나 든 생각은 말만 그럴싸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다. 낭만을 종종 얘기하기도 하고, 어떤 주장은 보기에 따라 우려의 소지도 있지만 드물게 투박하고 우직한 인물처럼 보였다. 학생으로 잃을 게 없어서 과감할 수 있었다는 말에는 조로한 젊은이, 조로하게 만드는 사회에서 보기 힘든 청년이다. 아픈 경험을 겪었지만 다행히 각종 억압을 잘 견디고 몸도 마음도 건강하고 무사해 보여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산그룹의 색깔이 있다면 극단성과 노골성이다. 그들은 노동자 손배 가압류를 처음 시작하지도 않았고, 대학 기업화의 선구자라 보기도 어렵다. 하지만 두산이 일단 손대기만 하면 지독한 사회문제가 됐다. 노동자 배달호를 죽음으로 몰고 간 손배 가압류가 그랬고, 중앙대학교의 '구조 조정'이 그랬다. 이 책은 재벌에 저항한 어느 대학생의 악전고투를 생생하게 그려 낸다. (하략)

___박권일(칼럼니스트, 88만 원 세대 저자)

 

두산그룹 진단은 언론을 통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키보드워리어의 마스터베이션 반발에 그치는 순응의 시대에, 노골적인 불합리에 몸으로 부딪친 저자의 우직한 행적은 개인사를 담보할 수 없었다는 데에도, 다시 말해 요사이 정치권 386세대들이 보여주는 행태를 보면 소영웅심리가 작용할 여지가 전혀 없는 시절을 살고 있음에도 악전고투를 해낸 과정은 존중을 받아 마땅하다. 강연은 지난 투쟁기를 복기하고 소회를 푸는 자리라고 보면 될 것이다.

 

저자를 영웅이 아닌(영웅으로 봐주길 원하지도 않겠지만)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이웃집 총각로 이해하고 보면 투박한 듯 얘기들을 듣고 이해할 만했다. 다만 1시간 30분 강연은, 누구 하더라도 길다. 앞서 말했듯 강연이 아닌 연극제라는 차원에서 찾아간 관객 입장에서 알게된 웃픈 현실은 저자가 말하는 '노부인의 방문'을 제작해 소개한 곳이 두산아트센터라는 점이다.

 

 

 

두산아트센터는 좋은 연극을 제작하고 젊은 예술가를 발굴해 공연 기회를 제공하고, 그들의 자율성을 존중하기도 하고, 당연히 좋은 작품과 예술가를 발굴한다. 매년 화두를 걸고 강연, 공연, 영화, 전시를 더한 '인문극장' 프로그램을 올리는데, 2014년 주제가 불신시대였다.  대기업 문제를 거침없이 풍자하거나, 일본 원전 문제를 거론하는 등 시의성 높은 연극-냉정하게 다른 국공립제작사에서 엄두도 내지 못할- 작품, 강연 등을 올린다. 그리고 홍기빈이나 최장집 교수가 강연자로 나와 자본주의 문제를 역설한다. 그리고 그 당시 질문은 어제 들은 강연 내용과 다르지 않다. 

[엔론ENRON_두산인문극장 2014] 우리는 과연 반복하지 않을 수 있는가 http://blog.daum.net/gruru/2075 

 

불신시대_두산인문극장 2014                    

불신시대는 말 그대로 믿음이 가능하지 않은 시대를 말한다. 작게는 개인과 개인이 서로를 믿지 못하는 것에서부터, 크게는 사회와 같은 영역에서 마지막까지 지켜야 한다고 생각되는 사실, 진실, 진리의 힘과 가치가 점점 의문시되고 있는 현실을 말한다. 금은 불신의 시대인가? 오히려 거짓 믿음이 넘쳐나는 시대는 아닌가? 그도 아니라면 대체 지금은 어떤 시대인가? 이러한 질문들 앞에서 「두산인문극장 2014: 불신시대」를 기획했다. 신뢰의 회복이나 가치를 이야기하기보다는 다양한 영역에서 회의, 의심, 불신의 사례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노부인의 방문'과 '기업가이 방문'과 '불신시대'와... 중심에 두산이 있다면 있을터인데 복잡하다면 복잡한 지금은 어떤 시대인가? 오래된 이야기를 하자면 풍문이긴 하지만, 내가 알기로 중앙대를 먼저 사려고 했던 기업은 두산이 아니라 삼성이었다. 학생들과 교수들의 반발 때문이었는지 없었던 일이 되었고, 이후 성균관대를 보면서 당시 중앙대 동문들은 당시 삼성을 받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성균관대에서 제2의 노영수가 나왔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다른 기업재단 산하 대학들도 그러하다. 그들 기업은 두산과 다른 뭔가가 있는가. 다만 노골적이지 않을 뿐인가? 아니면 상생의 그림을 잘 그려나가는 중인가? 그리고 비단 대학의 문제인가.*